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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핀테크 부문 담당자가 어제 열린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암호화폐를 조급히 규제하려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산하 연구소인 LabCFTC의 소장이기도 한 다니엘 고핀(Daniel Gorfine)은 어제 미국 하원 농업위원회 청문회에 나가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에 관해 증언을 요청받고 이렇게 밝혔다. 고핀과 함께 JP모건의 블록체인 사업을 총괄했던 앰버 발데트(Amber Baldet)와 상품선물거래위원장을 지냈던 개리 겐슬러(Gary Gensler), A16Z의 대표 스캇 쿠퍼(Scott Kupor)도 청문회에 나왔다.

고핀은 세상에 상품(commodities)으로 취급돼야 할 것들이 다양하지만,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모든 상품을 꼼꼼하게 규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에서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어떤 상품이나 원자재로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거래되거나 그 제품의 권리가 선물(先物)로 거래될 때 본격적으로 이 상품과 제품을 감독하기 시작한다. 물론 시장의 원칙과 질서를 지키는 데 필요한 기준은 명확하게 하고 집행해야 하지만, 동시에 위원회가 신중하지 못하게 개입해 혁신이나 발전을 저해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가급적 빨리 명확히 선을 그어놓고 그 선에 따라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섣불리 단정적인 규제에 나섰다가는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거나 새로운 제품과 모델이 성장하고 자리를 잡는 데 필요한 적절한 구조나 환경을 만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고핀은 청문회 가운데 여러 차례 조급하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암호화폐와 관련해 어디까지 어느 정도나 증권법을 적용할지, 또 어떤 부분은 상품으로 보고 이를 관련 규정에 따라 규제할지,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하면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할지 등 기본적인 윤곽을 파악하는 작업부터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의회의 분위기

청문회는 입법 기관인 의원들이 암호화폐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암호화폐를 향한 의원들의 견해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콜린 피터슨(Collin Peterson, 민주당, 미네소타) 의원은 자기가 볼 때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다단계 사기"에 가깝다며, 암호화폐 뒤에 숨어 있는 세력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터슨 의원의 발언에는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장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사람들이 금이라는 상품을 좋아하죠. 금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한때 화폐로도 쓰였지만, 금 뒤에 숨어있던 세력이 따로 있던 것은 아닙니다. 금의 가치를 지탱해온 건 일종의 문화적 규범이었죠. 인간은 지난 수천 년 동안 금을 좋아했으니까요. 금은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지금도 쓰입니다. 비트코인은 현대적 형태의 디지털 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트코인에 가치를 부여한 건 일종의 사회적 합의였죠."

암호화폐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기본적인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알려달라고 부탁한 의원도 있었다. 릭 앨런(Rick Allen, 공화당, 조지아) 의원은 "암호화폐가 새로운 형태의 돈, 화폐라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떻게 운영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예를 들어 미국 달러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세계 경제 상황 등에 따라 그 가격이 정해지는데, 암호화폐는 그 값이 어떻게 정해지고 누가 공급하고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이목을 끌 만한 발언은 농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마이클 코나웨이(Michael Conaway, 공화당, 텍사스)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코나웨이 위원장은 청문회 마지막에 비트코인에 관해 "멍청한 범죄자들이 비트코인을 계속 쓰는 한, 비트코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는 며칠 전 미국 법무부가 러시아의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해 러시아군 소속 해커 12명이 비트코인으로 해킹 자금을 댔다는 조사 결과를 두고 한 말이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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