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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비관론자들은 17세기와 18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금융 버블을 예로 들며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에 대해 경고한다.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이 사건들은 정보의 불균형이나 비이성적인 투기 등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와 무척 비슷한 현상이었고, 경험이 풍부한 관찰자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남해주식회사 사건, 미시시피 버블, 네덜란드 튤립 투기 파동 등은 대중이 돈에 열광할 때 도덕적으로 타락한 기업들이나 초기 투자자들이 정보를 먼저 입수해서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다수의 투자자에게 엄청난 해를 끼친 사례들이다. 그래서 이 사건들은 본질적으로 ICO의 고질적인 위험성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수백 년 전에 일어났던 이 사건들의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이 사건들은 유한 회사, 주식 시장, 파생상품 등 금융의 역사를 바꿔놓은 혁신적인 발명에 따른 직접적이고 불가피한 부작용이었다. 네덜란드가 주도한 이러한 발명품들로 인해 중산층이 거칠고 분별없는 투기에 가담할 수많은 길이 열리고 말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에 없던 다양한 대규모 집단 자본도 생겨났고, 기업가들은 훨씬 효율적으로 벤처 사업에 자금을 댈 수 있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이 이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서 돈을 모으고 닻을 올렸다. 오늘날 당연시되는 이 도구들을 통해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생겨났다.

이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오늘날 암호화폐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투자 광풍(토큰 가격, 사기 코인, 제품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완성되지 못해 끝내 실체를 드러내지도 못한 베이퍼웨어, 백억 달러대의 자금을 모금했지만, 코드는 단 한 줄도 없었던 껍데기뿐인 ICO 등 2017년에 발생했던 버블)을 이와 비슷하게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중대한 기술적 변화에서 비롯되는 불가피한 부작용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자산이나 스마트 계약,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경제가 실제로 탈중앙화되면 네덜란드의 르네상스에서 비롯된 이러한 발명보다 더 심오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 기술이 기록 보관, 자금 모금, 조직 설계 또는 돈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벼락부자가 되려는 비도덕적인 사람들이 활개를 치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기술이 투기를 부른다


다른 글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역사적으로 새로운 범용 기술이 경제 질서의 판도를 뒤집어놓을 때 일어났던 일들을 살펴보면 거의 항상 금융 투기 열풍이 부는 시기가 동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철도도 그랬고, 전기가 발명되었을 때도 그랬다. 1990년대 후반에 인터넷이 보급되었을 때도 그랬다.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 카를로타 페레즈는 혁신적인 기술을 경제에 통합하기 위해 자금을 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버블과 투기 같은 사회 현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의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과 관련한 과대 선전이나 투기를 자세히 추적해보면 강력한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배포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역사상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배포되어 사회 전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지난 50년간 이렇게 실패한 아이디어를 나열하면 끝도 없을 것이다. 세그웨이, 구글 글라스, 베타맥스, 콩코드 여객기 등이 그 예이다. 이들은 모두 인상 깊은 기술이었고 더 나은 다음 발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생산 비용, 마케팅, 유행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대대적으로 선전한 만큼 성공하지는 못했다.

서비스로서의 도박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어거(Augur)의 인상적인 출범에 관해 읽으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거의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은 하루 만에 미국 선거나 월드컵 등에 관한 40만 달러어치 베팅을 처리했다.

사실 특정 사건의 결과를 놓고 당사자들이 지불 계약서를 작성하는 탈중앙화된 예측시장에 대한 초기의 열정이 인간 본연의 도박 성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거의 실제 약속인 크라우드소싱 예측 시스템과 정직성에 보상을 주는 인센티브와 평판 토큰이 성공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어거가 개발하고 있는 시장은 말 그대로 기능하기 위해 투기가 필요하다. 도박이 그저 부산물이 아니라 어거의 성공에 핵심적인 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그저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베팅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해서 예측에 걸린 가격이 사회 전역에서 중요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고 가치 있게 널리 쓰인다는 뜻은 아니다.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 봐야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 강력한 최첨단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지만 상당한 투기를 불러오는 암호화폐 산업의 다른 부문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합의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암호화폐 보안 기능이 있는 분산원장, 디지털 자산, 탈중앙화 거래의 근본적인 개념이 어떤 형태로든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비트코인을 포함해서 이러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플랫폼들이 실제로 살아남아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면 다음 질문의 답을 같이 생각해보자.


  • ICO는 사기꾼들이나 실패할 운명의 프로젝트 창시자들을 어리석은 버블 경제학 이론을 사용해 부자로 만들어주는 신기루일 뿐일까? 아니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블록체인 기술의 킬러앱이고, 자본을 실리콘 밸리의 문지기들로부터 해방시키고 아이디어로 가득한 글로벌 시장을 만들어낼까?

  • 최근의 크립토키티 열풍은 비니 베이비즈(Beanie Babies,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가 갑자기 인기가 사그라든 동물인형 시리즈) 같은 반짝 유행이고 순간적인 인기일 뿐일까? 아니면 이것이 디지털 희소성의 가치를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가 되어 고유한 창조적 작업물의 생산자들이 작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낼까?

  • 비트코인은 단꿈에 젖은 호들러(HODLer, holder의 오타로 시작되어 “Holding on for dear life”의 약자로 쓰이고 있다)의 열정으로 남게 될까? 아니면 새로운 글로벌 비축 자산과 결제 플랫폼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블록체인 기술의 광대한 잠재력이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실현되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필수적으로 묻고 답해야 하는 질문들이다.

사회를 위한 가치


이 질문들에 답하려면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어떻게 더 광범위한 경제에 통합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이 개념 자체는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종류의 시장을 가리킨다. (초기 네덜란드 주식시장은 독자적 권리를 가진 조직이었는데, 어거의 예측시장과 비교해볼 만하다.) 또한 기술(과 기술이 지원하는 시장)이 살아남아 성공하려면 사회에 폭넓은 가치를 가져다주어야 한다.

여기서 유럽 초기 자본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처참했던 남해주식회사 사건으로 인해 공공 자본시장을 이용해 벤처 자금을 모은다는 생각이 사라지기는커녕 놀랍게도 질서와 사회적 관심이 생겨났다. 정부는 주식 발행 주체와 방법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견고하고 규제가 적용되는 주식 거래소와 관련 자산 시장의 출발점이었다.

암호화폐가 주류가 되기까지 정부 규제가 해답이라는 말은 전혀 아니다. 검열에서 자유로운 시스템이라는 개념 자체는 오히려 그 정반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핵심으로 하는 프로토콜이나 모범 사례, 행동 기준과 표준을 장려해야 한다는 뜻이기는 하다.

역사를 보면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과대 선전과 투기를 조롱하는 누리엘 루비니 같은 비관론자들이 암호화폐를 뒷받침하는 거대한 변화의 순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지지자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과대 선전에 길을 잃지 말고, 지속 가능한 기술과 플랫폼을 만들어 내고,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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