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그윗 이후 비트코인 최대 변혁이 될 슈노르(Schno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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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yssa Hertig
Alyssa Hertig 2018년 7월26일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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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노르가 온다.

아니, 이미 슈노르는 우리 곁에 와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달 초 비트코인 핵심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인 피터 바일라(Pieter Wuille)가 슈노르 기술 초안을 개략적으로 소개했을 때 이미 비트코인 업그레이드에 가장 중요한 첫걸음을 뗀 셈이니 말이다. 지난 수년간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매달려 온 개념을 구현한 슈노르는 현재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고 프라이버시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상 슈노르는 이미 지난해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양분했던 세그윗(SegWit, Segregated Witness, 거래와 서명을 분리해 거래 구조를 바꿔 거래의 크기를 줄이는 것) 이후 비트코인의 가장 중요한 변혁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먼저 기술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슈노르는 비트코인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저장하거나 거래할 때 필요한 암호화된 프라이빗 키를 기존과 다른 디지털 서명 방식으로 생성하는 절차다. 슈노르 덕분에 누리게 되는 부가 효과도 상당한데,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프라이버시와 확장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일라는 코인데스크에 슈노르를 통해 얻는 이점은 당장 예상할 수 있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슈노르 서명 방식을 받아들일지는 세그윗 때 그랬던 것처럼 궁극적으로 비트코인 이용자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존슨 라우(Johnson Lau)와 그레고리 맥스웰(Gregory Maxwell) 등 비트코인을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함께 쓴 슈노르 비트코인 개선 제안서(BIP, Bitcoin Improvement Proposal) 초안에는 비트코인의 코드에 새로 담길 서명 방식에 관한 설명이 복잡한 수학 공식과 함께 소개돼 있다. 물론 여전히 초안인 만큼 최종 목표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여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블록스트림의 엔지니어이자 기술 초안을 쓰는 데 참여한 조나스 닉(Jonas Nick)은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비트코인에 쓰일 슈노르 서명 방식을 표준화했다는 것은 이를 비트코인에 적용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를 거쳤다는 뜻이 됩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

우선 이번 비트코인 개선 제안서 초안은 모든 개발자와 거래 당사자가 예외 없이 슈노르 서명 방식 코드를 똑같은 식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앞으로 있을지 모를 혼란을 예방해두었다.

아주 복잡한 기술에 관한 설명을 모두 읽고 싶다면 개선 제안서 전문을 읽으면 되겠지만, 제안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비트코인 거래를 검증하고 암호화된 프라이빗 키를 생성하는 데 쓰이는 유일한 알고리듬인 이른바 타원 곡선 디지털 서명 방식(ECDSA, Elliptic Curve Digital Signature Algorithm)을 대체하는 슈노르 서명 방식의 수학적 기반을 풀어놓은 것이다.

슈노르 서명이 대체하려는 ECDSA 방식과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서명 방식이 채택되더라도 현재 ECDSA가 프라이빗 키를 생성할 때 쓰는 secp256k1이라는 수학 곡선을 마찬가지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온통 까다로운 수학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비트코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제안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도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슈노르 자체를 좌초시킬 만한 반론은 나오지 않았고 개발자들은 대체로 슈노르 서명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특히 개발자들은 ECDSA 방식과 달리 슈노르의 보안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슈노르 서명을 반기고 있다.

슈노르 서명이 도입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자체가 개선되는 것도 있겠지만, 개발자들은 또 슈노르 서명 방식을 토대로 비트코인이 새로운 프라이버시 기술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변화와 개선을 꾀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원장이기 때문에 거래를 승인할 때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이를 승인하는 다중 서명(multi-sig)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슈노르 서명은 여러 명이 다중 서명을 거쳐 거래를 승인하지 않고 한 명이 서명을 해도 다중 서명한 거래와 똑같아 보이게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조나스 닉은 슈노르 서명을 도입하면 이러한 복잡한 거래를 처리하는 비용도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거래가 동시에 일어나면 거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는 획기적인 개선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슈노르 서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응용 기술이 상당히 많이 제안되고 있다. 바일라는 또 다른 주요 비트코인 개발자 그레고리 맥스웰이 올해 초 비트코인 내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제안한 개선책 탭루트(Taproot)를 언급했다.

"최근 들어 새로운 발견이 쉼 없이 잇따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다양한 기술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차근차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슈노르와 탭루트에 집중할 생각이다."

아무도 슈노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건 아니다. 슈노르는 신경 써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닌 복잡하고 거대한 프로젝트다. 개발자들이 참고할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개선 제안서는 나왔다고 하지만, 조나스 닉의 말처럼 코드를 실행하는 작업, 즉 개선 제안서 초안을 실제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적용하는 일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기나긴 작업이 될 것이다.

게다가 개발자들이 일단 슈노르에 관한 기본적인 문제를 모두 찾아내 풀어낸다고 끝이 아니다. 그러고 나면 그때 가서 실제로 비트코인에 슈노르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두고 또 기나긴 토론을 벌여야 한다. 닉도 "정확히 어떻게 비트코인에 슈노르를 접목할지에 관한 토론은 지금 이 순간도 활발하게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개발자로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둘러싼 굵직굵직한 변화와 합의를 온몸으로 겪었던 피터 바일라도 슈노르가 온전히 적용되기까지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변화에 합의했던 다른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나긴 과정이 될 것이다. 우선 기술 제안서 초안에 어떻게 살을 붙여 최종안을 완성할지, 이를 발표하고 커뮤니티와 비트코인 시스템 모두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뒤 이번에는 지갑 소프트웨어의 합의 규정을 다시 써서 시스템에 통합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최종 슈노르 시행 계획을 제안하고, 다른 문제가 없으면 그제야 코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 개선 제안서를 처음 소개한 이메일에서도 바일라는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때 다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코드를 바꾸고 시험한 뒤 실행에 옮길 것인지 제안서에 살을 붙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구나 새로운 것에 막연한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기도 하다. 슈노르는 비트코인의 핵심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개발자와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수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거듭해가며 코드를 짠다고 해도 어쨌든 비트코인의 가장 핵심적인 규정을 바꾸는 슈노르 같은 변화는 매우 드문 일이다.

슈노르에 비견할 만큼 중요한 변화가 바로 지난해 세그윗이었는데, 세그윗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토론과 논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는지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결국, 세그윗을 도입하는 데 반대했던 이들은 끝내 하드포크를 단행해 세그윗 없는 비트코인인 비트코인캐시(BCH)를 만들었다.

세그윗을 열렬히 지지했던 이들은 아예 세그윗 코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지의 메시지를 담은 모자까지 제작했다. 블록체인 컨설턴트인 프랜시스 풀리오는 슈노르에 관해서도 세그윗 때와 같은 논쟁이 벌어질지 모르니 미리 모자를 제작해두는 게 좋겠다고 농담을 했다. 그러나 풀리오 말고도 거센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개발자들이 적지 않다.

개발자 리카르도 카사타는 일단 세그윗 때와 비교하면 분명 반대하는 사람이 적어 보이긴 한다면서도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과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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