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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산업은 성장해야 한다.

토큰 시장에 돈이 더 들어와 자금 규모가 커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말이다. 암호화폐 시장에 발 빠르게 참여한 사람들은 많은 이들이 토큰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는 법정화폐 기준상의 금전적 가치를 잘 키워냈다. ICO에 200억 달러의 자금이 몰렸고, 전체 토큰 시장 가치는 3,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토큰이 중요한 기술이 되고 신뢰받는 네트워크로 더 널리 활성화되려면 암호화폐 산업이 먼저 성장해야 한다.

토큰 산업이 돈에 눈먼 사기꾼들이 득실대는 거친 서부의 황야 같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주변부에서 주류에 편입되려면 행동 규범과 커뮤니케이션 방식, 사업 관행이 폭넓게 수용되고 장려되는 독립적인 규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이것은 소수의 얼리어답터에게 집중되어 있던 기회들을 100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경제의 다양한 참여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수 있는 유의미한 재정적 성장을 이루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모범 사례를 만들어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블록체인과 토큰 전문가, 기술전문가, 경제학자, 전 규제담당자, 20개 이상의 로펌 전문가들을 포함한 세계적인 산업 전문가 350명이 속한 디지털 상공회의소의 산업 이니셔티브 토큰 얼라이언스(Token Alliance) 또한 최근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토큰 얼라이언스는 디지털 토큰 발행에 적합한 사업과 관련 법적 사항들에 관해 중요한 두 집단(업계 지도자들과 규제기관)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달 30일 첫 백서를 출간했다.

특히 분산 네트워크 이용자들이 네트워크 안에서 "쓰는 데" 필요한 토큰은 미래 가치를 염두에 둔 투자 계약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를 명확히 정의해 유틸리티 토큰은 현행 증권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미국 선물거래위원장이자 토큰 얼라이언스의 공동의장인 짐 뉴섬(Jim Newsome)과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이었던 폴 앳킨스(Paul Atkins)는 보고서에 서술된 원칙에 관해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활동 범위를 이해하고 잠재적인 구매자들을 상대로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행동하는 데 참고할 만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한 뉴섬과 앗킨스는 이러한 지침이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이해를 돕고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을 제정해 “규제를 피한 차익거래 환경을 만들어내고 심지어는 의도치 않게 혁신과 고용 창출을 가로막는” 경우를 방지해 준다고 덧붙였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이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지난달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캘리포니아주 지역구 출신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이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을 전면 금지하자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규제를 초래한 면도 없지 않다. 즉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저지른 몇몇 부적절한 행위에 대중이 분노하지 않았더라면 규제기관들도 토큰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구름에 대고 소리 지르는 노인(Old Man Yells at Cloud, 심슨 시리즈에서 비롯된 용어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고 소리를 지를 때 사용)”을 패러디해 셔먼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고 역으로 조롱하는 게시물을 읽어보면서 꽤 즐겁기는 했지만, 셔먼 의원을 비롯해 다른 의원들이 내놓은 잘못된 제안이나 법안도 결국은 암호화폐 업계 내의 부도덕한 사례가 빌미를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ICO 시장은 문제가 심각하다.

ICO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ICO의 2/3가량이 사기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것은 암호화폐 커뮤니티였고, 개발자들은 “쓰레기코인(shitcoins)”이나 실제로 아무것도 만들지 않으면서 수천만,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모으려 드는 신기루 같은 “베이퍼웨어(vaporware)”의 문제점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커뮤니티 안에서는 아예 ICO를 없애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ICO라는 말 때문에 토큰이 마치 IPO에 빗대어 투자받는 데 필요한 매개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묘사됐기 때문에 “ICO”는 대단히 부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BTC)의 상대적 순수함을 인식하기를 바라며 완전히 채굴된 알트코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가기를 바란다. (이더(ETH)는 보통 이 목록에 들지 못한다.) 또 이들은 운영을 위해 제3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규제기관이 폐쇄할 수도 없는 비트코인과 다른 코인들이 검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진정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토큰 발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증권”과 “유틸리티 토큰”의 법적 구분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많지만, 디지털 자산 판매는 빠르게 성장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와 애플리케이션(dapps) 개발을 독자적으로 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확장 문제에 발목이 잡힌 비트코인 같은 순수 암호화폐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이 요구하는 스마트 계약 기능을 지원할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독립 규제

ICO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나면,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건설적인 법적 토대와 규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토큰 프로젝트들이 변혁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암호화폐 개발자와 창업가들은 탈중앙화와 반기업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정부와는 덜 냉소적인 자세로 좀 더 현실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건설적인 법적 토대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독립 규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스타트업들에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지울 수 있다. 대중이 기술을 신뢰하게 만드는 것은 사법당국보다는 산업 참여자들의 책임이지만, 예측 가능한 법적 프레임워크도 중요하다.

우리는 책임, 입증, 평판, 증명(탈중앙화이건 아니건)에 관해 표준을 개발해 시장에서 말썽꾼들을 몰아내고 규제기관이 자신들의 사명인 사회적 목표를 지킨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규제를 받는 거래소와 금융산업 규제기구(FINRA) 같은 전통적인 금융 인증기관에 있는 독립 규제 조직(SRO)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이다. 암호화폐 산업이 이처럼 무거운 접근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 방식은 현재 기관들을 과보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히려 블록체인 기술과 멀티시그 관리 등 암호화폐 혁신이 제공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토대로 공공의 신뢰와 스타트업발 혁신을 장려하는 기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토큰 얼라이언스 백서를 쓴 저자들은 이러한 독립 규제 접근방식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법적 토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규제기관들을 교육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토큰 구매를 고려하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정보를 수집한 후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하고 정확하며 균형 잡힌 정보를 공시할 것”을 요구하는 영국령 지브롤터의 방식을 긍정적인 사례로 들었다.

백서에서 토큰 규제에 대한 지브롤터의 전향적인 규제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호주, 캐나다, 영국, 미국의 사례를 다룬 바로 앞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들 나라에서도 법적 접근방식이 천천히 진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지속적인 불안정성과 상반되는 관점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산업 교육 측면에서, 토큰 얼라이언스 백서는 “토큰 스폰서” 역할을 맡은 개발팀들이 증권법을 우회해 토큰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원칙을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다.

ICO를 벼락부자가 되는 기회라고 생각하던 개발팀이라면 백서에 제시된 모든 원칙을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서는 토큰 사용자보다는 투자자에 관련된 내용이므로 “투자자, 개발자, 창립자, 직원 등의 토큰 배분에 대해서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토큰 배분을 논의하면 증권으로 간주돼 규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라도 토큰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성장에 으레 따르는 대가지만, 기꺼이 치를 만한 비용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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