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우리는 종종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업계에 여성이 너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접한다.

코인데스크가 발간한 2018년 2분기 블록체인 보고서를 보면 암호화폐 투자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4%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것이다. 언론에서도 돈 되는 신흥 산업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남성 연대이른바 블록체인 형제들(blockchain bros)”을 거론하곤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업계에서 여성을 둘러싼 논의는 지극히 서구 중심적인 담론에 머물러 왔다. 서구 암호화폐 기업과 관련된 콘퍼런스, 여러 모임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 및 여성 부족에 초점을 둔 내용이다. 언론 기사나 트위터, 미디엄 등에 올라오는 게시물 역시 비슷하다. 중국이나 한국, 일본 등 암호화폐 업계에서 서구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서구 밖 지역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은 다루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7년 정부가 ICO를 금지하고 비트코인 거래를 사실상 차단한 상황에서도 전세계 블록체인 관련 특허 신청 건수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2위인 미국과 큰 격차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다. 2018년 출시된 암호화폐 중 시가 총액 기준 1, 2, 3위를 차지한 질리카(Zilliqa), 온톨로지(Ontology), IOST는 모두 중국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존재감은 이토록 크다. 그런데 어째서 아시아의 업계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어려운 것일까?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세상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암호화폐 업계 내 중국 여성들


암호화폐 업계에서 일하는 중국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의 암호화폐 시장부터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로 쌓는 부에 대한 욕망만큼은 엄청난 곳이다. 트레이더들은 한국이나 홍콩일본에서 암호화폐를 거래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빙자한 수백 건에 이르는 사기를 규제와 단속으로 막기는 역부족이었다비트코인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넘쳐나는데대다수는 남성이며 관련 교육이나 경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서구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과 제도 도입에 대한 보다 정교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암호화폐 열성팬들의 관심은 투기에 머물러 있다. 한국 시장에서 이 코인이 오를 것인가? 시가 총액은 얼마인가? 매입해야 하나? 팔아야 하나? 사면 언제 사야할까? 팔면 또 언제?

이같은 중국 사회에 팽배한 벼락부자 마인드'는 진지한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이 장기적인 (동시에 지루한비전을 설파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특히 안 그래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여성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의 캐릴라인 찬(Carylyne Chan)은 중국 암호화폐 문화를 가리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기 사건들은 숱한 비극을 낳았다. 나아가 은밀한 악영향을 가져왔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진정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런 사기 사건은 블록체인 기술의 이름을 더럽혔고기본적인 전제가 제아무리 훌륭해도 블록체인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말았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중국 여성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은 세계 여느 곳과 다를 바가 없겠지만우리의 어려움은 이 업계의 혼란과 사기라는 낙인” 탓에 가중된다.


중국에서 열리는 어떤 블록체인 모임에 가더라도 참가자 중 여성 비율은 10%를 넘지 않는다. 당신이 그 열 명 중 한 명도 안 되는 여성이라고 생각해보라. 모임이 끝난 뒤 암호화폐로 떼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자신의 호화 요트로 초대할 가능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로부터 진지한 투자자나 업계 동료로 대우를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암호화폐 투기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위챗: 골칫거리일까 아니면 유용한 도구일까?


그러나 중국의 암호화폐 업계는 미국보다 커뮤니티를 크게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커뮤니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중국에선 트위터와 유튜브가 금지돼 있으므로, 우리는 왓츠앱의 중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위챗을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선택했다.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에는 50개 이상의 위챗 단체방이 있고, 각 방에는 기업의 모든 발표 사항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참가자가 300~500명씩 상주하고 있다.

이런 위챗 그룹 가운데 "블록체인 레이디스(Blockchain Ladies)"라는 이름의 방이 있다. 블록체인 업계의 중국 여성들을 서로 연결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가 바로 이곳이다. 동시에 이 업계에 평등 비슷한 것이라도 이루어질 날이 얼마나 요원한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최신 주제를 논의하는 것 외에, "블록체인 레이디스"는 2주에 한 번씩 업계의 남성 유명인사를 초청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행사를 연다.

이 시간에는 기술에서부터 커뮤니티 빌딩,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지만, 마지막 질문은 늘 같다.

"당신이 싱글이라면 어떤 여성에게 끌리겠습니까?"

아직 갈 길이 얼마나 먼지를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몇 가지 충고


내가 암호화폐 업계의 중국 여성으로서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업계의 남성들과 경쟁하려면 두 배의 능력과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더 열심히 일하고, 자신감이 없더라도 자신감을 보여주고, 좋은 동료는 물론이요 우리의 가치를 이해하는 남성들이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 불행하게도 지금의 현실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이 업계에서 여성으로 일하다 보면 자아 성찰의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 과정이다. 내가 왜 이 업계에 뛰어들었는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고, 앞서가기 위해 양심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당신을 믿고 당신의 업무를 이해하며 당신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힘을 실어줄 동료들을 주변에 두도록 하자.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이 남성인) 당신 주변의 암호화폐 백만장자들은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 이상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모든 부분에서 이들보다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업계의 다른 여성들과 지식을 나누자. 나는 IOST에 근무하는 비기술직 여성들을 대상으로 기술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이들이 회사일을 이해하고 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말도 이미 어디선가 들었겠지만,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두지 말자.

사기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통계가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다가올 폭풍우를 뚫고 갈 수 있도록 정교한 계획을 짜라. 당신의 목표가 돈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런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블록체인 기술의 진짜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탈중앙화에 대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채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목표는 블록체인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알리는 데 있다.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는 장기 목표지만, 사기와 단타 프로젝트가 넘쳐나는 업계에서 모든 소동이 끝나고 먼지가 가라앉은 후에도, 벼락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충분히 모든 것을 해먹은 후에도 내가 계속해서 이곳에 남아있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만은 평온하다.

돈더미를 쌓아 올리는 것은 그들의 기쁨이겠지만,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은 미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글을 쓴 사 왕(Sa Wang)은 중국의 인기 셀프서비스 키오스크 스타트업인 '도라'(Dora)와 상위 50위 안에 드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IOST'를 공동 창립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