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택건설촉진법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

아직 택지구획도 되지 않은 땅에 모델하우스를 지어 놓고 아파트를 판다. 공급이 부족한 주택시장에 수요가 몰리니까 청약저축, 청약통장이라는 걸 만들어 일정 기간 열심히 푼돈을 부어 목돈을 만든 사람만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있게 하고, 추첨을 거쳐 당첨자를 정한다. 이렇게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은 가격이 즉시 천정부지로 치솟아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 한국사회에서 가장 주효한 부의 축적수단이 되었다.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무엇과 비슷하지 아니한가?

아파트 단지는 블록체인 메인넷이고, 모델하우스는 백서, 분양권은 토큰, 청약저축을 붇고 어려운 추첨을 통해 당첨되는 것은 채굴이 아닌가 말이다. 가히 아파트 분양권 코인, 이름하여 천국코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여기서 모금된 자금은 아파트 건설비로 쓰였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아파트를 모델하우스만 보고 청약해 당첨되면 당첨자는 분양권을 전매하거나 계속 보유해 자산가치의 상승을 기대하고, 실물 아파트를 받아 입주하거나 양도한다. 아파트 단지는 이후 거주 수요가 늘면 가격이 급등하고, 거주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하락한다.

아파트 분양권 코인은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권리가 내재돼 있어 증권에 가깝다. 가히 아파트분양은 국가가 허락한 증권형 ICO라 부를만하다.

이렇게 증권형 ICO를 주택건설촉진법을 통해 허용해 온 나라라면 토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테니 그 개발자금을 대 달라, 그 대신 서비스 이용권인 토큰을 미리 분양하겠다는 ICO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주택은 건설해서 보급해야 하므로 특별법으로 ICO를 허용하고, 블록체인 시스템은 그 유용성에 대해 정부의 이해도가 떨어져 백안시하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유틸리티형 토큰은 어떤가?

버스회수권이나 우표가 유틸리티형 토큰이다고 말을 많이 하지만 저작물을 담은 미디어도 흔히 볼 수 있는 유틸리티 토큰이다. 책, 음반이나 CD는 그 내용물인 저작물을 자체에 담고 있는 유틸리티형 토큰인 것이다. 토큰을 입수한 사람은 스스로 이용할 수 는 있으나, 복사해서 남에게 양도하면 저작권 침해가 되도록 해 원본 사용을 강제했다. 만약 음악 창작자가 자신의 음악 창작비를 미리 대 달라는 대신 토큰을 미리 발행하고 나중에 토큰을 CD로 바꿔주거나 음악 스트리밍 이용권으로 바꿔 준다면 그 토큰은 유틸리티 토큰이다. 이것은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가 장려해야 할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주택건설을 촉진해 부족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요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끌어대 분양권 토큰을 발행해 왔다.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블록체인 개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미리 모금하기 위해 분양권에 해당하는 토큰을 발행하는 ICO를 백안시하는 것은 모순이다. ICO는 스타트업이 수요자로부터 개발자금을 미리 받아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해 주는 블록체인 건설촉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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