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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USDT) 발행이 비트코인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테더는 암호화폐 가치를 미국 달러 가격에 연동해 가격 안정을 꾀한 스테이블코인이다.

호주 퀸즈랜드대학 경영대학원에 출강하는 왕춘웨이(Wang Chun Wei) 박사는 테더 측이 비트코인 가격을 상승시킬 목적으로 테더를 발행한다는 항간의 오랜 의혹이 연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에 온라인으로 이미 온라인으로 발표된 바 있는 왕춘웨이 박사의 연구 논문은 경제학 저널인 <이코노믹스 레터스(Economics Letters)> 10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테더 발행이 비트코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왕 박사는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연구 결과 테더는 잠재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발행되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과 테더 거래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테더 발행이 비트코인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미미하며, 따라서 테더 발행은 비트코인 가격 조작의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없다.

테더는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 가격은 미화 1달러에 고정되어 있는데, 표면상으로 1 테더는 미화 1달러의 예치금으로 보증된다. 그러나 테더 측이 정식 회계감사 결과를 공개한 적이 없으므로 실제 발행한 테더와 같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혹이 종종 제기되어 왔다. 테더가 유용한 거래 수단이기는 하지만, 순위 20위 거래소인 디지파이넥스는 테더 대신 다른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왕춘웨이 박사의 보고서는 테더의 거래량과 거래량의 변화에 주목했으며, 테더의 가치를 보장하는 달러 보유고 문제에 대한 논란은 다루지 않았다. 왕 박사는 “그것은 규제기관이나 감사기관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 대신 보고서는 테더 신규 발행이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을 조작하는 데 사용되는지 검토했다. 지난 1월 익명의 저자가 쓴 “테더 보고서”에 이 문제가 자세히 기술돼 있다.

테더 발행과 비트코인 가격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비트코인 성장이 테더를 움직이고 있는가? 테더 발행이 비트코인을 움직이고 있는가? 테더 발행이 비트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켰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 4월 수준인 2천 달러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테더 리미티드(Tether Limited)는 주기적으로 신규 테더를 대량 발행하는 주체다. 왕춘웨이 박사는 테더의 발행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정리하며, 테더 리미티드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테더는 뭉터기로 발행되는 듯하다. 즉 테더 리미티그가 신규 발행량을 작은 조각으로 쪼갠 뒤 약 이틀에 걸쳐 발행하는 것 같다. 테더 토큰이 달러로 100% 보증된 것이 아니라면 테더 리미티드가 신규 토큰을 발행하는 것은 화폐를 찍어내는 일과 같다. 즉 테더를 발행하는 일이 암호화폐 시장의 양적 완화에 해당하는 것이다.

양적완화를 통해 화폐 공급을 늘리는 목적은 유동성을 높여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데 있다. 왕춘웨이 박사가 검증해보고자 한 가설도 바로 이것이었다.
새로 발행한 테더를 거의 다 비트코인을 사는 데 썼다는 일각의 주장을 나는 실제로 검증해보고자 하였다. 테더 발행이 비트코인 가격을 조작했다는 것은 과연 사실일까?

 

증거 불충분


보고서의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요 거래소의 거래 기록을 보면 테더는 거의 예외 없이 비트코인하고만 짝을 이뤄 거래된다.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20억 달러어치가 넘는 테더가 시장에 존재하며, 신규 테더 발행 직후 비트코인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왕춘웨이 박사는 거래량과 가격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인정하며 계속 이렇게 설명한다.

하지만 거래량만 가지고 가격을 '예측'할 수는 없었다. 테더 발행과 비트코인 거래량 증가는 거의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상관관계는 몰라도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어렵다. 보고서에도 언급했지만, 과거의 거래량은 미래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박사는 두 가지 시계열(time-series) 분석 모형을 이용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를 투입하며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살펴보았다. 이 모형은 특히 테더 신규 발행으로 인해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박사가 사용한 분석 모형은 “자기회귀분배 시차모형” 및 “비제한적 벡터 자기회귀모형(VAR)”으로, 두 가지 모두 과거와 현재의 사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조사하는 데 쓰인다.

왕춘웨이 박사는 어려운 학술 용어를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했다.

과거의 비트코인 수익률로 비트코인 수익률을 설명하는 영모형(null model)이 있고, 또 과거의 비트코인 수익률과 과거의 테더 발행량을 사용하여 비트코인 수익률을 설명하는 완전모형(full model)이 있다. 완전모형으로 살펴본 결과가 영모형으로 살펴본 결과보다 딱히 낫지 않았다. 둘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곧 과거의 테더 발행이 (가격 변화에 따른) 비트코인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영모형은 과거의 가격에 따른 수익률만이 현재의 수익률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변수이므로 테더 발행량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반대로 완전모형은 테더를 얼마나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였느냐가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가정한다.)

다시 말해 테더 발행이나 테더-비트코인 거래라는 변수를 추가해도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접적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았고, 비트코인 가격만 변수로 놓고 분석했을 때와 차이가 없었다.
VAR 모형에 비트코인 가격 공식을 넣어봤더니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주는 지체변수(lagged variables)는 하나도 없었다. 이는 곧 기존에 제기된 여러 변수보다 비트코인 가격 그 자체가 시장의 효율성을 반영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왕춘웨이 박사는 이어 비트코인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테더는 한 번에 약 1억~2억 5천만 달러어치씩 발행된다. 그런데 비트코인 일일 거래량은 보통 50억~100억 달러 규모이고, 하루에 200억 달러어치나 거래된 날도 있다. 테더가 대단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테더가 비트코인 가격을 떠받쳤다거나 끌어올렸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Brady Dale Brady Dale is a senior reporter at CoinDesk. He has worked for the site since October 2017 and lives in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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