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호스킨슨 IHOK CEO. 사진=김병철 기자
찰스 호스킨슨 IHOK CEO가 ETC 서밋 2018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카르다노를 3세대 블록체인이라고 하는데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카르다노를 금융 시스템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돈을 위한 OS(운영체제)같은 거다. 이걸 에티오피아, 르완다, 앙골라 같은 나라에 도입하려고 한다. 은행, 보험, 신용 등 기존 금융 시스템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프로토콜 스택을 도입하는 거다.

새 금융 시스템은 10억명 이상이 사용해도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하고, 거버넌스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이런 걸 '3세대 블록체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OS 같은 프로젝트도 이런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다.

카르다노의 특징은 과학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IOHK는 대학 교수들과 함께 계속 논문을 쓰면서 연구하고 있다.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복적인 작업이 될 거다. 5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만 만들어낸다면, 정부의 금융 시스템을 대체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규모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카르다노에서 사용하는 토큰은 에이다(ADA)다. 에이다는 지분증명(POS) 시스템인데 토큰 보유자가 블록을 생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중에 재무 시스템, 거버넌스 시스템까지 갖추려고 하는데 쉬운 작업은 아니다. 우린 2015년부터 3년반 동안 작업해왔고 작년 유동성을 위한 첫 버전을 론칭했다. 그리고 올해 이 기술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같은 나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IOHK 교육 부서가 그리스, 바바도스, 에티오피아의 개발자들에게 카르다노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교육받은 수천명의 개발자가 향후 댑(Dapp·분산형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들어낼 것이다.

카르다노. 이미지=카르다노 웹사이트 캡처
카르다노. 이미지=카르다노 웹사이트 캡처

 

-반년 전쯤 "3년 내로 평생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P2P 대출을 실행할 때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신원 확인 서비스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실현 가능한 계획인가?

결제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P2P 대출을 구축하는 건 쉽다. 어려운 부분은 신용 평가다. 누군가에게 비트코인을 보내거나 스마트 콘트랙트를 구축하고, 상환 조건을 설정하는 건 쉽다. 몇주에서 몇달이면 코드를 짤 수 있다.

진짜 어려운 부분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대출을 요청할 때 그의 신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그러니까 핵심은 P2P 대출 작동 원리보다는 사회 시스템쪽이다.

다행히 그라민 은행과 무하마드 유뉴스(Muhammad Yunus·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경제학자) 덕분에 소액 대출 방법론엔 엄청난 발전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에티오피아 커피 산업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급망관리를 도입하는 거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커피 농장의 위치, 농장 보유 여부, 농작물 판매량, 수익 등을 확인하기 더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거래가 정부의 동의하에 문서화되기 때문에 채권자는 이런 종류의 담보를 얻게 된 셈이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대출받기도 당연히 더 쉬워진다.

에티오피아 커피 농부. 사진=ningxin23minor/pixabay
에티오피아 커피 농부. 사진=ningxin23minor/pixabay

 

여기에 카르다노를 결제 시스템으로 사용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커피 농부들이 모두 이 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으면 채권자는 개인이 아니라 그룹에 대출을 해줄 수 있다. 누군가 상환하지 않으면 그룹 내 농부 모두의 신용이 하락하기 때문에 상환 압박을 더 받게 된다.

3년이면 이런 대출 시스템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블록체인 기반으로 P2P 대출을 해주는 곳은 솔트 대출(Salt Lending) 등 십여개가 넘는다. 이제 성공 사례를 최적의 환경과 사회 구조와 접목시키는 일만 남았다.

3년은 파일럿 기간으로 충분하고, 5~10년 안에는 저개발 국가에서 1만달러 이하의 P2P 대출 시장이 상당한 규모로 성장할 거라고 본다. 이건 엄청난 일이다. 지금 35~85%나 되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금리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ICO는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는데 왜 그랬나?

2017년 7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말했던 내용이다. 아마 그때 비트코인이 600달러, 이더리움이 100달러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본적으로 ICO에는 이런 문제가 있다. 상승장에서는 괜찮은데 하락장을 생각해보자. ICO를 한 회사는 이더리움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는 이더를 팔아야만 한다. 프로젝트 실행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ICO 회사의 책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시장에 이더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은 더 내려가게 된다.

또한 ICO 회사가 새 토큰을 발행해서 시장에 내놓으면, 결국 이것도 공급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연스럽게 하락장을 심화시키고 이게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그때 ICO는 곧 터질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한 거다.

찰스 호스킨슨 IOHK CEO. 사진=김병철 기자
찰스 호스킨슨 IOHK CEO. 사진=김병철 기자

 

-지금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장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2000년 초반 닷컴 버블 때와 같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열광하면서 투자했다가, 가치가 과평가된 걸 깨닫고 기술이 만연해지지 않자 실망하면서 거품이 꺼졌다. 하지만 그게 인터넷이 쓸모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존, 구글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뿐이다.

1999년 아마존의 가치는 엄청났다. 하지만 그때는 그걸 뒤받쳐줄 소비자도 없었고 제품 라인도 없었다. 결국 아마존 주가는 90% 폭락했고, 그때 주가를 회복하는 데 11년이나 걸렸다. 이제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세계에서 1위 부자가 됐고 아마존은 엄청난 시장을 가지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블록체인이 전 세계의 자산과 금융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변화가 어떤 분야에선 빠르게, 어떤 분야에선 느리게 전개될 거다.

사람들은 (올해 초가) 펀더멘탈에 기반하지 않은 가격 상승이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폭락하는 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블록체인 업계의 아마존, 페이스북이 나타날 거다.

우간다는 수조달러 규모의 농업자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과 연결되지 못했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언제 가능할까? 내일? 10년 후에?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분명한 건 우리는 10조달러 시장으로 가는 길에 서 있다는 거다.

블록체인이 인터넷과 다른 건 더 빠르고 더 세계적이라는 점이다. 닷컴 시대는 실리콘 밸리와 일부 지역에 한정됐지만, 블록체인 시대의 혁신 창업자들은 앙골라, 베트남, 호주에도 있다.

그래서 닷컴 시대보다 시장이 더 빠르게 회복할 거라고 보고, 그때의 가치는 펀드멘탈이 뒷받침될 거다. 창의적인 새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모델을 대체하고, 새 광고 모델도 나타날 거다.

이미지=flooy/pixabay
이미지=flooy/pixabay

 

좋은 예가 하나 있는데 사실 나는 우간다에 있는 축구팀을 인수하는 중이다. 우간다 3위팀인데 진짜로 싼 가격이다.

축구 선수를 토큰과 연계해서 트레이드하고 수익을 내는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보자. 그렇게 되면 축구 팬들은 경기 결과와 연동된 예측 시장을 갖게 된다. 이건 수조달러의 산업이 될 수 있는, 축구 판타지와 다름 없다.

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 프랑스가 우승했는데 선수의 절반이 아프리카계다. 그런데 선수들은 가치에 비해 너무 적은 돈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의 멋진 부분이 바로 이건데, 축구와 같이 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산업 모델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선수에게도 더 공평하고, 팬도 자신이 응원하는 축구팀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9월 첫째주 이코노미스트에 나온 '비트코인과 암화화폐는 쓸모없다'라는 기사를 읽어봤나?

그런류의 기사를 많이 봤다. 폴 크루그먼 같은 사람들에 대한 기사도 봤다. 이 사람들은 암호화폐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달러는 가치가 있는데 암호화폐는 가치가 없다니? 사람들이 가치있다고 믿으면 가치가 생기는 거다.

나는 우크라이나와 아르헨티나 직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현지 화폐가 아닌 비트코인으로 급여를 받기 원한다. 자본 통제가 심하고 현지 화폐 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가 있는데도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나?

설령 비트코인이 사라지고, 이더리움도 없어진다고 해보자. 그래도 결제 시스템, 토큰 발행력 같은 블록체인 기술은 살아남는다. 에티오피아에는 주식 시장이 없어서 회사를 만들어도 주식이 없으니 출구 전략이 없다. 암호화폐가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유동성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암호화폐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이미지=Getty Images Bank

 

-암호화폐 같은 자산은 조세 제도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맞다. 세금은 크게 소득세와 소비세(Sales Tax·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로 나눌 수 있다. 근데 우리는 점점 정규직 경제에서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프리랜서 위주의 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소득 파악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여기에 암호화폐 경제까지 가세하면 더 심해질 거다.

궁극적으로 난 소득세는 인하되고 손에 잡히는 소비세가 커질 거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소득 탈루를 강하게 처벌하려 하겠지만 쉽지 않을 거다. 반대로 빅 데이터와 머신 러닝 때문에 모든 거래가 기록되면서 누가 탈세하는지 찾기는 쉬워진다.

그러니까 비트토렌트 같은 파일공유 서비스가 나타난 2000년 초반과 비슷하게 될 거로 예상한다. 정부는 탈세를 추적하고 소송하면서 강하게 과세를 추진하겠지만 결국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다. 그때가 되면 조세 정책도 음반 산업처럼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추측이다.

<인터뷰 1편 보기 : 내가 비탈릭 부테린, 댄 래리머와 헤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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