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개발 끝에 비트코인의 첫 번째 사이드체인 “리퀴드(Liquid)”가 마침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미지=blockstream.com

 

샌프란시스코 소재 스타트업 블록스트림(Blockstream)이 출시한 리퀴드는 가장 진보한 사이드체인 기술이다. 사이드체인 기술은 오랫동안 비트코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성배로 여겨져 왔는데, 지난 10일 출시된 리퀴드는 본래 “신뢰가 필요 없는(trustless)” 버전보다 다소 약화된 버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 최고의 오픈소스 코더들이 2014년 설립한 회사에서 만든 리퀴드의 성능까지 약화된 것은 아니다.

현재 가동 중인 블록체인의 사이드체인에 구현된 리퀴드를 이용하면 비트코인 관련 주요 기업 상당수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대규모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이정표가 될 리퀴드는 지금까지 수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왔다. 블록스트림이 리퀴드에 대한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한 건 2015년이고, 지난해에 베타 버전을 출시해 비트코인 메인 네트워크에서 시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바로 지난 10일, 드디어 리퀴드 네트워크가 정식 출시되어 블록스트림의 모든 제휴 업체가 실제로 사이드체인에서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리퀴드 네트워크의 초기 사용자에는 거래소, 브로커, 기타 기관 등 23개의 비트코인 업체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리퀴드를 이용하여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한편, 사이드체인의 유지, 관리를 도울 것이다.

23개 업체의 전체 목록은 다음과 같다.

알토노미(Altonomy), 애틀랜틱파이낸셜(Atlantic Financial), 비트뱅크(Bitbank), 비트파이넥스(Bitfinex), 비트맥스(Bitmax), 비트멕스(BitMEX), 빗소(Bitso), BTC박스(BTCBOX), BTSE, 불익스체인지(Buull Exchange), D그룹(DGroup), 코인원(Coinone), 크립토거라지(Crypto Garage), 고팍스(GOPAX, 스트리미(Streami)가 운영), 코빗(Korbit), L2B글로벌(L2B Global), 오케이코인(OKCoin), 더락트레이딩(The Rock Trading), SIX디지털익스체인지(SIX Digital Exchange), 우노코인(Unocoin), 자포(Xapo), XBTO, 자이프(Zaif).

이처럼 비트코인의 대규모 거래소 상당수가 리퀴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60% 정도로 절반이 넘는다.

블록스트림의 CSO 샘슨 모우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리퀴드를 통하면 더욱 안전하고 빠른 거래가 가능해지므로 비트코인 생태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화 준비는 끝났다. 지금 단계에서 관건은 거래소에 사이드체인 기술을 얼마나 적절히 적용하느냐 하는 문제다.”

 

리퀴드의 활용


좀 더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리퀴드는 일종의 디지털 연금술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동된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비트코인에 고정된 토큰인 리퀴드 비트코인, 즉 LBTC(liquid bitcoin token)로 변환된다. 이 단계까지 가면 거래소들은 비트코인 메인 체인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안전하게 암호화폐를 옮길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사람들에게 속도는 무척 중요하다. 리퀴드는 놀라운 속도를 보장한다. 리퀴드는 지체없이 정산을 완료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비트코인을 입출금하고, 더 효율적으로 차액 거래를 하고, 더 적은 오차 범위 내에서 가격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비트파이넥스의 CTO 파올로 아르도니오는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오랜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리퀴드는 엄밀히 말해 “진짜” 사이드체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어도 블록스트림 설립 당시 개발,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종류의 사이드체인은 아니다. 사용자가 제3의 신뢰 기관 없이 비트코인을 사이드체인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는 사이드체인을 구축하는 대신, 블록스트림은 이른바 “연합 사이드체인(federated sidechain)”을 구축했다.

연합 사이드체인은 사이드체인의 공동 관리를 위해 일련의 기업 집단, 즉 리퀴드의 경우에는 블록스트림의 출시 제휴 업체들에 의존한다. (리퀴드가 사용하는 연합 사이드체인의 특정 유형은 지난해 발행한 백서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서브레딧 채널 운영자 더피아추(ThePiachu)가 무려 3년 전에 연합 사이드체인 기술을 가리켜 “혁신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퀴드가 대단히 흥미로운 프로젝트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찾고 있는 사이드체인은 아니다.”

이것이 개발 과정의 숨은 문제점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관련 업체들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리퀴드를 통해 여전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주고받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 외에도 제휴 업체들로서는 리퀴드 덕분에 금융 상품이나 법정화폐, 암호 자산에 해당하는 새로운 토큰을 플랫폼에 출시할 기회가 열리게 되었다.

모우는 심지어 신규 화폐 출시 측면에서 사이드체인이 스마트계약을 바탕으로 한 이더리움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장 가능성


블록스트림은 조만간 리퀴드 트랜잭션만을 위한 지갑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블록스트림의 비트코인 지갑인 그린어드레스(GreenAddres)도 리퀴드를 지원하며, 외부 하드웨어 지갑 제조사인 레저(Ledger)와 트레저(Trezor)도 해당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퀴드의 발전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 같지만, 사실 하루아침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블록스트림은 양방향으로 고정된 사이드체인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 따라서 리퀴드가 본질적으로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본다면 리퀴드 개발에 몇 년이 걸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연구개발 기간은 2년 남짓이었다.”

모우가 설명했다. 그렇다면 블록스트림이 리퀴드를 만드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된 이유는 무엇일까? 모우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리퀴드와 같은 네트워크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쪽 모두 보안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므로 구현하기 어렵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결코 아니다.”

최근 일련의 사건에 비추어볼 때 이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블록스트림은 최근 들어 잇따라 발생한 주요 하드웨어의 보안 침해 사건을 접한 다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사의 하드웨어에 대한 외부 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모우는 자신들이 보안 문제에 대해 엄격하다고 강조하며, 그 이유가 앞으로 리퀴드를 통해 비트코인 전체 트랜잭션의 상당 부분을 처리할 원대한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우는 이렇게 말했다.

“리퀴드에서는 매일 수십억 달러어치 비트코인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다.”

리퀴드가 가동을 시작했지만,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블록스트림 팀은 앞으로도 거래소 및 지갑 제조사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리퀴드가 더 많은 플랫폼에 통합, 정착되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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