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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국민 네 명 가운데 세 명은 은행 계좌가 없다. 제도권 금융권의 벽이 일반 국민에게는 너무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 경기가 불안하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그런 우간다에서 암호화폐 수요는 오히려 높아진 것 같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지난달 우간다에 지사를 열고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시작했는데, 출시 첫 주 만에 4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바이낸스 우간다 거래소는 현재 비트코인(BTC)과 이더(ETH) 두 가지만 취급하고 있는데,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우간다 사람들에게 암호화폐가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진이 <미국 경제학(American Economic Journal)>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우간다 가계의 74%는 언뱅크드(unbanked), 즉 은행에 계좌가 없다. 바이낸스의 재무담당 이사 웨이주는 코인데스크에 이렇게 말했다.

우간다 국민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물건값을 치른다. 이 시스템은 은행 계좌와 연동돼 있지 않은 별도의 결제 시스템이다.

바이낸스가 전 세계적으로 운용하는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와 달리 지역의 특성에 맞췄다는 점 외에도 우간다 거래소에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바이낸스 거래소에서는 (법정화폐는 거래할 수 없고) 암호화폐를 다른 암호화폐하고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바꾸거나 반대로 법정화폐를 암호화폐로 바꾸려면 바이낸스와 제휴를 맺은 지역 모바일 결제 업체를 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현금을 보관하고 있는 해당 모바일 결제 업체는 이름이 알려지면 보안상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바이낸스가 몰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우간다 거래소 프로젝트도 은행 계좌 없이 돌아간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아프리카 디지털 애셋 프레임워크의 공동 신탁관리 업무를 하는 기업가 마빈 콜비는 지역 금융의 핵심 현안으로 유동성 문제를 꼽았다.

"(우간다는 물론) 아프리카 시장 전체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유동성을 늘리는 것인데, 바이낸스가 유동성을 공급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낸스를 통해 거래하게 될 암호화폐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낸스 우간다 거래소에 등록하려는 이용자들은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을 제시해 신원 확인을 받아야만 한다. 이른바 고객파악제도(KYC)를 엄격하게 적용한 건데, 지금껏 다른 지역에서는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거래소에 등록하고 암호화폐끼리 거래하는 건 허용해 온 것과도 다르다.

지금까지 우간다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싶을 때 직접 개인 간 거래를 주선하는 로컬비트코인(LocalBitcoins) 같은 P2P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이웃나라 짐바브웨의 거래소 골릭스(Golix)를 써야 했다.

"국민 대부분이 은행 계좌가 없고, 그래서 더욱 암호화폐로 거래할 수 있기를 바라는 우간다인들에게 그런 식으로 우회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거래는 거의 소용없는 일이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크립토사바나(CryptoSavannah)의 창립자이기도 한 우간다 블록체인 연합의 크와메 루군다 회장이 한 말이다. 루군다 회장은 바이낸스 우간다가 출범한 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우간다 규제 당국에 여러 가지를 문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 몇몇 주요 거래소들이 우간다 시장에 진출하는 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바이낸스의 웨이주는 현지 사정에 밀착해 거래소를 운영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 우간다는 거래소 운영을 맡을 현지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는 이웃 케냐나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운데 한 곳으로 우간다와 비슷한 거래소를 확장할 계획이다. 우간다는 아프리카 시장으로 가는 교두보나 다름없다."

 

높은 송금 수요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으로

루군다 회장은 우간다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금융 서비스로 단연 송금을 꼽았다. 지난 2014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우간다 가계의 약 10%는 이웃나라 케냐에서 가족이나 친지가 보내는 돈을 받고 있고,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 나라에서 보내오는 돈을 받는 가계는 전체의 15%나 된다. 문제는 송금에 드는 만만찮은 수수료로, 이 때문에 기존의 송금 서비스를 대체할 새로운 송금 방식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는 항상 높았다. 웨이주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을 제하더라도 통화를 여기서 저기로 바꾸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높은 수수료에 대비해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암호화폐가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

우간다 블록체인 연합의 루군다 회장은 이어 농업 부문을 제외하면 너무 높은 실업률과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도 암호화폐 도입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우간다에서도 자동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비트코인이 일본에서 통용되니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우간다 시장을 공략할 때 이를 활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의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우간다의 실업률 문제는 심각한데, 30세 이하 취업 연령 인구의 15%가 일자리가 없고, 전체 노동자의 49%가 비정규직, 임시직 노동자이며, 자영업자 비중도 높다. 루군다 회장도 높은 실업률을 지적하며, "노동자들이 공식 경제 부문 밖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우간다의 상황은 팔레스타인과 닮은 측면이 있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부족한 팔레스타인에서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돈을 벌고 물건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자산을 거래하고자 하는 수요를 맞추기에 암호화폐가 좋은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4만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이 바이낸스 우간다에 등록했다지만, 이들이 실제로 비트코인을 일상적인 통화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케냐의 비트코인 업체 비트페사(BitPesa)의 CEO 엘리자베스 로시엘로는 우간다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을 각종 금융 사기에 악용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한 뒤 우간다 국민이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차가워졌다고 말했다.

"우간다에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이라는 것이 아직 없다. 거래도 아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보고 해야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우간다 정부가 최근 들어서는 블록체인에 관한 현상이나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그에 따라 규제를 현실적으로 적용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해주면 좋겠다."

루군다 회장도 지역 정부 관계자들이 점점 암호화폐 산업에 관심을 보이며 마음을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간다 블록체인 태스크포스도 생겼고, 쿠드라 칼레마(Kudra Kalema) 왕자가 직접 암호화폐 스타트업 왈라(Wala)와 제휴를 맺고 에너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왈라는 암호화폐 기반 소액결제 스타트업으로 모바일 앱 이용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웨이주는 우간다를 가리켜 "암호 경제의 새로운 지역 거점"으로 떠오를 곳이라고 말하며, 상대적으로 암호화폐에 친화적이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아프리카 전역에 높은 통화 유동성이 필요하고 국제 송금 수수료를 낮추는 데 암호화폐가 요긴하게 쓰일 수 있으므로 "바이낸스가 아프리카 경제 전반에 뿌리를 내리는 데 우간다 바이낸스의 출범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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