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금융위원회가 9, 10월 두달 동안 ICO(암호화폐공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10월 말에 나오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11월에 정부의 입장을 형성하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내정자(현 국무조정실장)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했던 말이다.

'ICO에 대한 정부 입장이 11월에 정해진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블록체인 업계는 정부가 ICO를 허용하기를 기대하면서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코인데스크코리아> 취재 결과 이 발언에 대한 정부의 해석은 전혀 달랐다.

 

1. 발표 계획 자체가 없다


일단 정부는 11월에 ICO에 대해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

금융위원회에서 블록체인 업무를 총괄하는 관계자는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전화통화에서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월에 ICO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부처끼리 한 번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라며 "마치 정부가 ICO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도가 잘못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11월에 관계 차관회의에서 논의해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뭔가를 발표한다는 건 좀 많이 나간 해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11월에 입장을 밝힌다면 한참 실무 준비를 해야 할 금융위의 블록체인 담당자도 "(우리가) ICO 입장을 발표한다고 들은 바가 없다"며 "(언론과 업계가 홍 국조실장의 발언에) 약간 의미를 부여해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태 조사를 보고 정부가 논의하겠다는 것이지, 입장을 정한다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2. 발표하더라도 ICO 실태조사 결과


설령 정부가 11월에 뭔가를 발표하더라도, 그 내용은 ICO 허용 여부가 아닌 ICO 실태조사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ICO를 이미 마쳤거나 준비 중인 회사 여러 곳에 '실태점검 질문서'를 보냈다. 현재 금감원 기업공시3팀은 응답한 기업들의 답변서를 분석 중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들을 만나 "(ICO에 대한) 정부 입장을 새로 발표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 ICO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정무위는 ICO 허용하자는 분위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정도"라며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ICO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지도 불확실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3. 시기상으로도 11월 발표는 어려워


시기상으로도 정부가 11월에 ICO 허용 여부를 발표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 하던 주식회사의 공시 업무가 아니라, ICO 업체라는 생소한 영역이라 기업공시3팀이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CO 기업들이 향후 제재를 우려하는 탓에 실태조사 응답률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절차도 오래 걸릴 전망이다. 금감원이 실태조사 결과를 만들면 우선 금융정책을 다루는 금융위가 이를 검토한다. 이후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범정부 가상통화TF'를 거친 후 청와대 보고까지 마쳐야 정부 입장이 나올 수 있다.

만약 정부가 뭔가를 발표하더라도,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면 12월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검토는 프로세스가 복잡해서 (11월에 뭔가 나오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4. ICO 허용 가능성은?


정부가 이런 절차를 모두 거쳐 입장을 발표하더라도 ICO를 허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홍 국조실장이 위 답변을 한 다음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ICO 허용이 가져올 불확실성이 여전함에도 우리가 겪었던 피해는 너무 심각하고 명백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금융당국은 2017년 9월 이미 'ICO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정부 입장에선 입장 변화가 없는데 굳이 새로운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 이슈를 다시 띄울 필요가 없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도 "당장 정부 입장에 큰 폭의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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