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etty Images Bank

생긴 지 1년밖에 안 된 비트코인캐시(BCH)가 하드포크 이후 둘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일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캐시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들이 최근 투자한 총금액은 기존의 시장 규모를 넘어설 정도다.

이러한 투자자 유입에는 한국시각으로 오는 16일 새벽으로 예정된 하드포크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둘로 쪼개진 코인의 가치를 더하면 지금 비트코인캐시 가격보다 훨씬 높아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네틱 캐피탈(Kenetic Capital)의 마케팅팀장 제임스 퀸은 기업 투자자도 이러한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비트코인캐시에 대한 각종 문의와 관심이 증가하면서 일반적인 암호화폐 시장 개발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퀸은 또 하드포크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자 암호화폐 시장에만 존재하는 복잡한 현상이지만, 각종 자산 분석에 익숙한 전통적인 투자자들은 하드포크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하드포크는 어떤 면에서 기업의 특별 배당이나 주식 분할과 유사하므로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기업 투자자도 하드포크의 효과를 금방 이해하고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는 평소 투자금의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케네틱 캐피탈이 최근 들어 비트코인캐시 투자를 대폭 늘린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케네틱 캐피탈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투자회사로 자산을 직접 투자하기도 하지만,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의 투자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비트코인캐시 투자 열풍에 참여한 기업은 비단 케네틱 캐피탈만이 아니다. 코인마켓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캐시의 일일 거래량은 이달 초부터 대폭 증가했다. 지난 4일 하루 거래량은 무려 14억 달러, 우리돈 약 1조 5천억 원으로 사흘 전인 1일의 하루 거래량(2억 2,800만 달러)보다 무려 여섯 배 넘게 증가했다.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비트코인캐시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 7일 비트코인캐시는 개당 638달러, 우리돈 약 70만 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약 510달러로 다소 하락했으나 평균 450달러 선에서 유지되던 지난 10월에 비하면 여전히 약 10% 상승한 수치다.

 

‘공짜 사탕’

작년 8월 비트코인에서 분리한 비트코인캐시는 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왔다. 사실 지금까지의 업그레이드는 큰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는 15일로 예정된 업그레이드는 그간 업그레이드 내용을 둘러싼 견해차 때문에 개발자 진영이 둘로 갈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한쪽 진영은 비트코인ABC라는 다소 안정된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개발자들로 네트워크 블록 크기를 현재의 32MB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엔체인(nChian)의 CEO 크레이그 라이트가 주도하는 또 다른 진영은 비트코인SV(사토시의 비전을 따른다는 뜻에서 머리글자 S, V를 선택)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트코인캐시 구현을 주장하면서 블록 크기도 128MB로 늘리고자 한다. 크레이그 라이트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자신이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지만, 끝내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지난주 비트코인캐시 거래량 기준 상위 업체에 속하는 바이낸스(Binance), 후오비(Huobi), 오케이엑스(OKEx), 비트파이넥스(Bitfinex) 등의 거래소는 모두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하드포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거래량이 늘어나 시장에 필요한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오케이엑스는 이미 이와 비슷한 추세가 관측된다며, 지난주부터 기관 투자자의 비트코인캐시 거래량이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케이엑스의 운영국장 앤디 청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15일로 예정된 하드포크에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모든 투자자가 이를 기회로 보고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캐시의 거래량 증가는 투자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징표로 이러한 모습은 특히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후오비와 바이낸스도 거래량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후오비의 관계자는 “일명 ‘공짜 사탕’에 대한 기대감은 기관 투자자나 소매 투자자나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의 거래량 추이 역시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케네틱 캐피탈은 이달 초 자사 투자자들에게 이번 하드포크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지난 주말까지 실질적인 거래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설명회를 열었다. 사실 비트코인캐시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11월에 접어들면서부터다. 그전에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가격 상승이 시작된 건 11월 초가 지나서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거래량과 가격이 동시에 상승한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위험을 무릅쓴 투자

한 가지 확실한 건 하드포크 이후에도 모든 투자자가 비트코인캐시를 그대로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드포크 자체를 고대하기보다 거래량과 유동성 증가로 인한 단기적인 혜택만 취하고자 몰려든 투자자도 있을 것이라고 퀸은 말했다.

“기관 투자자가 하드포크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부 투자자는 좀 더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 하드포크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주시하며, 이를 통해 상황을 분석하고 교훈을 얻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하드포크가 진행되는 배경에는 전혀 무관심한 채 그저 거래량 증가나 가격 상승에만 초점을 맞추는 투자자도 있을 수 있다.”

하드포크를 앞두고 거래량이 몰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캐시로 하드포크가 진행될 때도 비트코인 거래량은 짧은 기간에 대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상황과 많은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암호화폐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에 하드포크로 새로 분할된 토큰도 출시와 동시에 가격이 급등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트코인캐시 보유자들이 하드포크 이후 이른바 엄청난 ‘공짜 수익’을 얻게 되리라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퀸은 이렇게 설명했다.

“작년에는 암호화폐 시장이 내내 오름세였다. 투자자들은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올해는 별 볼 일 없을 게 뻔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는 거지 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비트코인캐시 투자 열풍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퀸은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태도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하드포크를 앞두고 관찰된 가격 상승이나 거래량 증가, 전반적인 시장 추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자본 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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