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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주 암호화폐 토큰을 판매해 투자금을 모은 스타트업 두 곳에 징계를 내렸다. 이번 징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점은 SEC가 처음으로 스타트업에 토큰 판매 정지 명령을 내리며 별도의 사기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SEC는 에어폭스(Airfox)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캐리어이큐(CarrierEQ Inc.)와 파라곤 코인(Paragon Coin Inc.) 두 곳을 징계한다고 발표했다. 두 스타트업은 판매 중인 토큰을 당장 증권으로 등록하고,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하며 벌금으로 각각 25만 달러를 내야 한다. 또 앞으로 1년간 정기적으로 징계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이달 초 탈중앙화 거래소(DEXs) 이더델타(EtherDelta)를 세운 재커리 코번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징계한 SEC가 앞으로 ICO 관련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서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퍼블릭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펀드 캐슬아일랜드 벤처스(Castle Island Ventures)의 파트너 닉 카터는 증권거래위원회가 여러 차례 징계를 통해 등록하지 않고 증권(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토큰)을 판매한 행위를 가려내는 기준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C가 정확히 무얼 하려는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생각에는 SEC가 이제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토큰에 투자해 이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 단속하더라도 SEC는 한동안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워싱턴DC에 있는 법무법인 앤더슨 킬의 변호사 스티븐 팰리는 16일 SEC의 징계 내용을 복기하며 SEC의 징계 기준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년간 진행된 토큰 판매의 95%가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잇따라 나온 징계를 보면 여러 군데 정확히 같은 용어를 사용해 같은 문제를 지적했고, 근거를 상술한 각주도 똑같다. 이제 SEC가 징계를 내리는 데 쓸 견본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규제를 어기지 않으려면


SEC는 징계를 내린 뒤 16일 ICO와 암호화폐 거래소, 증권거래소와 같은 2차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에서 토큰 판매와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어떻게 규제할지 설명한 규제 지침을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증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법을 명시한 점이다.

"토큰을 발행해 판매하려는 스타트업이 미국 증권법을 확실히 준수하는 방법이 있다. 심지어 토큰을 발행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지금껏 디지털 자산 증권을 제대로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판매해 온 경우에도 해당한다."

팰리는 어떤 자신이 증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잘 알려진 방법인 호위(Howey) 분석을 해보면 이번 징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위 테스트는 일반 기업이 투자받는 방식을 살피며, 투자자가 회사에 돈을 맡기며 미래의 수익, 이윤을 기대하고 투자할 때 투자의 대가로 지급하는 증서를 증권으로 규정한다.  팰리는 앞서 SEC가 토큰을 판매한 스타트업들에 내린 징계와 달리 이번에는 사기나 기타 위법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점에 특히 주목했다.

닉 카터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며 ICO에 나선 스타트업들이 지금 당장 토큰을 처분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ICO에 나선 기업들이 징계를 받을 소지를 모두 사전에 차단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아예 토큰 판매 자체를 접고 지금껏 받은 돈을 모두 돌려주며 토큰을 팔아 투자금을 모을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SEC, 본격 규제 나설까?


팰리는 SEC가 사업 분야가 조금씩 다른 다양한 스타트업에 증권법을 적용해 규제를 하며 사례를 모아왔다고 설명한다. 금융 분야 법무법인 시워드 & 키셀의 파트너 앤서니 투세킨도 팰리의 말에 동의하며, SEC가 이제 조금씩 징계 범위를 넓히며 더 많은 업체를 조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SEC는 DAO 해킹 사건과 관련해 펴낸 DAO 보고서에서도 토큰 판매를 기존 법규로 규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DAO는 투자자들에게 모은 돈을 모두 돌려줬고,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SEC는 DAO에 별도의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팰리는 또 지난해 12월 대형 ICO를 진행한 먼치(Munchee Inc.)에 내린 정지 명령과 규제를 예로 들었다. 당시 먼치는 모든 투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줬고, SEC는 별도의 벌금을 물리지 않았다. 투세킨은 SEC가 "조금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SEC는 16일 징계 사실을 발표하며 ICO를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업체들은 법률 상담을 미리 받으라고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실제로 SEC는 ICO 관련 업무를 전담할 부서 핀허브(FinHub)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큰을 판매한 돈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주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카터는 파라곤과 에어폭스는 문제없이 모든 돈을 돌려줄 수 있었지만, 모든 ICO 프로젝트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토큰을 판 돈을 사업 개발 등에 아직 쓰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더라도 무엇보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뚜렷한 내림세라서 토큰을 되팔아 투자금을 갚기가 쉽지 않다.

카터는 ICO가 전면 금지된다면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필요한 투자를 받는 방식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C가 본격적으로 ICO를 규제하기 시작하면 결국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필요한 돈을 투자받는 경로로써 ICO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전체 시장이 ICO에 완전히 미련을 버리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제 진짜 ICO는 고를 수 없는 선택지가 될지 모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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