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일반 소비자용 비트코인 채굴기 보급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이가 가정용 채굴기 생산 업체를 지원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가정용 채굴기 사업은 때를 잘못 만났던 과거에는 수차례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버터플라이 랩스(Butterfly Labs), 알파 테크놀로지(Alpha Technology), GAW 마이너스(GAW Miners) 등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그러나 최근 코인베이스(Coinbase)의 최고기술이사(CTO) 발라지 스리니바산(Balaji Srinivasan)은 가정용 채굴기 스타트업 코인마인(Coinmine)에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코인마인은 곧바로 지난 14일 자사가 개발한 첫 가정용 채굴기의 선주문을 받기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하며 가정용 채굴기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스리니바산은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들어 분산형 채굴기 시장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새로 출시된 코인과 토큰의 종류가 넘쳐나 코인마인 같은 가정용 채굴기를 사용하면 어떤 암호화폐든 거의 100% 채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수익을 내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지만, 어쨌든 가정용 채굴기를 이용하면 최소한 엄청난 양의 암호화폐를 채굴할 수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사진=https://www.producthunt.com/posts/coinmine

 

스리니바산이 스스로 몇 해 전 21.co라는 회사를 설립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발언과 투자를 결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5년 스리니바산은 비트코인 채굴기를 일상 기기에 설치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해당 업체를 설립했다. 이번 투자도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리니바산은 코인마인 내부에서조차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 초창기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고 이를 밀어붙였다. 이후 코인마인은 선주문 개시 소식을 알리며 코인베이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가정용 채굴기 사업을 해본 21.co는 21비트코인 컴퓨터(21 Bitcoin Computer)라는 업체를 설립, 가정용 채굴기 산업을 위한 기본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했다. 이 업체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동시에 비트코인 기반 앱을 운영했다.

그러다 작년에 접어들면서 21.co는 가정용 채굴기 사업을 접고 회사 이름도 Earn.com으로 바꾸었다. Earn.com은 사용자가 이메일에 답장을 하거나 소소한 업무를 대행해주고 그 대가로 암호화폐를 지급 받는 플랫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은 코인베이스가 인수했고, 이때부터 스리니바산은 CTO 직을 맡았다.

 

더 많은 코인, 더 많은 기회


스리니바산은 기본적으로 암호화폐 종류가 다양한 것이 가정용 채굴기 사업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가정용 채굴기 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이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올해가 자신이 회사를 운영했던 2015년보다 가정용 채굴 사업에는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하며, 그 이유로 암호화폐 업계의 두 가지 큰 변화를 꼽았다.

“2015년에는 비트코인의 점유율이 거의 독보적이었기 때문에 채굴기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모든 기준을 비트코인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암호화폐 가짓수만 1천여 개에 이른다.”

이처럼 암호화폐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정용 채굴기 사업자들은 더 이상 비트메인(Bitmain)처럼 대규모 업체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

부스트VC(BoostVC)의 공동설립자 아담 드레이퍼도 스리니바산과 비슷한 생각을 밝히며, 최근 100번째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그는 비트코인 스타트업 100곳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표 이후 비트코인 중심의 암호화폐 업계는 점차 다양한 종류의 디지털 자산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스리니바산은 그러나 혁신적인 신규 코인만으로는 코인마인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할 수 없다고 말하며 새롭게 출시된 수천 개의 코인이 제각각 가치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인마인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코인마인의 등장으로 앞으로 가치 있는 암호화폐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시간에 따른 변화


이와 함께 사전 업데이트는 코인마인의 성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스리니바산은 전망했다.

스리니바산은 코인마인에서 신규 코인을 채굴 대상으로 추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앞으로 신규 토큰을 출시하는 데도 코인마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인마인의 규모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ASIC 채굴기에 버금가는 해시 파워를 지닌 신규 디지털 자산도 코인마인에서 곧바로 출시될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코인마인의 시스템이 작업증명과 지분증명 두 가지 방식을 모두 다 지원한다는 점이다. 지분증명 방식은 내년으로 예정된 시스템 업그레이드 이후 이용 가능하다. 현재 코인마인의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네트워크로는 테조스, 캐스퍼, 디피니티, 파일코인, 스팽크체인, 폴카돗, 코스모스, 폼 등이 있다.

이처럼 쉽고 간편한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아직 코인마인 시스템의 이용 수수료는 매우 높은 편이다. 파부드 니비 코인마인 CEO는 자사의 시스템이 사용자를 자동으로 채굴풀에 연결해주는 일종의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and-play)’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만큼 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이 사용자에게 전가되는 측면도 있다. 코인마인 측 관계자는 사용자의 채굴 수익 중 5%를 회사가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인마인 시스템의 등장을 두고 전통적인 암호화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투자 수익률 등을 문제 삼으며 대체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랍 파오네의 비판이 대표적인데,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코인마인을 조롱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코인마인 투자자들의 투자 금액은 수백 달러 정도에 불과한데, 가령 799달러를 투자해서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수익이 하루에 고작 5달러 정도로 이 돈으로는 전기료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투자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그저 취미 삼아 해보는 장난에 가깝다”고 코인마인을 비하했다.

그러나 코인마인은 바로 이러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암호화폐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 아니라 수백 달러의 범위 내에서 소소하게 투자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채굴 장치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다.

스리니바산은 여기에 동의하며, 기존의 암호화폐 업계는 코인마인의 시장 참여를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암호화폐 산업 전체의 네트워크 안전성이 확대될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산형 채굴 방식은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분야다. 우리 일상 속 기기에 채굴기를 부착해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방식, 이것은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가 애초에 의도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Brady Dale Brady Dale is a senior reporter at CoinDesk. He has worked for the site since October 2017 and lives in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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