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콘센서스:투자 행사에 연사로 참석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의 발언은 앞으로 SEC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업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규제를 집행할지 짐작하는 데 쓸모 있는 중요한 단서를 몇 가지 던졌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지난 몇 년간 암호화폐에 관해 여러 차례 같은 생각을 밝힌 바 있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여전히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에 관한 방침이나 ICO를 통해 판매하는 토큰을 증권으로 볼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발언의 맥락과 행간을 읽어내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클레이튼 위원장의 발언을 핵심만 추려 소개한 데 이어 대담 이후 암호화폐 관련 법률 전문가 세 명이 모여 클레이튼 위원장의 발언을 하나하나 분석한 내용을 소개한다. 와이오밍 블록체인 연합의 케이틀린 롱(Caitlin Long), 법무법인 앤더슨 킬의 스티븐 팰리(Stephen Palley) 변호사, 블록체인 전문 법무법인 DLx Law의 루이스 코헨(Lewis Cohen) 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클레이튼 위원장의 대담 전체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1.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허가, 당분간 기대하지 말자

클레이튼 위원장의 말 가운데 역시 가장 관심이 모이 주제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관한 언급이었다. 클레이튼 위원장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더라도 SEC를 이끄는 수장이 개인적으로 비트코인 ETF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요건을 갖추면 미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당연히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ETF 승인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많지만, 클레이튼 위원장은 당분간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비트코인 ETF 승인에 대한 대표적인 걸림돌로 암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이른바 제삼자 수탁 서비스가 미비한 점과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시세 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을 꼽았다.

한편 케이틀린 롱은 수탁 업무에 관해서는 현행 규정이 모호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모든 자산의 거래와 출납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블록체인이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면 별도의 수탁 업무 기관이 필요한지 따져볼 일이긴 하다.”

 

2. 모든 거래소는 당국의 규제 받아야

클레이튼 위원장은 현존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시세 조작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리가 없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SEC가 비트코인을 규제 당국이 관리하는 거래소에서만 취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같은 날 앞서 콘센서스:투자 행사에 참석한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제프 스프레처 회장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헨은 비트코인이 거친 야생마와도 같아서 규제 당국이 비트코인을 전통적인 자산과 마찬가지로 길들이고 관리하기란 생각보다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 규제 당국에 길든 암호화폐를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마냥 반길까?

클레이튼 위원장은 또 암호화폐 거래에서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이 명확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암호화폐를 규제 당국의 원칙대로 '길들이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인 셈이다. 팰리는 특히 규제 당국의 이러한 시각을 현재 시장에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를 시장에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긴 하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자산과 마찬가지로 촘촘한 규제를 마련하려 한다면 탈중앙화의 가치를 보고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하게 된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롱은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스가 처음 쓴 표현이라며 규제 당국의 감시를 통과한, 기관투자자 위주로 운영되는 암호화폐를 기업형 코인(CorpoCoin)이라고 불렀다.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너무 기업화되어버리면 여기에 반발해 커뮤니티 일부가 갈라져 나올 것이다."

 

4. ICO로 투자금 모은 스타트업은 더 늦기 전에 어서 SEC 만나야

클레이튼 위원장은 그동안 틈만 나면 수없이 반복해온 말을 이날도 또 했다. ICO로 판매한 토큰은 증권이니 ICO를 진행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증권거래위원회와 상의하고 협의하라는 것이다. 코헨은 지난해나 올해 초 ICO를 진행한 스타트업이 모두 클레이튼 위원장이 말한 대상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먼저 SEC를 찾아오는 기업과 SEC가 (증권법 위반 혐의로) 찾아내는 기업이 다른 처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달 초 SEC는 ICO를 진행한 스타트업 두 곳에 (증권으로 볼 수 있는) 토큰을 신고하지 않고 판매해 돈을 모았다며 증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계를 내렸다. 팰리는 한 번 징계를 내려본 경험이 있는 만큼, 다음번 징계는 훨씬 더 신속하고 대상 기업도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5. 스타트업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무제재 확인서(no action letter)는 어디에

클레이튼 위원장은 암호화폐 업계의 스타트업들에 SEC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유틸리티 토큰의 속성을 지닌) 자체 토큰을 발행하려는 업체들도 SEC와 협의해 증권법에 구애받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SEC가 지난달 신설한 핀테크 전담 부서 핀허브(FinHub)에서 가장 주력하는 업무도 바로 ICO에 나서는 스타트업들과의 원활한 소통이다.

코인데스크 패널들은 먼저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라면 SEC의 이른바 무제재 확인서(no-action letter)를 간절히 기다릴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SEC로부터 증권법을 어긴 소지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지금처럼 사업해도 좋다는 확인서를 받은 암호화폐 스타트업은 아직 없다. 롱은 암호화폐 업계를 기존의 증권법으로만 규제하려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스타트업이 무제재 확인서를 받고자 SEC와 직접 협의하는 상황을 클레이튼 위원장이 염두에 둔 것이라면 가뜩이나 암호화폐 관련 규제에서 다른 나라에 뒤처진 미국이 낡은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우려스럽다."

 

6. 법원은 ICO를 어떻게 해석할까?

규제 당국은 이미 ICO에 관해 여러 차례 의견을 밝히고 방침을 공개했지만, 법원이 암호화폐 토큰 판매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판결을 내릴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ICO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지방법원 단계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팰리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안에는 대법원이 ICO에 관한 판결을 내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시점은 10년보다 훨씬 이를 수도 있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이 문제를 두루뭉술하게 언급했다. SEC는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증권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과 규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꺼이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관련 규제와 법률 전문가로 꾸린 코인데스크 패널들은 암호화폐 시장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아직 분명하지도 않은 법을 지켜가며 사업하는 것이 클레이튼 위원장의 말처럼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Brady Dale Brady Dale is a senior reporter at CoinDesk. He has worked for the site since October 2017 and lives in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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