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etty Images Bank

암호화폐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줄줄이 발행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가짓수만 해도 어느덧 50개가 넘었다.

앞으로 몇 년이 암호화폐 산업으로서는 2014년 이래 변화가 가장 빠르고 기회는 무궁무진한 시기가 될 것이다. 미디어와 암호화폐 산업이 스테이블코인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한 발 물러서서 스테이블코인이 이 중요한 시기에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투자의 한 축으로 부상하면서 어떤 장점과 위험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시장 상황 


스테이블코인은 한마디로 암호화폐의 가격 하락과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안정적으로 담보 자산을 설정한 블록체인이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은 대개 미국 달러, 유로, 기타 법정화폐, 혹은 금과 연계된 은행 계좌 같은 실물자산에 1:1로 연동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자체 평가 가치가 없는 대신 기초 자산(underlying asset)의 성과만을 반영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또한, 안정적인 조건으로 가치를 이동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는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에 민감한 거래에 사용하기에는 당분간은 기반 블록체인의 속도가 느려 적합하지 않다.

상식에 반하는 주장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첫째 토큰화, 둘째 이중지급이나 온체인 재담보(on-chain rehypothecation) 방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 암호화폐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더구나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한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화되어 있다. 관리인 계좌의 특정 화폐나 상품에 연동된 단순 중앙화 자산인 경우도 있고, 암호화폐 담보에 연동되거나 혹은 알고리듬을 사용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중앙은행 방식에 의존하기도 한다.

 

테더의 뒤를 잇다


최근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이 잇따라 출시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전부터 있던 테더(Tether, USDT)가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테더는 첫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선두 주자의 이점을 누렸지만, 경험 부족에서 비롯한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테더의 속도는 블록체인 중 가장 느릴 뿐 아니라, 세 차례에 걸쳐 잔액을 증명하려 했지만, 안정적인 제삼의 감사인(혹은 신뢰할 수 있는 증명서)을 확보하지 못했고, 믿을 만한 은행 계좌를 보여주지 못하는 등 끝내 발행량에 준하는 담보 자산인 달러를 보유하고 있느냐는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암호화폐가 은행 업무와 관련해서 유사한 문제를 겪어 왔으므로, 테더만 콕 집어 비판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테더는 스테이블코인의 선구자로서 암호화폐 산업에 기여한 바가 크고,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그러나 신규 스테이블코인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PAX, GUSD, USDC 같은 차세대 스테이블코인은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급 의무 불이행에 따른 위험을 “개선한” 상품을 제공하여 스테이블코인의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다른 여러 스테이블코인도 이미 출시되었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분명히 시장에서 도태하는 코인도 생겨날 것이고 합병도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독특한 가치, 성장하는 시장, 다양한 이용 사례, 신기술을 이용한 문제해결 능력 등을 고려할 때 많은 스테이블코인이 살아남아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

 

성공의 열쇠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이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큰 문제점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ERC-20 표준 토큰을 사용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테더의 경우 (최근 ERC-20을 도입했지만) 비트코인 위에서 구동하는 옴니프로토콜(Omni protocol)을 사용하고 있다.

다른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도 일반인이 일상생활에 사용하기에는 사용자 친화적이고 않고, 속도가 느리다. 쉽게 말해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결제 수단으로는 (지금으로선) 낙제점이다. 어떤 블록체인 기술이 강자로 부상할지 예단할 수 없다. 그렇지만 속도, 보안, 탈중앙화를 결합해서 최대의 네트워크 효과를 끌어내려는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소한 몇 개의 퍼블릭 블록체인이 기대에 부응하리라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사이드체인(sidechain)도 결제 시스템의 확장성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고,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결제 시스템의 중앙화 이면에는 완전하게 탈중앙화한 시스템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어떤 기술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모르지만, 성공의 열쇠는 충분한 탈중앙화와 보안 사이에서 최적점을 찾아 최대 거래처리 능력을 갖추는 데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획기적인 기술발전이 이루어진 덕분에 그러한 노력이 내년에는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자산시장 판도 뒤흔들 스테이블코인 


현재와 미래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인들은 차별화를 해서 앞서 언급한 네트워크 효과를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적화된 기술, 서비스 제공자, 알고리듬,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거래를 더욱 저렴하고 빠르게,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결제를 위해서건 아니면 투자나 송금 목적이건 사용하기 편리해야만 효용 가치가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 회사가 자사의 고객을 지원하기 위한 거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고 안전한 아키텍처를 유지하는 동시에 국경과 기술을 넘나들면서 거래를 처리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향후 전 세계 디지털 자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더불어 머지않아 스테이블코인을 실시간 총액결제 기준으로 즉시 안전하게 송금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현재 대부분 법정통화 연계 스테이블코인이 단일 발행인, 단일 은행 계좌, 단일 감사인, 단일 사법관할권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서 국경을 넘나드는 자산을 감독하는 전 세계적 법률과 세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는 대개 G20 회원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처리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암호화폐 산업의 투명성과 성장을 위해서 디지털 자산거래 그룹 혹은 자율규제기관(SRO, Self-Regulatory Organization)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가 왔다.

 

넘어야 장애물 


지급 보증 형태로 장외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들 간의 교환을 지원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청산소(clearing house)를 설립해서 즉각적인 대체 거래 기능을 제공하는 일도 시급하다. 이 청산소는 은행끼리 수표를 청산하는 과정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객파악(KYC)과 자금세탁방지(AML) 기능을 블록체인에 구현하는 일이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힘들지만, 꼭 필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 기능을 갖추어야 커피값 지급부터 국경을 넘는 송금까지 모든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에 스테이블코인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모든 일이 2019년에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내년에 스테이블코인의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디지털 자산 커뮤니티 전반에 증폭되어 영향을 미치면서 전통적인 은행 업무 및 송금 분야의 판도를 더욱 뒤흔들 것이다.

 

* 글을 쓴 필립 베카지(Philippe Bekhazi)는 암호화폐 거래 회사인 XBTO 그룹의 최고경영자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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