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지나온 2018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 ‘2018 Year in Review’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쓴 시브 메이단은 블록체인 기반 티켓팅 스타트업 블록파티(Blockparty)의 CEO이자 공동 창립자입니다. 메이단은 블록파티를 창업하기 전 타임(Time Inc.)의 음악 브랜드 NME.com의 COO를 지냈습니다.

 

코인데스크 2018 리뷰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암호화폐 관련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도배했던 사건을 꼽으라면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로 갈라진 비트코인 ABC와 비트코인 SV 진영의 설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비트코인 백서를 두고도 개발자나 얼리어댑터들 사이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은 곳이 암호화폐 세상임을 고려하면 놀랄 것도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수천 대의 고성능 컴퓨터와 연산력을 동원해 새로 생겨난 네트워크에서 해시파워의 우위를 점하려는 해시 전쟁(hash wars)은 패자는 물론 승자도 만만찮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일이다. 해시 전쟁의 결과는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지지 않고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갈등이 드러나지만, 적어도 일단 승패가 갈리고 싸움에 끝이 난다는 점에서는 이름만 비슷한 암호화폐 트위터의 해시태그 전쟁(hashtag wars)과 확연히 다르다.

트위터는 암호화폐 세계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려주는 창구지만, 대단히 왜곡된 목소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때도 많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곳도, 리플(Ripple) 콘퍼런스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등장한 것을 두고 소모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던 곳도, 계속되는 암호화폐 하락장에 대한 걱정과 탄식이 여과 없이 소개된 곳도 모두 트위터다. 팀 드레이퍼(Tim Draper)가 2022년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5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무책임하게 던져댄 곳도, (시세 조종 사기 혐의를 받던) 존 맥아피(John McAfee)가 비트파이의 하드웨어 지갑을 해킹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한 곳도 트위터다. 맥아피가 트윗을 남긴 지 몇 주 뒤 비트파이의 지갑은 해킹당했다.

암호화폐 트위터는 과연 혁신의 요람일까? 아니면 터무니없는 억측과 쓸데없는 감정을 배설하는 공간에 불과할까?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설전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까? 아니면 그저 우스갯소리와 농담거리나 주고받는 비생산적인 장소일까?

사진=Getty Images Bank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가운데도 암호화폐 트위터를 자주 들여다보거나 직접 참여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관련 용어나 해시태그를 직접 쓰는 이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XRP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xrparmy라는 해시태그를, 비트코인만 진정한 암호화폐라고 믿는 이들을 광신도라고 비꼬는 의미에서 #maximalist라는 태그를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런 논쟁에는 발을 담그지 않고 한발 물러서서 귀여운 시바견 사진이나 들여다보는 도지코인 판정단도 있을 것이다.

어디에 속해있든 간에, 또 어떤 주장에 동의하건 간에,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필연적으로 두려움, 불확신, 의심으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철학적으로, 경제적으로 또는 기술적으로 어떤 의견에 동조하든 반대편에는 항상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내 의견을 깔아뭉개려는 사람들이 있다.

특정 암호화폐나 이데올로기들은 해시태그 전쟁을 통해 끝없이 싸움을 벌인다. 어쩌면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생산적인 싸움을 부추기는 문제아들이 해시태그 전쟁 덕분에 암호화폐 세상을 너무 쉽게 드나드는 것일지 모른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기꾼이 봇을 동원해 허위 정보로 암호화폐 가격을 폭등시켜 팔아치우려 했던가? 개인정보와 신원을 빼가고 가로채려는 이들이 가짜 트위터 계정과 위조한 도메인 이름으로 잘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뜯어내려 하지 않았던가?

이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좀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좋은 예시


그렇다면 이상적인 암호화폐 트위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지난해 트위터에서 오간 논의 중에 가장 바람직해 보인 것 중 하나는 아리 폴과 무라드 마무도브의 토론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 블룸버그의 조 바이젠탈도 참여했고, 견해 차이를 완전히 좁히지는 못했더라도 토론에 참여한 이들이 아예 함께 팟캐스트를 진행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토론에 승자는 없었지만 패자도 없었고, 모든 이가 만족하는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폴과 마무도브는 서로의 믿음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자기주장을 방어하고 앞세우기 전에 어떤 면에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을지를 상대방의 처지에서 숙고했다. 폴이 말했던 것처럼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대단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가정을 구체화하면서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서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는 일”이었다.




또 다른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깐깐한 비트코인 지상주의자라도 비탈릭 부테린이 트위터에 올리는 글의 영향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테린은 항상 예의 바르며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데서 큰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부테린이 만든 이더리움을 토대로) 새로 태어난 암호화폐나 아이디어에 대해 부테린은 자기 몫을 주장하고 비용을 청구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을 재정적으로 후원하기도 한다. 지난달 부테린이 이더리움 스타트업 세 곳에 이더(ETH) 3천 개를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아무리 신중하고 훌륭한 행위라도 소모적인 논쟁의 늪에 모두를 빠뜨리고 마는 편협한 해시태그보다 많이 주목받지 못하고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기도 하다.

 

싸움을 멈추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해시태그 전쟁에 참여한 이들은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의견이 다르다. 그런데도 한 가지 정도 모두 합의할 수 있는 대전제가 있다면 아마 암호화폐가 지금보다 더 주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물론 트위터라는 공간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암호화폐 트위터가 오염되고 비생산적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가장 큰 책임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전체가 나누어 져야 한다. 당장 필요한 논의를 생산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트위터상에서 아이디어는 더 많이 주고받되,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향한 비난과 욕설부터 줄여야 한다.

토론에 몰입하다 보면 암호화폐 자체의 잠재력을 간과하기 쉽다. 암호화폐 기술은 중개 없이 국경, 화폐, 이데올로기를 넘어 모두를 연결해준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의 많은 이들은 화를 내거나 비합리적으로 구는 경우가 많다. 힘을 합쳐 암호화폐를 주류로 밀어주는 대신 집안싸움을 벌이며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미래의 투자자나 사용자가 과연 암호화폐에 관해 왜 더 배우고 싶어 하겠는가? 왜 이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싶어 하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자신과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위해 우리부터 좀 더 예의를 지키며 커뮤니티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거창한 목표를 앞세우기보다 트위터에서 남을 배려하는 작은 실천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올해를 바람직한 암호화폐 트위터 원년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몫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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