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Getty Images Bank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영국의 선물 거래업체 크립토퍼실리티즈(Crypto Facilities)를 인수했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소 1억 달러, 우리돈 1,100억 원 정도를 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올해 들어 진행된 업계 내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크라켄 사용자들은 이제 국가 간 거래뿐 아니라 단일 플랫폼을 통한 암호화폐 선물 거래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크라켄의 CEO 제시 파월은 이번 인수를 “유럽 시장 진출의 신호탄”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유럽 시장 진출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를 받고자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이번 인수 덕분에 회사의 로드맵을 구현하는 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4년 설립된 크립토퍼실리티즈는 영국 금융감독원(FCA)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선물 거래업체다. 비트코인(BTC)과 비트코인캐시(BCH), XRP, 라이트코인(LTC), 이더리움(ETH) 등 각종 암호화폐에 대한 현금 기반 선물 거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CME CF 비트코인 기준가격(Bitcoin Reference Rate, BRR)을 산정해 CME(시카고 상업거래소) 그룹에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파월은 크립토퍼실리티즈를 인수함으로써 크라켄이 미국 내 선물 상품 거래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크라켄의 개발 인력은 100명을 넘어섰고, 자산 규모도 더욱 커졌다.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업체를 인수해 회사의 자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고 나서도 크립토퍼실리티즈의 CEO 티모 슐라이퍼는 소속만 크라켄으로 바뀔 뿐 CEO 직함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크립토퍼실리티즈 본사 및 비트코인 기준가격을 산정하던 자회사도 크라켄 그룹(Kraken Group) 산하의 독립 기업으로 유지된다. 이와 함께 총 25명의 크립토퍼실리티즈 직원도 그대로 남게 된다고 슐라이퍼는 덧붙였다.

파월은 “이번 인수를 통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서 크라켄이 우위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크라켄의 최종 목표는 가장 유동성이 높은 선물 거래소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과 슐라이퍼는 또 크라켄이 선물 거래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면 누구보다 크라켄의 고객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모든 거래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로 제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24시간 서비스 체제로 바뀔 예정이다.

슐라이퍼는 이어 “실시간으로 수익을 낼 수 있고, 밤이나 주말에 거래가 중단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도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며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 대신 고객의 투자금으로


파월은 이번 인수 결정을 거래소 고객들의 목소리에 집중해 이를 반영한 결과임을 거듭 강조했다. 크라켄은 현재 핵심 고객층을 따로 분류해 고객들로부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투자받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파월은 “앞으로는 벤처 자금을 유입하는 대신 사용자의 투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털에 더는 기대지 않기로 한 것은 그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사용자가 회사 자산의 대부분을 소유하는 것이 합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회사와 고객의 이해관계를 일치하게 꾸려가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

크라켄은 앞으로 수주에 걸쳐 이번 투자금 유치를 진행할 계획이며, 투자 후 회사 가치를 약 40억 달러(4조 4천억 원)로 설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은 현재 투자금 규모가 10만 달러가 안 되는 소규모 투자자들도 이번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파월은 이번에 마련된 자금으로 크라켄이 추가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올해 안에 적어도 한두 건의 인수합병이 더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크라켄은 기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지난달 말 첫 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과열된 시장에서 내세울 크라켄만의 무기


파월은 이어 크립토퍼실리티즈에 대한 이번 인수가 최근 급격히 과열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에서 크라켄에 어떤 의미가 될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그는 바이낸스(Binance)처럼 규제 기관과 가급적 부딪히지 않는 전략을 취해 온 거래소들의 빠른 성장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거래소는 미국이 아닌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규제 당국과도 소통하지 않는다. 또 은행과의 교류도 거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파월은 크라켄의 경쟁사로 룩셈부르크로 본사를 이전할 것으로 보이는 비트스탬프(Bitstamp)와 코인베이스(Coinbase)를 지목했다. 코인베이스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최근 유럽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했다. (크라켄은 미국 고객에게는 선물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파월이 기회 요인으로 생각한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현재 유럽에서 암호화폐 선물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업체인 크립토퍼실리티즈를 인수함으로써 크라켄이 비트스탬프나 코인베이스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크라켄은 파생상품 취급 업체 가운데 당국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유일한 업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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