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이미지=체이파트너스 제공.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이미지=체인파트너스 제공.

 

"우리는 체인파트너스 '업의 정의'를 블록체인 회사가 아니라, 크립토 파이낸스(암호화폐 금융) 회사로 정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가 지난 2월 한 강의에서 한 말이다. 실제 체인파트너스는 이때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토크노미아라는 ICO 자문사 등 일부 사업을 접었고, 자체 개발해 온 폴라리스 블록체인 개발도 종료했다. EOS 스캔으로 시작해, 2018년 6월 이오스(EOS)의 블록생성자(BP) 선거까지 나섰던 체인파트너스로서는 큰 결정이었다.

체인파트너스는 2017년 7월 법인 설립 후 1년 만에 약 14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암호화폐 거래소 데이빗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달 간의 논의 끝에 체인파트너스가 집중하기로 한 분야는 암호화폐 금융사업이다. 이미 업비트, 빗썸 등 암호화폐 거래소가 하고 있는 리테일(소매) 금융 보다 아직 열리지 않은 기관 금융을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체인파트너스는 지난 2월 기관금융사업팀을 신설하고 그 아래 리서치센터, 장외거래(OTC) 파트, 자문사업 파트를 배치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체인파트너스 사무실에서 표 대표를 만나 그의 구상을 들었다. 표 대표는 "2019년은 냉정해져야 하는 한해"라며 쉽지 않은 상황임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희망과 목표를 놓지도 않았다.

그는 "비트코인 수익률이 금에 비해 마이너스였던 기간은 10년 동안 올해까지 3번밖에 없었다"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르는 걸 우리는 봐왔다. 지금 준비하고 투자해야 다음 업턴(상승 국면)에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인파트너스가 여러 블록체인 사업을 접은 이유는 큰 경쟁력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올해엔 카카오, 네이버 등 IT 대기업들이 자체 블록체인과 댑(dapp: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본격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표 대표는 삼성전자에 이어 향후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암호화폐 지갑 기능 등을 서비스에 탑재하면서 스타트업의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금융 분야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표 대표는 "암호화폐가 금융자산으로 인정돼서 제도화 되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며 체인파트너스는 그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암호화폐 제도권 시장이 열릴 때 (펀드 운용 등에서) 증권사를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펀드에 담기는 암호화폐의 구매대행, 보관대행 업무를 맡는 게 (기술을 가진) 우리가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금융업은 정부의 인허가 제도에 따라 운영된다. 이를 위해 체인파트너스는 여러 나라에서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을 다룰 수 있는 금융 면허(라이선스) 취득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유럽의 몰타에서 암호화폐와 유로화(EUR)를 수신하고, 기관의 암호화폐를 수탁할 수 있는 면허를 받았다. 표 대표는 상반기 안에 다른 나라에서도 면허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체인파트너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암호화폐 은행이다. 표 대표는 "면허를 기반으로 한 합법적인 디지털 자산 상업은행이 되는 게 장기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여신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고도화된 기술로 만든 거래소 엔진도 있고, 수탁 솔루션도 있다"면서 "아직 기관 금융 시장은 안 열렸으니, 리테일 금융 시장으로 준비해서 기관 금융 시장도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이미지=체인파트너스 제공.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이미지=체인파트너스 제공.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2017, 2018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2017년을 돌아보면 우리 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 몰랐던 것 같다. 거기서 나오는 무모한 도전 정신이 꽃피던 시기였던 것 같다. 2018년은 좀 더 현실을 깨닫는 한해였다. 개인적으로는 EOS 선거에도 나갔지만 기대보다 빨리 (성과가) 오지 않았다. 그래도 회사니까 빨리 적응해야 했다.

ICO(암호화폐공개) 시장도, 지분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보는 시각이 과열이었다. 그런데 2018년 하반기부터는 많이 줄어서 투자 상황도 굉장히 부정적이다.

-2019년 블록체인 생태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2019년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가 정말 냉정하게 눈을 떠야 하는 한해가 돼야 할 것 같다. 오히려 개인 투자자나 시장 관찰자였다면 희망적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시장의 내부 참여자로서 더 냉정하게 볼 수밖에 없다. 어쨌든 나가야 하는 월급이 있고, 집행해야 하는 지출들이 있으니까.

-'크립토 겨울'이 길어질 것으로 보나?
얼마나 갈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비트코인 수익률 그래프를 보면 금보다 마이너스였던 기간은 올해까지 3번밖에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오르는 건 우리가 10년 동안 봐왔다.

사실 지금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 미국의 큰 암호화폐 회사들은 미리 준비했던 회사들이다. 그리고 2016년 '업턴(상승 국면)에 확 성장했다. 이 시장에 믿음이 있는 투자자들이나 기관들은 지금이 좋은 회사에 투자하거나 만들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블록체인 시장에서 구글같은 회사가 생길 거라고 보나? 아니면 구글같은 IT 대기업이 블록체인 시장에 들어와서 장악할 것으로 보나?
블록체인은 기존의 IT 회사들이 들어와서 할 것 같다. 블록체인 쪽은 아직 이용자가 없다. 근데 구글, 페이스북같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블록체인 서비스를) 강제로 쓰게 할 수 있다.

손전등처럼 예전에 인기있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들이 시간 지나면서 애플 iOS에 내장됐다. 어느 시점이 되면 삼성처럼 모든 기기가 암호화폐 지갑을 내장할 거다.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가 암호화폐 지갑을 내장하면 전 세계 모든 안드로이드폰에서 쓸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수탁을 할 수 있는 건 구글과 애플이다.

대형 사업자들이 그런 기능을 제공할수록 스타트업들이 만드는 건 어려워질 거다. 결국은 기기나 OS 플랫폼들로 다 수렴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디지털 자산쪽은 그 회사들도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새로운 회사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이 시장에선 바이낸스 같은 회사가 새로운 대기업 후보들이다.

-암호화폐가 금융자산으로 인정돼서 제도화될 것으로 보나?
맞다. 분명히 올 것이다.

-한국 정부가 먼저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이 먼저 해야 다른 나라들도 따라 갈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미국은 이미 시작했다. (뉴욕주의) 비트라이선스가 선진적인데, 2013년 암호화폐 가격 상승으로 등장한 코인베이스 등이 로비한 결과 2, 3년 걸려서 만들어졌다.

그런 계기가 있어야 면허가 생기는 것 같다. 2017년 가격이 올라가서 일부 나라는 규제, 제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여러 나라에서 하나 둘씩 면허가 생길 것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2017년 업턴을 주도한 나라라서 정부가 너무 데였다. 오히려 에스토니아, 몰타 같은 작은 나라들은 금융이 약했는데 디지털 자산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심지어 아프리카 국가들도 바이낸스와 제휴 맺고 있다. 이게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한국도 언젠가 될 것이다.

-암호화폐 자산 시장에서 체인파트너스의 계획은 무엇인가?
장기적으로는 여신을 해야만 한다. 고객 자산을 바탕으로 금융을 하려면 암호화폐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거래소와 지갑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암호화폐가 제도화되면 업비트, 빗썸은 금융업으로 나갈 것이다.

체인파트너스는 리테일 사업을 하는 거래소들이 안 하는 기관 금융(OTC, 어드바이저리, 리서치)을 하고 있다. 시장이 열리면 필요한 걸 우리는 이미 다 하고 있다. 리테일도 있어서 아직 거래량이 적지만 고도화된 기술로 만든 거래소 엔진도 있고, 수탁 솔루션도 있다.

이런 기술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관 금융을 하기 어렵다. 장사는 우리보다 증권사가 더 잘 할 것이다. 펀드를 만들고 판매하는 건 기존 금융사가 할 영역이다. 오히려 그런 펀드가 비트코인을 담기로 했을 때 구매대행, 보관대행해주는 게 우리 기관 금융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아직 시장이 안 열렸으니 리테일로 준비를 하고 있다. 결제 서비스, 거래소, 지갑도 있다. 나중에 기관 시장이 열렸을 때 '우리는 다 준비되어 있으니 여러분은 영업만 하면 됩니다' 그런 생태계를 준비하는 거다.

-미국의 컴벌랜드 같은 회사가 되려는 건가?
컴벌랜드는 리테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넓다. 은행은 개인, 기관도 모두 상대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디지털 자산을 취급하는 은행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양쪽 다 필요하다. 개인 자산을 빌려서 기업에게 빌려줄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암호화폐가 제도화되면 기존 금융기관이 그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럴 수도 있지만 기술이 필요해서 기존 금융업체가 직접 하기엔 까다롭다. 외국에서도 골드만삭스가 서클에 투자하고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백트를 만들듯이 자회사나 조인트 벤처를 만든다. 전통 금융기관은 서비스 인력이 대부분인데 이 분야는 기술 인력도 필요해서 제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이미지=체인파트너스 제공.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이미지=체인파트너스 제공.

 

-금융은 면허 사업이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해주고, 법도 바꾸려면 5년 이상은 걸릴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리테일을 하는 거다. 이게 면허 사업이라서 오랫동안 얼굴을 알린 회사가 유리하다. 우리는 벌써 2년 가까이 됐기 때문에 제일 앞서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기업 중 체인파트너스는 해외 디지털 자산 면허 취득에서 가장 앞서 있다. 예를 들어 빗썸은 해외 진출한다지만 실제 면허 받은 곳은 거의 없다. 오랫동안 공들어서 준비한 업체가 일정한 영역을 안전하게 차지할 거라고 본다.

이제 2016, 2017년처럼 예상치 못한 개인 시장의 광풍을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훨씬 더 합리적으로 천천히 올 것 같다. 합법적으로 수신, 운용을 준비하는 업체가 다음 업턴에서 더 큰 기회를 얻을 거다. 마치 비트라이선스를 가진 코인베이스, 서클만이 월스트리트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면허를 기반으로 한 합법적인 디지털 자산 상업은행이 되는 게 장기 목표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집의 배치를 바꾸고 가구를 빼고 있다.

-체인파트너스는 몰타의 면허가 있는데 다른 곳도 준비하나?
상반기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비트라이선스는?
그것도 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서클이 비트라인스 딸 때 함께 일한 이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펌이 있다. 그 회사가 유일하게 같이 일하는 한국 회사가 우리다. 그 회사의 레퍼런스 체크를 통과하려면 줄 서 있는데 한국 회사 중에 우리가 제일 앞서 있다.

-비트라이선스를 받으면 무엇을 할 수 있나?
월스트리트의 사모펀드가 숏을 치려면 암호화폐를 빌려가야 하는데 그럴 때 합법적으로 빌려줄 수 있다. 코인베이스, 서클은 빌려주기도 하고 거꾸로 빌려오기도 한다.

-환전 사업이 유망하다고 말했는데 체인파트너스는 할 생각이 없나?
준비하고 있다.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환전하려면 면허가 필요하다. 추진 중인 면허를 몇군데서 받으면 그때 공개하려 한다. 예를 들어 삼성 암호화폐 월렛에서 '원 클릭'으로 환전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그런 걸 구상하는데 여기도 저기도 오래 걸려서 우리도 답답하다.

-환전소와 거래소의 차이는 무엇인가?
앞으로 산업이 좀 더 세분화되면 역할이 좀 더 구분될 것이다. 지금은 암호화폐가 투기용이지만 진짜로 실생활에서 사용되면 환전 수요가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테라 사용 촉진을 위해서 테라 통한 결제를 5% 할인해주면 환전 수요가 생길 것이다. 환전소는 실제 쓰이는 상품권같은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거래소는 좀 더 투자 자산을 거래하는 영역이 될 것이다.

코인덕이 환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5분 정도는 고정 환율로 정가에 거래할 수 있다. 5분 동안은 리스크가 환전소에 있으니 많은 양을 바꿀 때는 거래소보다 훨씬 안전하다.

-근데 거래소가 환전 기능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그럴 것 같다. 놓칠리가 없다.

코인덕이 삼성 갤럭시S10에 6개월 먼저 입점해도, 가격 차이가 별로 없으면 미국에서 유명한 코인베이스를 찾아갈 수 있다. 그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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