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안토노폴러스. 이미지=김외현 기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러스. 이미지=김외현 기자

 

블록체인 입문서로 알려진 '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스는 전 세계를 다니며 비트코인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4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안토노폴로스는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한국은 사실 암호화폐가 필요없다"고 말했다.

안토노폴러스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암호화폐를 사용하려는 목적은 다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대신 그는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같은 곳은 기존 금융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아서 암호화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토노폴러스는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범죄 온상이고, 정부와 범죄가 결탁되어 있다면 암호화폐가 필요할 것"이라며 개도국의 상황을 소개했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수년간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법정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경제불안에 이어 부정부패 등도 빈번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은 편이다.

그는 "부동산 소유권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건 남미, 남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등기소가 제대로 작동하고 시스템이 오염되지 않은 한국과 미국에서는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러스. 이미지=김외현 기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러스. 이미지=김외현 기자

 

안토노폴러스는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인터넷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은 두 단계에 거쳐 도입됐다"면서 "인터넷이 팩스를 대체하는 게 1단계라면, 인터넷이 팩스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게 2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블록체인은 금융시스템을 대체하려고 시도 중이고, 향후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2단계로 진입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하려는 건 기존 시스템을 유사하게 모방하되 중개자를 없애는 것"이라며 퍼블릭 블록체인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블록체인은 1단계에 도달하지도 못했다고 봤다. 그는 "지금 암호화폐 결제는 비자카드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불편하다"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과 똑같은 결제 시스템을 갖추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며,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많은 것들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년 전만해도 (암호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 코인을 대출받는) 다이(DAI)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잘 작동하지는 않지만 이런 인프라들이 쌓여서 더 큰 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의 중앙화된 금융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 시점에 도달했을 때만 한국에도 암호화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노폴러스는 향후 블록체인을 통해 1달러 미만의 소액결제 시장이 열리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상적인 결제에는 암호화폐가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점, 벤더, 소비자 모두가 암호화폐를 원해야 한다"면서 "세금과 회계처리가 거의 불가능한 암호화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형토큰발행(STO)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증권법을 위반했는데도 감옥에 가지 않는 방법으로, 증권발급에 약간의 개선을 한 것"이라며 "혁명적이지 않고 재미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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