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브라운. 이미지=김외현 기자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코다(Corda)를 만든 R3에 대해서는 ‘재단’, ‘연합’, ‘연맹’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R3와 코다의 독특한 위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R3 CTO 리처드 브라운은 가장 적합한 표현이 뭐냐는 물음에 ‘기술 기업’을 꼽았다. 다만, 처음부터 기술 기업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인터뷰는 4일 오후 2회 분산경제포럼(Deconomy 2019) 행사장에서 이뤄졌다.

 

-R3는 어떻게 시작했나?

“2015년 10월 세계 최대 규모의 은행 5곳과 협력하는 ‘콜라보’로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무엇이며, 그 바탕의 기술은 무엇인지, 금융서비스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암호화폐가 주제는 아니었다. 그걸 제외하니, 블록체인은 누군가 컴퓨터에서 보는 화면과 경쟁사, 고객, 파트너 등의 컴퓨터에 나타난 화면이 똑같아지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게 가능하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비트코인은 이같은 블록체인의 원리로 작동하지만, 우리가 갖게 된 물음을 해결해주진 못했다. 그래서 코다를 만들게 됐다. 기술 기업이 된 것이다. 그뒤 수백 개 기업이 코다를 쓰게 됐다.”

-코다를 소개해달라.

“오픈소스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범용으로 사용될 수 있어서, 금융, 보험, 헬스케어, 정부, 에너지 등 어느 산업에서든 가능하다. 애초 은행들과 더불어 시작하다보니 처음엔 금융에 집중했지만, 쓰임새가 확장될 수 있겠다는 조언을 듣게 됐다. 시장 참여자들이 코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같은 화면을 볼 수 있게 한다면, 쓸 곳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개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다른 커뮤니티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을 좋아한다. 퍼블릭 메일도 있고, 슬랙 채널도 있다. 중국 커뮤니티를 위해 위챗 그룹도 운영중이다. 비공개를 지향하는 여타 기업용 블록체인과는 다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 그러려면 무수히 많은 개발자들이 필요하다. 코다가 오픈소스 정책을 취하고 비교적 쉬운 자바 언어로 만든 것도 더 많은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실제로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과정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개발자, 스타트업, 컨설턴트 등에게 코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용을 권한다. 고객들이 맞는 플랫폼이 있을지는 코다를 쓰고 있는 기업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제안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코다를 무료로 제공하면 R3는 어디서 수익을 얻나?

“R3의 비즈니스 모델은 유료인 상용버전이다. 상용버전을 쓰면 데이터베이스, 방화벽 등 특정 기능을 갖추고 주 7일 2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오픈소스와 호환이 가능하다.”

-코다 무료버전과 상용버전 이용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

“상용버전 고객 수는 아직 공개한 적이 없다. 무료버전도 오픈소스여서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어느 기업이나 단체가 코다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블록체인 관련 기사에 더러 나오는데, 우리는 모르는 일인 경우가 많다.”

-R3는 최근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난 2월 코다 버전4가 런칭했다. 계약 업데이트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 코드에 버그가 있을 때 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수정이 힘들다.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코다 버전4는 업데이트가 쉽다. 또 방화벽 기능을 갖춘 코다 엔터프라이즈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유럽 보험 컨소시엄인 B3I가 하이퍼레저에서 코다로 시스템을 변경하고, 미국 보험 컨소시엄인 리스크블록이 코다를 채택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위스증권거래소도 차세대 디지털거래소를 준비하면서 오랜 평가를 거쳐 코다를 선택했다.”

-기업용 블록체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퍼블릭 블록체인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기업용 블록체인은 몇 개의 플랫폼으로 수렴될 것이고, 코다는 그중 하나일 것이다. 시장이 여러 개의 플랫폼을 수용할 여력이 안 된다. 코다는 오픈소스로 성공했다는 의미가 크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모든 자료를 모두에게 공개하지만, 코다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 사업 거래를 했다고 굳이 옆집에 알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거래 참여자들의 결정에 따라 필요한 이들에게만 공개하는 방식을 취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비싸고 느리고 규제 등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코다는 블록체인이 아니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기술자들끼리나 하는 얘기다. 블록체인 맞다. 다만, 거래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정보를 배치로 만들어 블록화해서 전달하는 블록체인과는 기술적으로 약간 차이가 있다.”

-어떻게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됐나?

“IBM에서 일하던 시절 ‘이코노미스트’의 한 단락이 내 눈길을 붙잡았다. 비트코인이 10달러에 이르렀다는 내용이었는데, 기술과 경제가 어우러졌다는 게 흥미로왔다. 백서도 찾아보고 염두에 두고 있었다. IBM에서 은행을 상대하는 일을 많이 했는데, 그 경험을 살려서 은행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을 알리는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고 기업용 블록체인의 세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2015년 R3 설립자 데이비드 러터가 그걸 현실로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했다. 은행을 5곳만 설득해서 오면 나도 IBM을 그만두고 함께하겠다고 했다. 러터는 곧 전화를 걸어와 5번째 사인을 받았다고 했다. 내가 러터와 계약서에 사인할 때엔 이미 12곳이 참여를 결정했다.”

-한국의 은행과 기업들은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

“한국의 많은 은행이 적절히 설계된 코다를 사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컨설턴트 등 다른 업체들을 참여시켜 생태계를 키우는 게 목표다. 코다는 잘 만들어졌고 개발자들이 좋아하는 플랫폼이다. 사업가들이 자신이 데리고 있는 최고의 개발자에게 코다를 들여다보라고 지시한다면, 개발자들은 아마도 무척 만족스러워 하면서 돌아올 것이다. 도움이 필요할 땐 partner@r3.com으로 연락하면 어떤 도움이든 줄 수 있다.”

 

김외현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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