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중앙화 큐레이션·유료구독...스팀잇이 살 길은?
정승원의 '울룩불룩 블록체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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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
정승원 2019년 4월18일 08:00


지난 '누구나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내리막이 시작된다' 편에서 스팀잇 보상모델의 여러가지 한계에 대해서 설명했다. 애초에 스팀잇이 꿈꾸던 Proof-of-Brain이란 이상향은 인간의 이기심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다. 실명이면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모를까, 익명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인간은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죄수의 딜레마에 의해 PoB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스팀잇과 같은 탈중앙화 PoB 방식은 절대 불가능하다. 아래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저자와 수익이 배분되는 광고 도입 및 중앙화된 큐레이션이 현실적 대안이다. 즉 적절한 중앙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광고 역시 일정 규모에 이르면 모든 광고를 허용할 수 없다. 광고는 그 자체가 일정 수준의 중앙화를 의미한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진정한(?) 위임지분증명 블록체인 소셜미디어?


근래 스팀잇에서 유행하는 현상 중 하나는, 댑에 스팀파워를 임대해 토큰을 지급받고 또 그렇게 모인 스팀파워로 임대자에게 보팅을 해주는 것이다. 대개는 댑 자체 계정의 글에도 보팅을 하므로 임대자에 대한 보팅은 1일 10회 셀프보팅의 수익보다 적다. 그러나 글을 쓰지 않는 고액 임대자들이 포함되면서 오히려 셀프보팅보다 수익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수익은 결국 줄고 있지만 과거 눈치가 보였던 과도한 셀프보팅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보니 앞으로도 이런 형태는 스팀잇 보팅의 대세가 될 것 같다.

필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스팀잇이 이제 보상 측면에서도 위임지분증명(Delegated Proof-of-Stake)이 되어간다고 (농담삼아) 말한다. 농담 같지만 현실이다. 이젠 정말 자신이 소유한 지분만큼 보상을 받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눈치봐가며 셀프보팅을 하루 10번 하기는 힘들고 보기에도 안 좋다. 그러니 댑에 임대해서 편하게 10번의 보팅을 몰아서 받는다. 글의 퀄리티나 내용같은 것은 상관없다. 댓글 역시 급격히 줄어든다. 과거에는 이웃들을 방문하면서 보팅을 했다면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사실 방식이 어떻든 과도한 셀프보팅을 싫어하는 유저들도 많다. 걔중엔 겉으로는 선한 척하면서 생각이 좀 다르다고 막대한 스팀파워로 다운보팅까지 일삼는 계정들도 있다. 합리적 비판이나 의견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수 없다. 그런 유저들에게까지 보팅 좀 받자고 잘 보이려는 모습 등이 보기 싫어서 떠난 유저도 많다. 탈중앙화 익명 커뮤니티이지만 결국 자본에 의한 중앙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상 어디에나 부조리는 있다. 탈중앙화 블록체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제 과거와 달리 사람들도 블록체인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은 스팀잇 토큰 이코노미가 제대로 동작할 수 없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점이다. 저자 대 큐레이션 보상 비율같은 것 역시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외부와의 단절


이미지=Getty Images Bank


 

물론 필자는 과도한 셀프보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글의 주제가 다 다를진대 좋은 글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편의상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는 글을 “좋은 글”이라고 하자.

스팀잇 토큰 이코노미의 문제점의 본질을 보기 위해 ▲좋은 글이 많이 올라오고 ▲PoB의 철학대로 행동하는 유저들이 절대 다수이고 ▲그런 유저들이 계속 늘어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과연 스팀잇, 스팀 암호화폐의 가치는 올라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하루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보상풀은 한정되어 있다. 스팀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상 유저가 많아지면 오히려 개인당 보상이 줄어든다. 물론 암호화폐 투자 열풍 때라면 가능하다. 많은 유저수가 스팀 가격을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스팀 토큰 이코노미의 진정한 문제는 제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받을 수 있는 수익이 내부 공급, 즉 자체 암호화폐 발행에서만 나온다는 것이다.

스팀잇에 정말 좋은 글이 올라왔다고 가정해보자. 원래 알려진 필자이거나 어떻게 글이 잘 발견됐다면 그럭저럭 보팅을 받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 글이 외부에도 공유가 되어 조회수 100만이 되었다고 해보자. 그래봐야 보상은 스팀잇 유저들이 보팅을 해준 게 전부다. 글이 너무 좋아서 오랜기간 마르고 닳도록 읽혀도, 보상은 1주일이 지나면 더 늘지 않는다.

물론 1주일이라는 기간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스팀 생태계 밖에서 내부로 자금이 유입되는 길이 스팀을 구매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다단계 금융사기와 다를 바가 없다. 끊임없이 누군가 스팀을 사줘야 스팀 가격이 오른다. 이런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이제 모두가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스타작가가 들어오기 힘든 구조


다른 미디어에 글이나 영상을 올리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 작가를 가정해보자. 전문지식을 갖추어 정보나 분석글을 쓰는 전문가일 수도 있고,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대중작가일수도 있다. 이들은 이미 수입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는 모습이 부담이 되는 전문직이라면, 정말 큰 보상이 아닌 바에야 보상만을 이유로 움직일 리 없다. 그런 부담이 적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어느 쪽이건 스팀잇에서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종종 유명인이 스팀잇에 글을 쓰는 경우가 있다. 처음엔 엄청난 환영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바쁜 사람들이다. 답례 방문은 고사하고 댓글에 대답도 못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럼 머지않아 해당 인사의 글에 보팅이 급감한다. 제아무리 유명해도 교류가 없이는 큰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 글이 많이 읽히는 것은 분명한데도 말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이들에겐 엄청난 금액이 아닌 이상 보상이 사실 의미가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나름 전문가고 유명하므로, 스팀잇에선 남보다 초라해보이는 보상을 받으면 민망해서라도 글을 쓰기가 어렵다. 실제 그런 이유로 관두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또 자신의 블로그에 악플이 달려도 지울 수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탈중앙화 철학 때문에 자신의 블로그를 정작 자신은 컨트롤할 수가 없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각종 어려움을 각오해야 하는데 보상까지 한정적이니, 재능기부가 아니라면 당연히 좋은 작가의 유입이 쉽지 않은 구조다.

 

현실적 해결책: 광고 수익과 중앙화된 큐레이션


구글과 페이스북의 공통점 하나는 두 회사 모두 90%이상의 매출을 광고에서 얻는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매출액은 수십조가 넘고, 구글은 100조가 넘는다.

이렇게 막대한 광고 수익을 모조리 포기하고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불가능한 것이다. 암호화폐 호황장 탓에 잠시동안 광고 없이도 가능할 거란 착각에 빠져있었던 것 뿐이다.

현재는 스팀잇도 직원 70%이상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메인 사이트에 일부 광고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스팀잇 회사가 광고수익을 전적으로 가져간다. 스팀잇 사정이 어렵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유저는 거의 없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저자에게도 보상이 나누어져야 할 것이다.

실제 포스팅에 광고를 끼워넣는 서드파티 앱도 생겼다. 하지만 포스팅 자체에 광고를 직접 삽입하는 형식이어서 여러 불편함을 비롯해 포스팅 권한을 위임해야하는 보안 문제가 제기된다. 여기에 스팀잇 활동 감소에 따른 광고 수익성 악화와 더 나은 보상을 주는 댑의 출현 등 탓에, 초반의 호응 이후 지금은 다소 시들해진 상황이다. 아쉽게도 현재의 스팀블록체인은 포스팅 광고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 기능에 최적화돼있지 않아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최대 관건이다.

 

중앙화된 큐레이션


스팀잇에 글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상에 민감하다. 보상이 있는 곳에 글이 있다. 맛집 리뷰에 보팅을 해주면 맛집 리뷰가, 여행기에 보팅을 해주면 여행기가 많이 올라오는 곳이 스팀잇이다. 즉 어떤 주제의 좋은 글을 보려면 누군가가 해당 주제에 많은 보팅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앞서 이미 탈중앙화로는 불가하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중앙화된 큐레이션이 필수적이다. 광고가 도입되면 더 큰 의미가 있을 일이다. 지금도 스팀잇에서 대형 큐레이션 보상을 제공하는 곳들은 사실상 대부분 스팀 재단에서 스팀파워를 지원 받는다. 그보단 작지만 여전히 많은 유저들에게 도움이 되는 보팅을 해주는 고마운 분들도 있다. 하지만 더 큰 규모로 진정한 외부 기업이 큐레이션에 나서는 경우는 없다. 냉정히 말해 그만큼 홍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중앙화된 큐레이션의 필요성은 실제 사례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Witness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은 스팀잇 전체를 통틀어 보팅봇이나 기타 각종 우회셀프보팅을 제외한 글 중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은 글이다. 큐레이션 보상을 제외하고 필자에게 주어진 보상은 대략 10만원 수준이다. 역시 봇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유저의 한달치 보상보다 큰  액수이다. 이런 보상이 가능한 것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관련 글을 후원하는 '유토피안'이라는 큐레이팅 프로그램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압도적 금액을 보팅해주니 관련된 좋은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물론 이 역시 스팀 가격하락으로 절대적으로는 아주 큰 금액이 아니어서, 사실 좋은 유토피안 포스팅을 할 능력이 되는 작가로서는 여전히 재능기부에 가깝다. 글의 종류(분석글, 개발글, 버그리포팅, 번역 등)에 따라 최대치가 다르지만, 10만원도 좀 예외적이고 나름 괜찮게 쓴 글은 편당 3-5만원 수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스팀가격에 따라 이 금액은 매우 유동적이다.

참고로 '유토피안'의 경우 글 내용은 스팀잇에 관한 내용이 아니어도 된다. 분야별 기준은 있지만, 수많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지원해준다. 예를 들어 자신이 개발하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올리면 보상을 해준다. 아니, 내가 내 프로젝트 하는데 보상을? 그야말로 유토피아다. 한국 유저에게 유일한 단점은 영어로 글을 써야한다는 점이다. 글에 대한 평가를 댓글로 남기는 리뷰어도, 웬만한 사람이 쓴 일반적인 글보다는 많은 보상을 받는 편이다. 물론 여전히 절대적으로는 작아서 리뷰의 퀄리티가 꼭 좋지만은 않다. 오픈 소스에 대한 지원답게 보람으로 하거나 주로 저소득층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꼭 블록체인이라서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적지 않은 보상이 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유용한 실사용 사례라 할 수 있다. 뜻있는 한국 기업이나 재단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어쨌건 현실은 스팀잇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보상이 10만원 수준이다. (물론 보팅봇 등을 써서 몇십만원 정도 되는 것처럼 보이는 글은 매일 여러개 올라온다.) 매일 그런 글을 쓸 수도 없지만 쓴다해도 월 300만원. 인기작가가 수익만 보고 현재 스팀잇에 들어올리 만무한 수준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광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큐레이션에 중앙화가 필요한 이유는, 좋은 글을 발굴한다는 것은 글을 쓰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많이 읽어야하니 인건비가 안나온다. 광고를 통해 정말 수익을 낼 수 있는 인기 작가들이 유입되고, 그 작가와의 협업이나 지원 등 홍보효과를 위해 기업형·재단형 큐레이터가 들어와야 한다.

 

탈중앙화의 대안?


앞의 현실적 해결책은 모두 중앙화에 기반한다. 여전히 순수 탈중앙화의 철학을 못 버리겠다면 일부 보완책은 있다. 바로 유료 구독 모델이다. 마치 웹툰 미리보기나 아예 유료 웹툰과 같이 돈을 낸 사람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지 현 스팀 블록체인에서는 구현이 간단하지 않을 뿐이다.

 

맺음말


스팀은 등장할 당시 독보적 존재였다. 지금도 블록체인 댑랭킹의 최상위권은 거의 모두 스팀 블록체인 기반 댑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호황기 때 중요한 시기를 보내면서 너무 안주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 광고는 중앙화의 산물이다. 재단 보유 스팀을 현금화해서 중앙화된 기업의 클라우드 솔루션 사용비를 내는 것은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중앙화된 광고를 허락하고 게다가 그 수익을 현금으로 받는 데는 무척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70% 대규모 감원 때 나온 고육지책일지언정 이제라도 그런 고집을 버리고 일부 광고가 도입된 것은 매우 긍적적인 변화다.

물론 스팀잇이라는 소셜미디어는 스팀 블록체인의 한 댑일 뿐이다. 실제 이미 스팀잇이 없더라도 동작하는 댑들이 제법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블록체인에 견주면 스팀잇이 스팀 블록체인의 강점이자 약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스팀 기반 댑들의 사용기를 올리고 서로 대화를 나누고 보상도 받을 수 있는 공동의 존재는 분명 큰 강점이다. 스팀잇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앞으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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