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글을 쓴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는 선물과 옵션 시장을 규제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내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남기는 마지막 발언이 될 것이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내 생각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CFTC 위원장으로 보낸 지난 5년은 내게는 큰 특권이었다. 5년간 나는 미국의 농부, 목축업자, 생산자, 에너지 기업을 비롯해 CFTC가 규제하는 시장에 의존하는 상품과 선물 사용자들이 당면한 여러 문제에 관해 정말 많이 배웠다.

또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관련이 있는 가상화폐, 분산원장기술, 핀테크 등 다양한 문제를 다뤘다. 위원장으로 근무할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한다. 특히 야심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나를 “암호화폐 대부(#CryptoDad)”라고 불러준 것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2014년에 취임해 위원회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수많은 문제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내가 처음 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CFTC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를 포괄적으로 개혁하는 내용을 담은 도드프랭크법안(Dodd-Frank) 시행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당시에는 CFTC가 가상화폐, 분산원장 기술, 핀테크 등을 다루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위원장으로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비난을 불식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현재 규제 기관은 몇 가지 어려움에 당면해 있다. 기술은 폭발적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전통적인 기업, 기관의 사업모델은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거래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변화하는 기술을 이해하고 따라잡는 능력, 빅데이터를 다루는 능력도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CFTC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비롯해 급변하는 시장과 기술 발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초석을 마련했다.


  • ‘빠른 성장 마인드’를 통해 급진적인 기술 혁신과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을 예측한다.

  • 자율규제기관과 시장 중개인에 의존하지 않고 탈중앙화 블록체인과 네트워크 등 여러 데이터 소스에서 독립적으로 시장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계량적인 분석 능력을 갖춘 규제기관’으로 거듭난다.

  • CFTC는 암호화폐 자산 기반 선물 상품이 출시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기술 혁신의 가치를 매기기 위해 ‘시장 기반 솔루션’을 도입한다.

  • 핀테크 분야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생겨나는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혁신과 규제 간의 긴장감을 조절하기 위해 내부 핀테크 기관을 설립한다.


 

변화의 속도


코인데스크 독자들에게는 21세기의 디지털 변화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미 그 변화를 주도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의 변화하듯 세계의 거래 시장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인간에서 알고리듬 거래로, 독립적인 센터에서 상호 연결된 거래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시장의 투자와 위험을 거래하고 분산하는 방식에 심오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CFTC가 효과적으로 규제를 집행하려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나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규제는 구식이 되거나 효과가 없어져 버린다. 지난 5년간 이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나는 CFTC가 시장을 디지털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CFTC는 디지털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LabCFTC라는 계획을 출범했다. 시장을 혁신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려는 목적이었다. 2년 전에 출범한 LabCFTC는 변화를 선도하는 이들과 250회 이상 독자적으로 교류했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에서 텍사스의 실리콘 힐스까지, 런던의 사우스뱅크에서 싱가포르 센터까지 혁신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회의를 열고 의견을 나눴다.

기술 발전의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LabCFTC는 대신 새로운 기술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내부적으로는 기술 혁신을 직원이나 다른 규제 기관에 설명하고 기술의 채택을 장려한다. 외부적으로는 기술 변화와 시장의 진화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동시에 든든한 혁신의 길잡이가 된다.

자랑스럽게도 LabCFTC 덕분에 다른 규제 기관들도 비슷한 부서를 만들거나 캠페인에 뛰어들었다. 현재 미국의 연방 금융 규제 기관들은 거의 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발족했거나 준비 중이다.

몇 주 후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사망 500주년이다.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인 다빈치는 예술과 건축, 발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다빈치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했던 교육과 학문의 시대였다. 나는 우리가 다시 한번 그러한 시대를 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빅데이터, 분산원장, AI 등 기술 혁명의 중심에는 대담한 아이디어가 있다.

새로운 기술은 데이터를 표준화해 시장 참여자와 규제 기관에 제공할 것이다. 이로 인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또한 국제 무역, 자선단체, 보건, 사회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자유시장의 이상을 향한 걸음


나는 우리가 거의 변화의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곧 혁신을 통해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던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해결 방안을 고민할 때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이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이상이란 정치적인 개입이 없는 개방 경쟁 시장과 자율적인 기업, 개인의 선택, 자발적인 거래, 개인과 재산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있을 때 포괄적인 번영이 지속된다는 생각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자유시장과 혁신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 규제를 받는 질서 정연한 거래 활동은 인간의 자기 표현과 경제 발전의 도구이다. 시장에서 활동할 자유는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자유다. 수십억 명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이 결정이 모여 인류의 미래를 결정한다.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고통과 억압의 원천이 아니라 해독제이자 전 세계의 빈곤을 퇴치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훌륭한 도구다.

시장이나 기업에 대한 정치적 통제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정치적 통제는 지금껏 여러 번 시도되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통제는 인간의 자유와 사회를 파괴한다. 개인과 가족으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정부와 고위 관료들에게 나눠준다. 선택된 소수가 다수를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해준다.

혁신가들에게 통제는 꿈을 파괴하는 일과도 같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자유시장은 당연한 선택이다.

우리 모두가 자유시장에 대한 신념을 되새겨보면 좋겠다.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자. 긍정적인 정책, 규제 기관의 관리·감독, 민간 부문의 혁신에 더해 조금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기술과 국제 무역은 시장이 바른길로 진화하도록 이끌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경제가 인간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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