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180 블록체인 개발팀장 김효준씨(사진 왼쪽 다섯번째)는 중학교 1학년이던 2012년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앱 개발 스튜디오 '디블러'를 창업했다. 출처=김효준

김효준(21)씨가 개발을 처음 접한 건 10살 때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만지는 걸 좋아했다. 할 거면 제대로 해 보라는 부모님 권유에 정보올림피아드 출전을 계기로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앱 개발 스튜디오 '디블러'를 창업했다. 때는 스마트폰이 보급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앱 개발로도 돈을 벌 수 있었던" 2012년이었다. 디블러가 개발한 미세먼지 농도 측정 앱 '먼지가 되어'는 구글플레이 이용자 30만명이, 클라우드 활용 알람 앱 '알람매미'는 4만명이 다운로드 받았다. 서비스 유료화를 통해 적게나마 매출도 냈다.

디블러가 개발한 미세먼지 농도 측정 앱 '먼지가 되어'는 구글플레이에서 30만명이 다운로드했다. 출처=김효준

7년이 지난 지금, 김효준씨는 ab180에서 블록체인 기반 개인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에어블록 프로토콜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대학은 세 학기 다니고 휴학한 상태다. 언젠가는 학업을 이어가야겠지만, 그는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김효준씨는 오는 27일 이드콘에서 에어블록 프로토콜 개발기를 발표한다. 3년전 ab180에 초창기 멤버로 합류해 에어블록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수차례의 피벗(pivot, 전략 전환) 경험을 공유한다.

-에어블록 프로토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에어블록의 모토 중 하나는 '인터넷 오브 데이터'다. 다양한 앱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모아 사용자의 통합 데이터 프로필을 만들어서, 사용자의 동의와 통제 아래 데이터가 거래되는 생태계를 만들려 한다. 사용자는 데이터 제공으로 보상을 얻고, 데이터를 공급자와 데이터 소비자는 GDPR 등 프라이버시 관련 규제 아래서 적법하게 거래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에어블록 프로토콜 초기 설계 당시 이더리움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는?

"이오스 등 다른 후보도 있었다. 이더리움은 공부하면 할수록 탈중앙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든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단 없는 월드 컴퓨터(an unstoppable world computer)'라는 슬로건을 썼던 이더리움 1.0이 무중단성만을 강조했다면, 이더리움 2.0은 암호경제학을 포용해 좀 더 탈중앙화와 블록체인의 본질을 추구한다. 이더리움에는 탈중앙화를 절대 희생하지 않으면서 확장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타협 불가' 철학이 있다."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왜 중요한가?

"수학계만 보더라도 난제 하나가 주어졌을 때 그걸 풀어내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 성과가 나온다. 그 과정이 알게 모르게 해당 분야 전체를 이끌어 준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다. 탈중앙화를 놓지 않고 확장성을 개선한다는,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따라 힘들게 연구하고 있지만, 그 연구 성과로 인해 이더리움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전반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비단 에어블록이라는 플랫폼 설계자가 아니라 그냥 한 명의 개발자로서, 이더리움의 도전 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김효준 ab180 블록체인 개발 팀 리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에어블록 프로토콜이 풀어야 했던 가장 큰 난제는 뭔가?

"신뢰비용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문제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가 확장성 문제다. 그런데 나는 확장성 문제보다는 비용 문제라고 부르고 싶다. 확장성은 결국 트래픽이 어느 정도 많이 나오는 댑들이 걱정해야 하는 문제이고, 소규모 댑 입장에선 그보다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전체의 1%에 불과한 비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야 한다. 에어블록은 초기 사이드체인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당시 사이드체인 기술이 아직 기술적으로 성숙하지 않았고, 또 사이드체인 운영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는 걸 실전에서 깨달았다. 예를 들여 오미세고의 플라즈마체인 MVP의 경우도 한달에 수백 이더의 가스비를 소모해야 했다."

-그래서 피벗을 결정했나?

"그렇다. 플라즈마를 연구하던 중 아이디어를 얻어 '매스 데이터 프로토콜(mass data protocol)'을 설계했다. 이중 스파크 머클트리 구조를 통해, 아무리 많은 양의 데이터를 올려도 블록체인에는 오직 32바이트 크기의 머클루트 값만 올리도록 설계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는 블록체인에 최소한의 정보만 올리다 보니, 오프체인 데이터를 이용자가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이용자가 '데이터 컨트롤러 노드'에 권한을 위임하도록 해 해결했다. 두번째는 블록체인에 올리지 않은 데이터의 진위 여부 검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데이터 가용성' 문제라고도 한다. 솔직히 말해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중 블록체인 구조를 활용하는 방안을 비롯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완성 개발기를 공유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나? 암호화폐 공개(ICO)로 자금을 모집한 프로젝트 팀 입장에서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아직 연구중이라는 건, 솔직히 말해 아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맞다. 그런데 나는 이게 전혀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족함을 감추며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거야말로 나쁘다. 부족한 지점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지점, 그리고 타협이 가능한 지점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내부 연구에 갇혀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계를 많이 느꼈다. 그러던 중 최근 우연치 않은 기회에 다른 연구자들을 만나 고민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프로토콜을 개선한 일이 잦았다."

-누구를 만나 어떤 영감을 받았나?

"지난해 11월 '비들2018'에서 코스모스 개발사 텐더민트의 재 권 대표를 만났다. 대화 중 그가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는 이용자가 아무에게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싶지 않아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주체에게만 데이터를 주고 싶어 해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앞서 말한 데이터 컨트롤 문제 해법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의 말에 영감을 받아 데이터 컨트롤러 노드를 만들게 됐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와 데이터 컨트롤 문제는 서로 다른 문제이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생각지 못한 부분에 적용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이 때 배웠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연구자들도, 우리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진척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드콘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 공유를 통해 연구하는 블록체인 개발 커뮤니티 문화의 장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이든 이더리움이든 블록체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버불렛(silver bullet)일 수는 없다."

-인터뷰 중에 '개발'이라는 말과 더불어 '연구'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게 인상적이다. 본인은 개발자인가 아니면 연구자인가?

"블록체인 산업이 아직 초창기라 두 역할이 섞여 있지만, 내 본업은 개발자다. 연구를 통해 기술의 지평을 넓힌 후에야 그 안에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딥러닝도 초기엔 상황이 비슷했다. 연구가 덜 돼 있을 때는 기업이 딥러닝 연구자를 직접 채용해 딥러닝을 연구했다. 산학 협력도 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역할이 점차 분리되어 가고 있다. 블록체인 쪽에서도 지금은 댑 개발사들이 연구자를 직접 채용해 확장성 문제 해결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나중엔 점차 역할이 분리될 거라고 본다. 그 때가 되면 블록체인으로 비슷한 문제를 풀려는 다른 기업들에게, 에어블록이 먼저 축적한 연구와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정인선 한겨레신문 정인선 기자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년여간 코인데스크 코리아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NFT를 취재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날엔 달리기와 요가를 합니다. 소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솔라나(SOL), 샌드(SAND),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