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규제, 일본도 결코 널널하지 않습니다
2019년 상반기 블록체인 규제 동향②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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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최우영 2019년 5월29일 11:30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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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암호화폐 업계에서 간혹 일본에 대한 그릇된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대개 일본 규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예컨대 ‘규제가 잘 정비된 일본에서 ICO(암호화폐공개)를 하겠다’, ‘일본으로 거래소를 진출하겠다’ 등의 이야기다. 심지어는 한 변호사로부터 ‘라인은 일본 법인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해서 일본 금융청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일본의 암호화폐 규제는 물론, 일본 금융행정의 실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오해다. 한국 업계 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일본의 암호화폐 규제 현황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1. 일본의 ICO


지금까지 일본에서 자금결제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ICO는 2017년 캐시(Qash), 콤사(Comsa) 2건뿐이다(같은 시기 등록 외 업자의 ICO가 1건 있었지만 합법성에는 의문이 있다). 그리고 2018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 해킹 사태 이후, 일본 금융청의 인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진행된 ICO는 없다.

정리하면, 2018년 이래 일본에선 ICO가 진행된 사례가 없고, 일본 투자자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 진행하는 ICO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ICO를 진행하자’는 제안 또는 ‘일본에서 ICO를 진행하겠다’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투자나 협업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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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


암호화폐 거래소 현황도 ICO와 비슷하다. 일본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금융청에 암호화폐 교환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2017년까지 16개의 교환업자가 등록했지만, 2018년 코인체크 해킹 이후로는 사실상 등록심사절차가 중지되어 있었다.

2019년에 이르러야 3개 기업만이 신규 등록했다. 일본 금융청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으나, 신규 면허를 발급받은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3곳 모두 모두 2017년부터 암호화폐 교환업자 등록 신청 절차를 진행한 기업들이다. 코인체크 사태 이전에 금융청의 ‘사전상담’을 온전히 또는 거의 마친 것이다. ‘사전상담’이란 면허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실상의 심사를 위해 담당 행정기관과 접촉하는 필수 절차다. ‘사전상담’ 상담 결과에 따라 ‘드래프트 심사’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등록신청서를 제출한다.

게다가 그중 2개 기업은 일본 ICT업계 굴지의 대기업인 라쿠텐과 IIJ(인터넷이니셔티브저팬)의 자회사다. 나머지 하나는 위 코인체크로서, 자본결제법 개정 이전인 2014년부터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해온 기업이다.

덧붙여 2018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금융청에 ‘사전상담’을 의뢰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약 100여곳이다. 여기에 야후, 라인도 포함되어 있다. 이 중 2017년부터 ‘사전상담’을 진행한 기업만 수십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 3곳을 제외하고 2018년 이후에 등록된 기업은 아직 없다. 전해들은 바로는 라인 암호화폐 담당자들도 이런 이유로 초조하게 금융청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한다.

 

 

 

 

출처=코인데스크

 



 

 

 

3. 암호화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


일본은 지금도 신용카드보다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국가다. 이에 일본 정부는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해 손쉬운 현금없는(cashless) 결제 제도를 육성하려고 했다. 특히 아베 정권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현금없는 결제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여러 제도를 정비했다. 암호화폐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일본에선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18년 암호화폐 거품과 여러 차례의 거래소 해킹 사건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분위기 변화를 촉발했다. 일본 정부는 일련의 사태로 암호화폐는 의외로 해킹에 취약한 결제수단일 뿐 아니라, 변동성이 심해 거품을 발생시킬 위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2018년 상반기에 보수적 태도로 전환한 배경이다.

2019년 들어 3개 기업을 암호화폐 교환업자로 추가 등록하면서 그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보수적인 태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보기는 어렵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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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일본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의 상장,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자금세탁방지(AML), 고객신원확인(KYC), 암호화폐 광고 등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 21일 자본결제법 개정안이 일본 중의원을 통과했다. 참의원에서도 그대로 통과된다면, 2020년 6월 경에는 개정 자본결제법이 시행된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일본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일본 금융청의 규제, 태도 및 개정법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일본은 원래 행정부가 우위에 있는 관치 금융의 국가다. 많은 기업이 어려워하는 ‘행정지도’, ‘창구지도’와 같은 제도는 원래 독일법계의 제도¹가 아니라, 일본 고유의 시스템²에서 유래된 것이다. 물론 현재 암호화폐에 대한 한국 금융당국의 불분명한 태도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규제를 법문언 그대로만으로 이해해서 일본으로의 진출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우영 변호사

최우영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3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래 법무법인 광장에 근무했습니다. 이후 일본 와세다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1년 6개월, 일본 니시무라 아사히 및 앤더슨모리 법률사무소에서 6개월 파견 근무했고, 현재 법무법인 광장의 핀테크팀, 일본팀의 파트너 변호사입니다. 

 

1. 독일 행정법상 한국 및 일본의 ‘행정지도’에 비교될 수 있는 제도로서, 독일 강학상 ‘schlichte Hoheitsverwaltung(해석하면, 단순고권행정)’이 언급될 수 있으나, 이는 비공식적 행정행위를 가르키는 통칭으로서 한국 및 일본에서의 ‘행정지도’와는 다른 개념이다.

2. 영미법이나 대륙법계에도 한국 및 일본의 ‘행정지도’에 대응되는 비공식적 행정행위가 당연히 없지 않다. 다만 유럽 및 영미 법학자들은 비공식적 행정행위가 한국 및 일본에서와 같이 실질적인 적극 규제행정으로서 기능하는 경우, 이를 ‘Gyosei-shido’라고 별도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行政指導(행정지도)’라는 단어를 일본어 발음(ぎょうせいしどう)으로 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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