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앙은행(ECB) 관리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에 우호적인 견해를 밝혔다.
국제 결제은행이 공개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중앙은행 집행위원이자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의 의장인 비타스 바실리아우스카스(Vitas Vasiliauskas)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바실리아우스카스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개인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은행을 비롯한 금융 기관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아니면 둘 다 가능하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다른 발행 방식을 뒷받침하는 이론적인 모델들이 있다고 바실리아우스카스는 말했다.
먼저 금융 기관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이용하면 결제나 증권 거래 청산이 간편해지고, 거래상대방 위험이나 유동성 위험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은행과 금융 기관만 이용할 수 있는 제한된 형태의 디지털 토큰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토큰은 현재 중앙은행의 지급 준비금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이른바 무기명 자산(bearer asset)으로 쓰일 수 있다. 결제 시에 자산을 보내는 쪽이 받는 쪽에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디지털 토큰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중앙은행이 지급 준비금을 마련해두고 실제로 자산을 옮기지는 않은 채 중간에서 장부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데, 이 역할을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대신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의미한다.”
반면에, 소매 금융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도입할 수도 있다. 값이 매겨진 화폐 형태로 발행돼 일반인이 디지털 현금처럼 쓸 수도 있고, 일반인이 중앙은행에 계좌를 열고 CBDC로 예금을 맡길 수 있는 형태로 쓰일 수도 있다.
바실리아우스카스는 다만 개인이 CBDC를 이용하는 것은 별로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미 기존 법정화폐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 드는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은 이미 센트로링크(Centrolink)라는 결제 인프라를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센트로링크는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즉시 결제 기능으로 리투아니아 내의 모든 결제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해도 개인으로선 굳이 이를 쓸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CBDC를 발행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나 대체로 보수적인 중앙은행들의 성향을 고려해보면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CBDC보다는 은행과 금융 기관이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도매 금융에 CBDC를 도입하는 편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리투아니아 은행도 CBDC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비타스 바실리아우스카스, 유럽 중앙은행 집행위원
바실리아우스카스는 마지막으로 CBDC를 도입하기 전에 여러 유형의 CBDC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찰하는 더 탄탄한 모델과 이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로 시험을 거쳐 효과를 측정해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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