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s Crypto Savvy Surprises Blockchain Insiders at DC Forum
출처=코인데스크

원래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시장의 제반 환경을 더 잘 이해하고, 암호화폐 업계의 고충을 듣는 자리로 기획된 행사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SEC는 이미 암호화폐에 관해 상당히 많은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지난주 워싱턴 SEC 본부에서 열린 핀테크 포럼 행사에 참석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SEC 인사들이 암호화폐에 관해 보여준 지식과 관심에 적잖이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핀테크 포럼에 연사로 나선 SEC 관리들은 아토믹 스왑(atomic swaps)부터 에어드롭, 포크에 이르기까지 암호화폐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적 용어들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단지 용어를 피상적으로 언급한 수준이 아니라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시장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와 암호화폐 기업의 규제 담당 부서가 SEC에 전달한 요구 사항, 설명을 당국이 흘려듣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암호화폐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SEC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아토믹 스왑처럼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한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데도 막힘이 없었다. 덕분에 블록체인의 기본에 관한 이야기는 건너뛰고, 실질적인 문제를 곧바로 논의할 수 있었다.” - 조슈아 애슐리 클레이만, 법무법인 클레이만(Klayman LLC) 대표 변호사 (핀테크 포럼 토론에 패널로 참석)

행사 참여자들은 SEC 트레이딩·시장팀의 엘리자베스 베어드 차장이 아토믹 스왑을 언급한 장면을 백미로 꼽았다. 아토믹 스왑이란 서로 다른 암호화폐를 중개인 없이 직접 거래하는 블록체인의 최신 기술로, 양쪽 모두 암호화폐를 받은 것이 확인돼야 거래가 완료된다. 베어드 차장은 아토믹 스왑이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교환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얼마나 줄이는지에 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다른 패널 토론에서는 딜로이트의 에이미 스틸이 SEC 투자관리팀의 제니퍼 맥휴즈 선임위원과 에어드롭, 포크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에어드롭은 토큰의 사용을 촉진하고자 무료로 널리 배포하는 행위고, 포크로 블록체인이 갈라지면 기존에 암호화폐를 보유하던 사람이 새로 생겨난 암호화폐를 받게 된다. 스틸과 맥휴즈는 암호화폐 고유의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에어드롭과 포크가 소비자의 리스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SEC 관리들이 잘 모르는 사안이나 내용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대체로 SEC가 시장을 파악하고 있는 수준과 규제 대상에 대한 지식의 깊이는 ‘현장을 모르는 워싱턴의 게으른 관료’라는 일각의 편견을 완전히 깨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SEC의 암호화폐 전담 고문이자 디지털 자산 부문을 총괄하는 발레리 스체파닉은 규제 당국과 개발자가 더 자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더리움 스마트계약에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직접 언급했다.

“서로 자꾸 이야기를 나눠야 불필요한 오해도 예방하고 제대로 협력할 수 있다. SEC도 증권법이 컴퓨터 과학자들에게 얼마나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것인지 대화를 통해 더 분명히 알게 됐다. 반대로 우리도 스마트계약 코드인 솔리디티(Solidity)를 계속 배우고 공부하는 중이다.”

핀테크 포럼에 참석한 솔리더스 랩(Solidus Labs)의 마케팅 총괄 이사 첸 아라드는 SEC 관리들이 노드, 합의 매커니즘, 스마트계약 등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한 다양한 기술적 사안을 일상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폴시넬리(Polsinelli)의 주주이자 회사의 핀테크 규제 팀에서 일하는 스테판 루텐버그 변호사도 동의했다. “SEC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분산원장 기술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


SEC가 핀테크 포럼에서 암호화폐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증명한 것과는 별개로, 토큰을 규제하고 증권법을 집행하는 규제 기관으로서의 업무가 대대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의 COO 테디 푸사로는 규제라는 건 원래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 법이라며, 상장지수펀드(ETFs)를 예로 들었다. 다양한 자산을 지수로 계량화해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장지수펀드 자체는 이미 25년 전에 승인됐다. 그러나 SEC는 아직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기반의 상장지수펀드를 출시하겠다고 신청한 업체들에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법조문에 적힌 그대로 법을 집행하는 것이 순리다. 새로운 법이 제정돼 자산의 범주를 새로 규정하지 않는 한 규제 당국이 기존의 법조문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낫다.” - 조슈아 애슐리 클레이만

암호화폐 업계를 규제하는 큰 틀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SEC의 최근 발표 가운데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ICO를 통해 판매한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해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혐의로 ICO 프로젝트를 징계해오던 방침을 수정할 수 있다고 시사한 부분이다.

루텐버그 변호사는 이번 핀테크 포럼에서 나온 가장 큰 뉴스로 SEC의 윌리엄 힌만 기업금융팀장의 발언을 꼽았다.

“원래 밝힌 취지대로 발행한 토큰을 사업에 쓰고 있으며, 더이상 토큰을 판매하지 않는 프로젝트에 SEC가 무제재 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다고 밝힌 건 분명 대단히 중요한 뉴스였다. 다만 SEC가 무제재 확인서를 발급받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관련 요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주기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힌만 팀장의 발언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었을 테고, 핀테크 포럼도 여전히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다양한 주제가 논의된 핀테크 포럼에서 그동안 특히 SEC가 암호화폐 시장에 관한 우려를 나타낼 때마다 언급되던 시세 조작이 거의 논의되지 않아 의외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SEC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의 출시를 승인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암호화폐 시장이 여전히 시세 조작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기 위해 규정변경 신청서를 낸 비트와이즈가 아예 SEC에 별도로 보고서 2건을 제출한 것도 결국, 암호화폐 시장이 시세 조작 위험이 크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시도였다.

포럼에서 시세 조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SEC와 관련 업체들이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솔리더스 랩의 아라드는 시세 조작을 어떻게 예방하고 감독할 것인지 당국과 업계 사이에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관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오기를 고대하는 상황인 만큼 시세 조작에 대한 우려를 빨리 해소하고 규제 당국을 설득해야 한다.”

스체파닉 고문은 폐회사에서 시세 조작 문제를 언급했다. 기존 SEC 관료들이 이야기해온대로, 당국은 사안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언제나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수탁 솔루션, 시세 조작, 유동성, 시장 가치, 법정화폐로 환전 문제 등 수많은 사안에 관해 업계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 SEC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마셨으면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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