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스타트업들 ‘특허 소송꾼 대응 연맹’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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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Allison
Ian Allison 2019년 6월7일 19:00
Anti-Patent Troll Consortium Is Recruiting Blockchain Startups
트롤(Troll, 북유럽 신화의 괴물). 출처=셔터스톡


블록체인 스타트업 3곳이 기업 컨소시엄 랏네트워크(LOT Network)에 가입했다. 랏네트워크는 지난 2014년 구글과 소프트웨어 제조사 레드햇(Red Hat), 캐논(Canon) 등이 함께 설립한 컨소시엄이다. 기업들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어 배상금을 챙기는 특허권 행사 기업(PAE, patent assertion entities)들의 횡포에 함께 대응한다. PAE들은 소송을 남발해 막대한 이익을 긁어모으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특허 괴물(patent troll)로도 불린다.

현재 랏네트워크에는 400개가 넘는 기업들이 가입돼 있다. 그중에는 JP모건, 포드,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알리바바와 GM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있다.

이번에 랏네트워크에 새로 가입한 블록체인 기업들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로, 피어마운틴(Peer Mountain), 마크네트워크(MARKNetwork), 이비사(IBISA) 등이다. 이들이 특허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컨소시엄에 가입했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업계에 특허 전쟁이 떠들썩하게 벌어졌던 것처럼 블록체인 업계 역시 특허 격전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특허를 일종의 사업용 무기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크레이그 라이트의 엔체인(nChain)을 꼽을 수 있다. 자신이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라이트는 엔체인을 통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에 대한 온갖 특허를 등록해놓고, 이를 이용해 미래에 로열티를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백서와 코드의 저작권을 등록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라이트가 엔체인을 통해 지금까지 취득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특허는 모두 500여 건에 이른다.

한 업계에서 특정 기업이 특허권을 끌어모으고 이를 나중에 악용하는 사례를 여러 번 목격한 랏네트워크의 CEO 켄 세던은 라이트가 흔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던은 라이트가 여기저기 마구 그물을 던져놓고 뭐든 걸리기를 기다린다는 뜻의 ‘샷건 수법(shotgun approach)’을 쓰고 있다고 표현했다.
“크레이그 라이트의 변호인단은 온갖 특허를 끊임없이 신청하고 있다. 언젠가는 크레이그 라이트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통행료를 지불해야만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라이트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앞으로 개발 가능한 모든 블록체인 기술과 단행될 수 있는 블록체인 포크의 모습을 상상하고 이에 맞춰 덫을 치듯 특허를 신청해 놓는다. 나중에 실제로 그 기술이 개발되면 기다렸다는 듯 로열티를 요구할 것이다.”

엔체인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특허와 관련한 라이트의 움직임은 랏네트워크와 이번에 새로 가입한 블록체인 기업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페리클레스의 명언을 변용하자면,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특허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특허 괴물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허 괴물은 돈이 된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피어마운틴의 CEO 제드 그랜트도 블록체인 업체들이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대부분 인물은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을 업계에 적용하는 것이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발명하고 있는 사람들과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이 특허와 관련된 소소한 법정 싸움에 휘말리고 있다. 특허 괴물과 관련된 문제를 법조계에만 맡겨두려 해서는 안 된다.”

 

독소 조항


랏네트워크에 가입하려면 회원사는 10장짜리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여기에는 포이즌필(poison pill, 독소조항)이 들어있다. 회원사의 특허가 특허 괴물의 손에 넘어갈 경우, 자동으로 네트워크 회원사 모두가 해당 특허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 조항은 특허 괴물이 해당 특허를 공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는 일종의 ‘면역’ 기능을 한다.

랏네트워크의 430여개 회원사가 보유한 특허는 총 170만개에 이른다. 회원사는 서로 같은 의무를 지는 조항에 따라 특허를 공동 방어하게 된다. 물론 전통적인 관점에서 특허를 등록해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제약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방어는 특허 괴물의 공격에 대한 선제적 방어를 뜻한다.
“특허 자체는 등록한대로 인정하면서 특허 사용권을 회원사들끼리 주고받는 것으로 보면 된다. 회원사들의 특허에 서로 제한부담(encumbrance)을 거는 셈이다. 이에 따라 특허가 특허 괴물의 손에 넘어가면 자동으로 무료 사용권을 인정받게 되므로 특허 괴물이 특허를 손에 넣은 뒤 이를 이용해 소송을 걸지 못하게 된다.”

세던은 그러면서 혁신에는 특허가 따르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허점을 악용해 수익을 챙기려는 일당들은 언제나 있다고 말했다.

세던은 또 기업들이 특허를 양도하는 관행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자주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기업은 적어도 한 번은 취득한 특허를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판매한다. 아직 등록된 특허가 몇 개 되지 않는 작은 스타트업부터 8만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다.

특허 괴물은 기존 산업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될 때 특수를 누린다. 세던은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산업을 꼽았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의 CPU에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기술 등 새로운 기술이 연달아 개발되고 있다.
“특허 괴물은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공장을 가동하거나 연구·개발에 투자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벤처캐피털과 손잡고 특허를 사들여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 그들의 돈을 갈취하는 법률전문가일 뿐이다.”

이비사의 프로젝트 책임자 마리아 마테오는 블록체인 기업들도 기존의 산업과 중첩되거나 기존 플랫폼에 접목되는 일이 많은 만큼 특허 괴물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허 등록은 이제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특허 괴물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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