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앞서 예고한 대로 18일 리브라(Libra)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리브라 백서를 공개했다. 리브라에 대한 페이스북의 접근법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리브라를 사용하기 위해 페이스북 계정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리브라와 철저하게 거리를 두겠다는 페이스북의 의도가 엿보인다.

페이스북은 칼리브라(Calibra)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고, 다수의 테크 공룡기업이 참여하는 독립된 컨소시엄 ‘리브라연합(Libra Association)’도 세운다는 계획이다. 리브라연합의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단테 디스파르테는 코인데스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에 내포된 의미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로고가 붙어있는 곳이라면 리브라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거다. 여러 측면에서 이는 암호화폐의 큰 도약이고, 암호화폐라는 자산(asset class)이 메인스트림에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리브라연합은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리프트,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28개의 창립회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리브라 토큰 사용방법으로 다양한 옵션이 제공될 것이지만, 초기에는 국제 송금에 집중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칼리브라는 리브라 네트워크에서 운영되는 금융 서비스와 상품 개발을 맡고, 독립적인 리브라연합이 서비스와 상품 운영을 책임진다. 칼리브라는 우선 사용자들이 서로 리브라 코인을 주고받고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고객들은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 서비스, 또는 독립적인 새로운 앱(iOS와 안드로이드)을 통해 지갑에 접근할 수 있다. 리브라 블록체인은 내년 중 풀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왓츠앱은 2017년 4분기 월간 활성사용자가 15억명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17억명에 달하는 성인이 은행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명시적으로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을 겨냥한다.

디스파르테는 “(리브라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포용적 금융”이라며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접속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주요 테크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에게는 새로운 고객이 유입될 수 있다는 뜻이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외국에 살고 있는 가족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생명줄이 생긴다는 뜻이다.

“세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성인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은행 계좌가 없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고, 여성들 사이에서는 더 높다. 이 같은 금융소외의 대가는 가혹하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 소상공인의 약 70%는 신용이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매년 송금 수수료로 250억 달러를 버리고 있다.” - 칼리브라

리브라연합에는 테크 기업들 외에 Creative Destruction Lab, Kiva, Mercy Corps, Women’s World Banking 등 비정부기구들도 포함됐다. 이들처럼 “소셜임팩트 파트너”가 되려면 디지털 포용적 금융 이니셔티브 경험을 포함해 5년 이상 빈곤문제 경감 활동을 한 이력이 있어야 하고, 연간 예산이 5000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칼리브라는 우선 기본적인 자금 이체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후 고객들이 커피를 사거나 버스비를 지불하는 등 상품이나 서비스 구입에도 리브라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칼리브라의 유저 인터페이스 데모 영상을 보면, 고객이 친구들에게 빠르게 돈을 보낸다. 보내는 사람은 리브라 코인을 송금하지만, 받는 사람의 앱에서는 법정 화폐로 잔액이 표시된다. 특히 외국으로 송금을 할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보게 될 금액을 해당 지역 법정화폐로 표시해준다.

“인터넷은 마찰이 없는(low friction) 의사소통과 정보공유가 가능한 세상을 만들었다. 우리가 만드는 공적인 생태계와 공적인 도구가 전통적 경제의 거버넌스 스탠더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마찬가지로 마찰이 없는 가치 이전과 결제가 가능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단테 디스파르테, 리브라연합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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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문제


팩트시트에 따르면 칼리브라는 사업 대상 국가의 다양한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의무(KYC) 규제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리브라는 미국 재무부에 현금서비스사업자(Money Services Business)로 등록했고, “암호화폐를 돈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고 있는” 미국의 여러 주로부터 송금사업 라이선스(money transmitter licenses)를 발급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리브라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다른 나라 정부들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따를 계획이고, 암호화폐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국가에서는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플랫폼에서 불법적인 활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계 여러 사법기관과 협력할 것이다.” - 칼리브라

규제 준수를 위해 칼리브라는 사용자에게 신원인증을 요구할 것이지만, 칼리브라 관계자와 리브라 백서에 따르면 금융 데이터와 소셜미디어 프로필은 연동되지 않는다. 백서에는 “리브라 프로토콜은 계정을 현실 세계의 신원과 연동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복수의 키 페어를 생성해 복수의 계정을 만들 수 있다”고 써 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2020년 초 네트워크 런칭 후 다른 지갑 제공 업체들도 리브라 프로토콜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칼리브라 지갑은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인증 및 사기방지 시스템을 이용할 계획이다. 또한 이상거래나 사기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소비자 보호 의무가 있는 기관의 책임은 막중하다. 가장 취약한 소비자들을 포함한 모든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금융 혁신의 이점을 누리는 것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 칼리브라 팩트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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