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페이스북(블록체인 자회사 Calibra)은 블록체인 리브라의 백서와 테스트넷이 공개했고, 2020년 상반기 메인넷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답게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 대중을 위한 백서 이외에도 여러 기술문서들도 상당히 잘 마련되어 있다. 그 중에 메인 기술문서라고 할 수 있는 ‘The Libra Blockchain’에는 무려 53명의 저자가 올라와 있으며, 그 중에 필자가 페이스북에서 일할 때 같은 시기에 같은 팀에 입사한 동료도 두 명이 포함되어 있어 안부를 주고 받기도 했다.

물론 기존에도 IBM, 아마존 등이 진행하는 private 블록체인이나 블록체인 솔루션이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리브라는 일반 대중이 유저가 되는 블록체인으로써는 규모 있는 글로벌 대기업의 사실상 첫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는 점, 기존에 대중들이 익숙한 블록체인과는 다른 점에서 여러 궁금증과 오해를 낳고 있다.

이 글에서 먼저 리브라에 대한 정말 간단한 소개 이후, 문답형식으로 리브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추가로 필자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리브라는 이제 막 테스트와 피드백을 주 목적으로 하는 프로토타입 수준의 테스트넷을 공개했기에 이 글의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사실과 달라질 수 있음을 미리 알려둔다.

 

리브라의 미션 – 수십억명이 사용 가능한 간단한 글로벌 화폐와 금융 인프라 제공


리브라 백서에서 리브라의 미션을 “simple global currency and financial infrastructure that empowers billions of people” 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세가지 큰 특징으로 백서 3쪽에 명시된 내용을 추가적인 설명과 함께 적자면 다음과 같다.


  1. 안전하고 확장성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블록체인에 기반.

  2. 지역적으로 분산되고 위험도가 낮은 다수의 담보자산을 통한 내재 가치 부여.

  3. 현재 28개, 내년 상반기 런칭까지 100개 정도를 목표로 하는 설립멤버로 구성된 독립된 Libra Association을 통한 지배구조(governance)


당연히 비판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여기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뒤에 문답형식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리브라는 마치 스팀잇의 스팀처럼 페이스북 사용자의 활동에 보상으로 주어지는 암호화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근 미래에도 페이스북이 스팀잇같은 것을 만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크 1위 기업으로써 작년 매출은 65조원 가량 되며 이중 광고수입 비중이 98.5%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620조 정도로 현재 coinmarketcap.com 기준 암호화폐 상위100개의 시총을 다 합쳐도 320조로 페이스북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특히 현재 그나마 가장 활성화된 블록체인 기반 보상형 소셜네트워크 스팀잇의 시가총액은 6-70위권으로 1500억원 수준이다. 물론 페이스북이 스팀잇과 같은 것을 만든다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고 그만큼 시장규모도 커지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광고수입을 유저와 나눠야하며 이는 결국 제살깍아먹기 (cannibalization)밖에 안된다.

필자가 <스팀잇 토큰이코노미> 연재를 하면서도 여러차례 이야기했지만 보상이 남에게도 보인다면 그 자체를 싫어하는 유저들도 많다. 누구나 돈을 좋아하지만 또 누구나 남과 비교되는 것을 싫어한다. 유저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광고수입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비록 페이스북의 성장이 둔화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확고한 소셜네트워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스팀잇 같은 것을 만들 리가 만무하다.

 

리브라를 쓰면 데이터가 페이스북(포함한 여러 설립멤버들)공유된다?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이 부분은 페이스북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사실이 아니다.
“We’ll also take steps to protect your privacy. Aside from limited cases, Calibra will not share account information or financial data with Facebook or any third party without customer consent. This means Calibra customers’ account information and financial data will not be used to improve ad targeting on the Facebook family of products.”

https://newsroom.fb.com/news/2019/06/coming-in-2020-calibra/


리브라의 데이터는 페이스북에서의 타게팅 광고를 향상시키는 등의 일에 활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리브라는 실제 사용을 위한 법적 규제 문제를 이미 해결했다?


이미 여러 기사가 나와서 잘 알려진 대로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페이스북 자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글로벌 정치권/법조계 주장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여러 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리브라는 송금 수수료가 무료다?


아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실행을 포함하여 트랜잭션에 적절한 수수료(gas fee)를 부과할 계획임을 명시하고 있다.

 

리브라의 담보자산 가치 상승분은 리브라 보유자에게 돌아간다?


아니다. 리브라 블록체인과 초기 투자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예를들어 $1 USD와 같이 하나의 통화에 가치가 고정된 기존의 많은 스테이블코인 같은 경우가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궁금증인데 유저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Interest on the reserve assets will be used to cover the costs of the system, ensure low transaction fees, pay dividends to investors who provided capital to jumpstart the ecosystem (read “The Libra Association” here), and support further growth and adoption. The rules for allocating interest on the reserve will be set in advance and will be overseen by the Libra Association. Users of Libra do not receive a return from the reserve.”

-리브라 백서


 

리브라는 블록체인이 아니다?


리브라가 아예 블록체인이 아니라고 다소 자극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주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거버넌스 관점에서 탈중앙화라고 볼 수 없으며 또다른 하나는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중 먼저 기술적인 부분을 보면 블록체인에서 “블록”과 “체인”의 의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말 글자 그대로 비트코인같은 블록이 있고 각각의 블록이 이전 블록의 해시값을 통해 체인으로 연결되는 것만을 블록체인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리브라는 블록체인이 아니다.

“Unlike previous blockchains, which view the blockchain as a collection of blocks of transactions, the Libra Blockchain is a single data structure that records the history of transactions and states over time.”

<리브라 백서: An Introduction to Libra>

“All data in the Libra Blockchain is stored in a single versioned database.”

<the libra blockchain>


하지만 블록체인이란 용어자체가 보다 광범위한 의미의Distributed Ledger (분산원장) 대신 사용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이라 부를 수 있다. 마치 글자 그대로는 블록체인이 아닌 IOTA를 보다 넓은 의미에서 블록체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리브라의 경우 BFT (Byzantine Fault Tolerant) 컨센서스, 보다 구체적으로는 BFT 알고리듬의 하나인 HotStuff에 기반한 기술을 사용한다.

 

리브라는 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이다?


리브라는 거버넌스 관점에서 탈중앙화 블록체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시작은 설립멤버만 검증자(validator)로 참여할 수 있는 허가형으로 출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당연히 이 경우 여러 비판에 직면하게 될 테니 내년 메인넷 출시 이후 5년뒤 proof-of-stake 기반의 완전한 비허가형(permisionless)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면 여전히 비판이 집중될 부분이고 이를 페이스북도 모를리가 없기에 “Moving toward permissionless consensus” (https://libra.org/permissionless-blockchain)이라는 별도 문서까지 치밀하게(?) 준비해두었다.

 

설립멤버(Founding member)는 Facebook/Calibra포함한 28회원뿐이다?


아니다. 백서에 포함된 초기 설립멤버는 페이스북 포함28개가 맞지만 2020년 상반기까지 100개 정도 기관의 설립멤버로 메인넷을 런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말한대로 5년 뒤에는 완전 비허가형 Proof-of-stake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500-1000개 정도의 노드를 이상적인 숫자로 계획하고 있다.

 

설립멤버가 되려면 1천만불이 필요로 하다?


꼭 그렇진 않다. 이는 오히려 역사가 짧아 규모도 작을 수 밖에 없는 대다수 블록체인 업계를 위해 마련된 충족이 쉬운(?) 기준이다. “How to become a Founding Member” (https://libra.org/becoming-founding-member)에도 안내되어 있지만 일반기업의 경우 다음 세가지 중 두가지를 충족시켜야 하나

  1. 시가총액 $1Bn또는 고객자산 $500M

  2. 전세계적으로 2천만명 이상의 고객확보

  3. Top 100수준의 인더스트리 리더


블록체인 기술업계에겐 불가능한 조건이기에 별도로 마련된 것이 $10M 기준인 것이다.

물론 비영리 단체의 경우는 이런 자산 조건이 적용되진 않지만 역시 조건이 까다롭긴 마찬가지이다. 즉 설립멤버가 되기 위한 요건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며 결국 적어도 한동안은 주로 거대기업들이 주요 의사결정을 하게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리브라의 초기 속도 목표치인 1,000TPS로는 수십억명이 없는 아닌가?


아직 실제 구현도 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이야기 하기 조심스럽지만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어도 초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리브라 기술 문서에 메인넷 런칭때 1,000TPS를 목표로 함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유저수는 대략 25억명 수준이 다. 65,000TPS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비자카드의 경우 2018년 카드수 기준 33억장 정도이며 (https://usa.visa.com/dam/VCOM/download/corporate/media/visanet-technology/aboutvisafactsheet.pdf)

실제 평균적으로 사용되는 TPS의 경우 산정방식에 따라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공식적으로 언급이 된 자료는 찾기 힘들며 연간 transaction수가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데이터를 초단위로 변경해서 구한 자료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1,700-4,000TPS 정도가 언급되는데 필자가 이번 원고 작성을 위해 좀더 확인한 결과 자주 인용되곤 하는 1,700TPS는 오래된 2010년 자료(https://usa.visa.com/run-your-business/small-business-tools/retail.html)의 일일 1.5억건을 초로 나눈 값이며 2018년 공시자료(https://s1.q4cdn.com/050606653/files/doc_financials/annual/2018/Visa-2018-Annual-Report-FINAL.pdf)을 토대로 “transactions processed on Visa’s networks” 연간 1,243억건을 근거로 계산한다면 4,000TPS 수준이된다. 하지만 이는 평균값이고 피크타임 기준 2010년에도 24,000TPS를 처리한 기록이 있다.

이런 숫자를 보면 리브라의 최대 1,000TPS가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초기부터 비자카드만큼이나 사용되지도 않을 것이며 gas fee를 통해서도 congestion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실제 기술문서에 따르면 많은 경우 off-chain을 통해 처리함으로써 초기 1,000TPS 수준의 성능으로 충분하리라고 예측을 하고 있다.

“We anticipate that many payment transactions will occur off-chain, for example, within a custodial wallet or by using payment channels. Therefore, we believe that supporting 1,000 transactions per second on the blockchain will meet the initial needs of the ecosystem.”

<The Libra Blockchain>


하지만 역시 백서에서도 밝힌대로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임은 분명하다.

 

리브라 스마트 컨트랙트 프로그래밍 위해 자체 개발한 MOVE 언어 이름의 유래?


문답형식의 끝으로 재미삼아 마련한 질문으로 공식 자료가 아닌 필자의 생각이다. MOVE란 이름은 페이스북의 모토였던 “Move Fast and Break Things”에서 따왔으리라 생각한다. 실제 페이스북 본사 게스트용 와이파이 계정 fbguest의 암호역시 “M0vefast” (알파벳 o 대신 숫자 0)이기도 하다. 또한 송금이 주 활용용도인 글로벌 코인답게 송금 트랜잭션의 함수 이름 자체도 move()이다.

문답형식은 여기까지이고 이제 필자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크게 4가지 관점에서 페이스북의 블록체인 진출의 이유를 생각한다. 순서가 중요도 순은 아님을 밝혀둔다.

첫째는 역시 보다 많은 데이터 확보이다.

앞서 리브라의 데이터가 페이스북 등과 공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의 동의 없이는” (without customer consent)이란 표현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고객이 동의하면 언제든 공유가 되며 언젠가는 그 동의를 얻어내고 싶어할지 모른다. 필자가 스팀잇 토큰이코노미를 연재하며 스팀잇을 많이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사용자들이 블록체인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탈중앙화와 같은 어떤 추상적 가치가 아닌 보상이다. 보상을 위해선 얼마든 적절한 수준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유저들은 많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계정과 (정보공유면에서) 연동하면 송금 수수료등을 할인해준다던지 하는 정책을 사용하면 동의할 유저가 적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블록체인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이다.

신흥시장을 제외하고 페이스북의 성장은 많이 둔화된 상태이다. 인수 당시엔 직원수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이라 조롱거리가 되었으나 결국엔 엄청나게 효자노릇을 하게 된 인스타그램의 선전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나 결국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페이스북은 잘 알고 있다.

당장은 리브라가 페이스북에 수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수익이 나거나 리브라 외에 또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관련 사업을 통해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또한 리브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어지는 노하우가 기존의 페이스북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는 금융업 진출의 가능성이다.

물론 이건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과거에 GE가 금융에 진출했듯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리브라를 위해 해결해야할 여러 법적 문제들을 해결하다보면 Calibra의 암호화폐 송금/결제서비스 외에도 자연스럽게 여타 금융업 진출의 기반이 마련될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의 취지이다.

물론 아무 대가 없는 사회공헌은 아닐지 몰라도 결국 사회공헌도 win-win이 될 때 더욱 지속가능한 것임은 분명하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Libra의 미션을 보고는 “Connecting the world”의 미션으로 저소득층 국가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목표를 가진 internet.org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Internet.org의 경우 비록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Aquila라는 프로젝트명의 비행기를 띄워서 케이블을 설치하기 힘든 곳에도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멋진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회공헌 관점에서 리브라는 internet.org의 금융버전인 셈이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Aquila라든지 인공위성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저커버그의 값비싼 취미생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리브라 같은 프로젝트는 페이스북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는 실패의 위험이 있더라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셈인 것이다. 많은 돈이 들어갔을 것 같은 Aquila 프로젝트의 경우 공교롭게도2018년 6월에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

이제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블록체인 업계에 미칠 영향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페이스북 리브라를 통해 무임승차 혜택을 누리게 블록체인 업계


이미지=Getty Images Bank

 

대다수 블록체인 기업들은 페이스북이 여러 제도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임승차 (free ride)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블록체인/암호자산 관련 규제 자체가 명시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리브라는 프로젝트 주체의 규모상 법적 문제를 정면돌파하지 않고는 진행이 불가능하다. 프로젝트가 진행이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블록체인 업계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법적 문제들이 (꼭 원하는 방향은 아닐지언정) 하나씩 해결되어 나갈 것이다.

리브라의 진출을 반기는 리플 CEO

게다가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경우 리브라 블록체인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지도 않다. 심지어 송금에 특화된 리플의 경우에도 CEO가 Fortune 인터뷰 기사 “Ripple CEO: Facebook Libra Cryptocurrency Push Makes Me Happy”를 통해 이를 계기로 금융권에서 리플의 송금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언젠가는 둘이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지는 몰라도 당장은 리브라는 아직도 메인넷이 나오려면 멀었고 안정성이 검증되려면 더더욱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반면, 현재 B2B 마켓에 집중하고 있는 리플의 경우 이미 금융권에서도 다양한 테스트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실질적인 수혜를 입게 되리란 생각인 것 같다. 참고로 리브라 공개 이후 리플 단기 시세 자체는 큰 변동은 없다.

필자가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보면서 느낀 것은, 물론 지나친 단기 과열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었던 문제일지는 모르겠으나, 주장하는 바와 실제가 너무 다른 경우가 많고, 개발능력 역시 글로벌 IT기업과 비교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무책임한 모습들을 너무 많이 봐 와서인지 탈중앙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이 생겼다. 특히나 스팀잇 같은 보상형 소셜네트워크 같은 모델에서는 적절한 중앙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참 신기하게도,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는 오늘 학교에서 주최한 계약이론(contract theory) 워크샵에 블록체인 스타트업 Prysm Group에 어드바이저로 조인하여 화제가 된 201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Oliver Hart의 키노트 강연(강연 자체는 블록체인과 무관한 내용)과 Prysm Group Founding Economist의 세션 발표가 있기도 했다. 필자도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기존에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거대 기업들이 참여해서 규모 있고 책임감 있게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분명 블록체인 업계 전반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적어도 시작은 적절한 중앙화를 통해 여러 법적 이슈를 해결해나가고 궁극적으로는 탈중앙화의 이상도 이룰 수 있길 기대해보면서 글을 마친다.

분산 원장이란 표현 역시도 보다 엄밀히 블록체인의 의미로 쓰이려면 Immutable (비가역성)을 명시해야하기도 하나 블록체인이란 용어가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분산 원장이란 단어 역시 이미 비가역성을 내포하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정승원 브리스톨 대학 경제학과 조교수는 포스텍에서 전자전기공학, 컴퓨터공학, 수학과를 복수전공했고 스탠포드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랩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페이스북 본사 new faculty fellow economist로 일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직접 번역한 비트코인 백서 등을 가지고 블록체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스팀잇에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글들을 게재하고 있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