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페이에서 페이스북 리브라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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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김외현 2019년 6월27일 13:00
페이스북이 발표한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의 핵심은 송금·결제 서비스다. 기존의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 그리고 별도의 앱을 통해 리브라 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지구상 어딘가 전자화폐가 널리 쓰이는 지역이 있다면, 리브라는 이 지역 서비스의 글로벌 확장판으로 볼 수도 있겠다. 다른 곳은 몰라도 중국은 아마도 그런 곳에 해당할 것 같다. 중국에서 리브라가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한 주민이 길거리 과일상에서 QR코드로 결제하고 있다. QR코드는 각각 초록색이 위챗페이, 하늘색이 알리페이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중국 베이징에서 한 주민이 길거리 과일상에서 QR코드로 결제하고 있다. 초록색 배경의 QR코드는 위챗페이, 하늘색 배경의 QR코드는 알리페이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중국이 현금을 잘 쓰지 않는 사회가 됐다는 건 이미 새로운 일도 아니다. 가게마다 식당마다 위챗페이(WeChat Pay, 微信支付)와 알리페이(Alipay, 支付宝) 결제가 가능하다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수레를 끌고나온 길거리의 청과상도 QR코드를 걸어놓고 있다. 먹자 골목의 아주머니에게 현금을 주려 하면 “먹는 걸 만지는데 어떻게 돈을 만지라는 거냐”고 역정을 낸다. 그가 대신 턱짓으로 가리키는 곳은 어김없이 QR코드다. 많은 식당은 홀의 서빙 직원이 주문도 결제도 받지 않는다. 손님들이 테이블의 QR코드를 찍어서 직접 주문과 결제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밥도 못 먹는 나라가 된 것이다.

중국 내 전자화폐 사용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는 쓰임새가 크게 다르지 않은 송금·결제 서비스이다. 다만, 유심히 보면 서로 강세를 보이는 영역이 약간 다르다. 단적으로, 위챗페이의 기반은 중국 최대의 온라인메신저 서비스 위챗(웨이신)이고, 알리페이의 기반은 중국 최대의 온라인쇼핑몰 알리바바다. 위챗은 송금이, 알리페이는 결제가 강세가 되는 태생적 배경이다. 물론 현실은 어느 쪽도 압도적 우세라 할 수 없는 경쟁 상황이다. 자연히 전자화폐 서비스를 쓰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모두 사용한다.

 

메신저 기반 송금 이어 금융 투자 기능까지


어느 쪽이 페이스북 리브라에 가까운지를 따진다면, 아무래도 위챗페이일 것 같다. 리브라 프로젝트도 위챗페이와 마찬가지로 메신저에 기반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메신저 기반 전자화폐는 사람들끼리 돈을 주고받을 때 쓰임새가 한층 요긴하다. 위챗 내 또다른 송금 기능인 훙바오(红包, 한국어판에선 빨간패킷)는 그 이름부터가 중국인들이 명절, 결혼, 기념일 등을 맞아 현금을 선물로 건넬 때 쓰는 빨간주머니, 빨간봉투를 뜻한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돈을 주고받을 때에도 위챗페이는 유용하다. 길에서 잡아탄 택시도 내릴 때가 되면 기사가 스마트폰에서 위챗(웨이신) QR코드를 보여준다. 승객은 자신의 위챗으로 이를 스캔해 금액만 입력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서로 친구 추가할 필요는 없다.

중국인들은 위챗페이 계정을 대개 자신의 은행계좌와 연동시켜서 사용한다. 계정에 잔액이 없으면 송금·결제 때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그러나 위챗페이를 통해 돈을 받으면 은행계좌로 들어가지 않고 위챗페이 계정에 남는다. 이 돈을 은행으로 보내 현금화하려면 위챗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초기 이용자들은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현금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챗페이가 많이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챗페이가 널리 쓰이면서 현금화는 불필요해졌다. 한때 알리페이가 위챗페이를 공략하려고 ‘현금화 수수료 제로’ 전략을 취했지만 성공할 수 없었다. 굳이 현금화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은행계좌가 아닌 위챗페이 계정에 돈을 쌓아놓고 살다보니, 위챗은 금융 투자 상품도 다루게 됐다. 위챗페이의 금융상품 메뉴인 위어플러스(余额+)에서 ‘위어’는 잔액이라는 뜻이다. 각자의 계정에 있는 잔액을 관리해준다는 개념으로 시작했던 시절의 흔적이다. 현재는 다양한 이자율의 금융상품을 갖추고 투자자들을 부르고 있다. 이는 알리페이의 위어바오(余额宝)도 마찬가지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위챗(웨이신) 본사 입구에는 실시간 이용자 수치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설치돼있다. 2017년 11월 방문했을 때 수치는 6억8천만명을 넘어서 있었다. 위챗은 2019년 1분기 활성화된 계정 수가 11억120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현금 대체→각종 사건→당국 개입


각종 사건도 횡행한다. 최대 메신저에 기반한 위챗페이가 현금을 대체하면서 QR코드 위조, 계정 해킹, 가짜 훙바오, 명의 도용 등이 연일 방송 뉴스에 나온다. 경찰은 이용자들에게 조심을 당부한다. 훙바오 등을 악용한 도박 사건도 드물지 않다. 위챗도 꾸준히 대응한다. 웨이신(위챗)안전센터는 지난 19일 자동화프로그램을 쓰는 계정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선언했다. 지난 2월엔 3천개 넘는 도박 관련 계정을 폐쇄시켰다. 지난해 7월엔 웨이신(위챗)안전센터는 축구 도박 관련 계정 5만개, 단톡방 8천개를 폐쇄했다. 그보다 두 달 전엔 ‘가짜 뉴스’ 대응을 위해 5억개의 글을 삭제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직 기강에서도 위챗페이는 단속 대상이다. 전자화폐를 통한 뇌물 사건도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당원과 간부들에게 명절 때 위챗 훙바오를 받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1년 동안 1만위안(약 170만원)이 넘는 훙바오를 받은 관료들이 적발된 뒤였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있는 단톡방에서도 절대 훙바오를 보내지 말라는 공지가 계속 나온다. 물론 그래도 ‘명절 맞이 재미’를 빌미로 아이의 담임교사에게 훙바오를 보내는 부모들이 있다.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는 민간기업이지만 서비스 특성상 여러 관련 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특히나 금융 서비스가 되면서부터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여러 규제를 받게 됐다. 각종 사건이 판을 치니 수사 당국과의 협조도 절실해졌다. 중국은 체제 특성상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중국공산당과 불가분의 관계가 되는 것도 현실이다. 마화텅 텐센트 CEO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인민대표(국회의원 격)이다.

텐센트 창업자이자 CEO인 마화텅(马化腾, Pony Ma, 1971년생)은 2018년 중국이 개혁·개방 4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개혁선봉' 칭호를 받았다. 마화텅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인민대표(국회의원 격)이기도 하다. 출처=CCTV

 

검열로 계정 폐쇄되면 내 돈은 어디로?


위챗이 중국공산당과 정부에 협조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책 제언을 주고받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당과 정부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오히려 당과 정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1989년 6월4일 베이징에서 군이 동원돼 학생 시위를 유혈진압한 천안문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 당국은 천안문 사건과 관련한 어떤 형태의 기념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 해마다 6월4일을 전후로 당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났던 지하철역을 폐쇄해버리는 식이다. 그나마 홍콩에선 매년 기념 행사가 열리고 올해 30주년 행사는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지만, 정작 베이징에선 이렇다 할 기념의식이 없었다. 30년 동안 이런 식으로 덮어왔다. 그 결과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천안문 사건을 잘 모른다.

이런 금지 정책은 위챗과 위챗페이에도 적용된다. 위챗페이에서 누군가에게 89.64위안을 송금하려 하면 에러가 난다. 1989년 6월4일을 연상시키는 ‘금지 액수’다. 올해 홍콩 시위 사진을 위챗의 SNS서비스 모멘트(펑유취안)에 올렸던 BBC 기자는 결국 계정 폐쇄 조처를 당했다. 그는 위챗의 계정 복원 절차를 거치며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렸다”는 ‘혐의’를 인정하고 얼굴 사진과 목소리 정보를 제공한 뒤에야 자신의 계정을 되찾았다.

위챗의 또다른 송금기능인 훙바오(빨간패킷)에서 89.64위안을 보내려 하면 진행이 되지 않는다. 1989년 6월4일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을 연상케하는 숫자로, 6.4위안, 0.64위안도 마찬가지다.

 

위챗 모멘트 같은 곳에 글을 쓰면 독자들이 위챗페이를 통해 후원금을 보내는 일종의 ‘유료 독자’ 사업 모델이 있다. 작가들은 후원금을 받기 위해 자신의 글 말미에 자신의 위챗페이 계정 QR코드를 올려놓는다. 그런데 언젠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지적한 글이 화제가 됐다가 돌연 작가의 계정이 폐쇄된 적이 있었다. 여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당국의 조처라고들 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위챗페이로 답지했던 후원금은 찾을 수 있었을까? 계정 폐쇄는 ‘위법성’과 ‘위험성’ 등을 감안한 위챗의 판단이다. 작가에게 어떤 혐의가 적용됐는지를 봐야할 일이지만,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중국이 리브라에 무관심한 이유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강화시킨다?


전자화폐의 확산은 분명히 중국에서의 삶을 흥미롭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제조사에 관계없이 아무 스마트폰이나 위챗과 알리바바의 관련 서비스만 설치하면, 접근할 수 있는 자원의 지평이 거의 무한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동시에 이용자들은 재산 상황과 자금의 이동을 당국에 고스란히 펼쳐보이게 됐다. 자신이 한 말, 자신이 쓴 글, 자신이 한 행동이 자신의 재산과 적나라하게 연결돼 있어, 여차해서 문제가 생겨 재산권을 잃어도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는, 극도의 실명제에 기반한 감시사회다.

페이스북 리브라도 중국 전자화폐가 가진 양면성을 고스란히 갖고있을 것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결제·송금 서비스를 확대시켜나가는 혁신의 주인공이 되는 동시에,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유례없는 막강한 권력이 탄생할지 모를 일이다. 자연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간다면 리브라는 중국과는 별로 관계없는 서비스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당장 위챗이나 알리바바는 리브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중국기업들이 리브라연합에 참여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마화텅은 일찍이 지난해 3월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가상화폐 공개(ICO)나 전자화폐 발행은 위험이 크다. 텐센트는 코인을 발행하거나 그와 관련된 일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어놓은 상태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아예 접속이 차단된 서비스다. 리브라가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킨다 해도 현 구조에서 중국은 ‘무풍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해외 진출, 곧 중국 인민폐(CNY) 이외 다른 통화 결제 서비스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리브라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초기부터 참여한 리브라연합 28개 창립회원은 대부분 미국의 기업 및 단체들이다. 100개를 목표로 하는 전체 노드는 그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 미-중 무역전쟁을 놓고 많은 이들은 신흥국과 패권국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앞두고 벌어진 주도권 다툼으로 본다. 리브라의 탄생도 이런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전자화폐가 보편화되면서 중국에선 다양한 인터넷 및 SNS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1월 위챗 관계자가 무인호텔 서비스를 시연해보이는 모습.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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