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의원들이 페이스북에 정식으로 공개 서한을 보내 리브라 프로젝트 개발 중단을 요청했다.

미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2일 페이스북에 공개 서한을 보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위원회들이 리브라가 어떻게 운영되고 이용자의 사생활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 전까지 리브라 프로젝트 개발에 대한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요청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과 투자자 보호와 기업가정신 및 자본 시장 소위원회 소속 캐롤린 멀로니 의원, 주택/커뮤니티 개발 및 보장 소위원회 위원장 윌리엄 레이시 클레이 의원, 감독 및 조사 소위원회 위원장 알 그린 의원, 금융 기술 태스크포스 위원장 스티븐 린치 의원 등이 해당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서한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와 셰릴 샌드버그 COO, 그리고 데이비드 마커스 칼리브라 CEO에게 전달됐다.

맥신 워터스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을 향해 리브라 개발을 중단할 것을 반복적으로 요청해 왔다. 그러나 맥신 워터스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 서한을 보내는 데에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공개 서한에는 페이스북의 실적 및 리브라가 새로운 국제 화폐 시스템으로 작동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포함됐다.

“리브라와 같은 상품은 페이스북과 칼리브라에게 달러 및 미국 통화 정책에 대항하는, 스위스에 기반을 둔 완전히 새로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다. 이는 2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뿐 아니라 투자자와 소비자, 그리고 광범위한 세계 경제에 심각한 프라이버시와 거래, 국가 안보 및 통화 정책과 관련한 우려를 불러올 것이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백서를 공개하긴 했지만, 리브라 프로젝트와 칼리브라의 의도와 역할, 잠재적 사용처, 그리고 보안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다. 이는 거대한 규모의 위험과 보호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만약 리브라와 같은 제품 및 서비스가 적절한 규제와 충분한 감독을 받지 않는다면, 미국과 세계 금융의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나 거래소, 지갑 서비스들이 과거에 경험한 바와 같이 이와 같은 취약점은 나쁜 의도를 가진 이들에 의해 이용되거나 가려질 수 있다.” -미 하원이 페이스북에 보낸 공개 서한.

사생활 침해 우려


하원의 공개 서한은 최근 정치 컨설팅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페이스북 이용자 최소 50만명의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넘어간 사건을 비롯해 페이스북을 둘러싸고 발생한 여러 사생활 침해 사건을 언급했다. 페이스북은 이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5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고객을 기만하고 고객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데 실패한 혐의로 페이스북은 법원의 합의 명령도 받았다.

의원들은 공개 서한에서 “페이스북은 이미 전 세계 인구 4분의 1 이상의 손에 들어가 있다”며 “페이스북과 그 협력사들은 규제 당국과 의회가 여러 논란을 검토하고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프로젝트 시행 계획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또한 “모라토리엄 기간 동안 암호화폐 기반 활동이 가져올 위험과 이익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입법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그 전에 페이스북과 칼리브라의 사업 이행을 중단하지 못한다면, (리브라라는) 신규 스위스 기반 금융 시스템은 '대마불사'의 위험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리브라 계획이 최초 공개되기에 앞서 수개월간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개발을 둘러싼 소문이 돌았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27개의 협력사 명단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은 또한 리브라 토큰 구동이 시작될 때는 최소 100개 기업이 거버넌스 카운슬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상원 금융위원회가 여는 ‘페이스북의 새로운 디지털 통화와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청문회’ 다음 날인 오는 17일 리브라 관련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계획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과 정부 관계자들은 주의 또는 경고의 뜻을 표명했다.

리브라 브리핑


이번 공개 서한은 페이스북이 미 의회 보좌관들에게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을 한 지 수일 뒤에 작성됐다.

익명의 하원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정치 및 정책 매거진 아메리칸 프로스펙트 기고문에서, 리브라의 정책 담당 부서장과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해당 담당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나, 단테 디스파르테 리브라연합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 총괄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메리칸 프로스펙트 기고문에 따르면, 페이스북 측은 2020년에 리브라 가동을 시작한다는 목표 역시 계획이 한차례 연기된, 보수적인 목표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브리핑에 참여한 다른 참가자들은 이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기고문은 전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브리핑에서는 리브라에 대한 규제 방식에서부터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연동이 어떻게 이뤄질지 등을 논의했다.

“페이스북은 연방거래위원회 또는 소비자금융보호국이 리브라를 규제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아메리칸 프로스펙트 익명 기고문

민감한 데이터


하원 관계자들은 브리핑에서, 페이스북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메시징 서비스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고객이 리브라를 송금할 경우, 페이스북이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하원 관계자들은 또한 페이스북이 협력사들 간의 결탁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협력사들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비롯한 규정을 어겼을 경우 감당해야 할 ‘평판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번역: 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