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ld Donald Trump Ban Bitcoin?
출처=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신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팬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그건 돈도 아니고, 너무 변동성이 심한 데다, 근거가 취약하다”는 트럼프다운 발언에 세간의 관심은 다시 한번 비트코인으로 쏠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비트코인이 나온 만큼 비트코인의 높아진 위상이 새삼 주목을 받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그것 말고도 중요한 문제가 이미 많다는 듯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가 하나 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문제를 제기하면 과연 비트코인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이어서 추가 성명이 발표되는 것은 아닐까? 비트코인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불량하고 잘못된 아이디어’라는 폭탄선언이 뒤따르지는 않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미루어 볼 때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비트코인을 금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단계에서는 비트코인 커뮤니티도 일단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 정도로 마음을 먹을 것이다. 많은 이는 비트코인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만에 하나 금지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영향력은 없으리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뒤에 가려진 비트코인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비트코인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얼마나 큰지 검토해 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금지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고, 그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암호화폐 기술의 가치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말이다.

 

‘코드’는 ‘표현’이 아니다


우선 트럼프 정부가 비트코인을 금지한다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자. 많은 이들은 비트코인 코드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인권 침해로 받아들인다. 코드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일종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명쾌하지 않다. 통념과 달리 코드가 표현의 일종임을 뒷받침하는 공식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 판례로 곧잘 인용되는 ‘번스타인(Bernstein) 사건’에 대한 판결은 정부가 코드 공개를 중단시킬 수 없다는 판결로 여겨지지만, 사실 이 소송은 항소가 이어진 끝에 최종 판결 없이 기각됐다.

뿐만 아니라, 표현의 방법으로써 코드 ‘작성’을 무해한 의사전달 수단으로 인정하더라도,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작성이 아닌 실행은 불법으로 분류될 수도 있을 행위다. 또한, 퍼블릭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이 불법의 소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미국 시장이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제외된다면 그 결과는 결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닐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미국에 기반을 둔 전자지갑에 보관되었던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것이 위험해짐에 따라 ‘출처가 확인된’ 코인만 취급하는 병행시장(parallel market)이 출현할 것이고, 의도치 않게 미국으로 송금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수수료가 비싼 대신 추적이 쉬운 새로운 거래 수단이 주목받게 될 것이다.

 

규모와 권력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규제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더라도 암호화폐 업계 단속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독립된 기업들이 합법적인 자산을 취급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각종 규제와 회계 규정 준수를 요구하며 암호화폐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이 이란에 제재를 가하면서 거래금지 조항을 위반한 기업들에 국적을 불문하고 보복 조치를 취한 것처럼 세계 기축통화의 발행국인 미국에는 다른 국가와 기업을 굴복시킬 힘이 있다. 즉, 비트코인이 미국 정부의 탄압을 받게 된다면 (분산화된 코드와 운영방식 덕에 완전히 사라지거나 기술적으로 외면받지는 않겠지만) 그 잠재력이 많이 축소될 것임은 틀림없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가 간과하는 가장 큰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금지하는 데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 금지 조치를 꺼리는 것은 아마도 거대한 법정 싸움이라는 후폭풍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지지기반 약화를 우려해서일 것이다.

기득권 타파를 입에 달고 사는 대통령이 21세기 들어 등장한 기술 가운데 기존 질서에 가장 거세게 도전하고있는 비트코인을 적대시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는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혁신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기득권 체제를 극복하면서 시장 중심의 개혁과 혁신을 완수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손상되면 이는 유권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탄탄한 일부 주는 이미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대표적인 주가 됐다. 또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에는 초창기부터 암호화폐를 지지했던 이들도 있다.

비트코인 규제가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달러 강세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을 커다란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특정 코드의 평화적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미국 시장의 수많은 기업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조처다.

트럼프 정부가 정책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전통 금융 산업의 월스트리트는 암호화폐 운영 개발 면에서나 기관투자자의 선호도 면에서나 비트코인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 압류금의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언제나 논리적으로 합당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자신의 지지기반을 약화시킬 결정을 내릴 만큼 수완이 형편없는 정치인이 아닌 것만은 인정해야 한다.

 

긍정적인 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비트코인이 이제 미국 대통령이 거론할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는 점이다. 소수의 개발자가 모여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비트코인은 이제 수많은 투자자와 기업의 지지를 얻고, 마침내 세계적 지도자의 관심을 받는 범세계적 현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비트코인을 금지한다면 엄청난 법정 공방이 뒤따를 것이다. 수많은 청문회가 이어지며 암호화폐의 불확실성은 심화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의 투명성 개선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해질 것이고, 이는 정부 권력에 제동을 걸 것이다. 또한, 코드에 담긴 자유와 암호화폐의 잠재적 가치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면서 여러 방면에서 기술이 진보할 것이다.

필자는 일전에 비트코인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은 비대칭적 리스크에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즉, 비트코인의 가치가 0이 될 가능성이 비트코인의 가치가 10배 오를 가능성보다 적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비대칭적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금지할 가능성은 0보다 크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비트코인 생태계가 얻게 될 혜택에 견주면 작디작다는 것이다.

앞으로 비트코인의 앞길은 험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전통적 금융을 대체하는 분산화된 가치 저장 수단에 대해 발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대정신(zeitgeist)’이 한 걸음 진보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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