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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코인데스크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모여 디지털 자산이 증권에 얼마나 가까운지 평가하는 위원회를 꾸린 데 대해 암호화폐 업계 안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다.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비트렉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 7곳은 최근 암호화폐 평가위원회(CRC, Crypto Rating Council)를 발족했다. 위원회가 하는 일은 어떤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규정될 만한지 판단하는 일이다.

위원회는 평가 결과를 1~5점 사이 점수로 매기는데, 비트코인(BTC), 라이트코인(LTC), DAI 등이 증권으로 분류될 소지가 전혀 없다는 1점을 받았다. 점수가 높아질수록 증권으로 분류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고, 5점이면 사실상 증권으로 봐야 하는 자산이 된다. (위원회의 주관적인 평가지만) 5점을 받는 디지털 자산에는 증권법 위반 혐의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위원회는 5점을 받는 자산의 목록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XRP, 메이커(MKR), EOS, 어거(augur), 이더(ETH) 등에 대한 평가 점수도 공개됐다. 일부 암호화폐는 증권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4점 혹은 4.5점을 받기도 했다.

평가위원회의 발족과 첫 번째 점수 발표를 둘러싸고 환영부터 노골적인 조롱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암호화폐 평가위원회 같은 단체가 꾸려진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위원회가 꾸려진 배경도 확실하지 않은데 과연 규제 당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도 있다.

법무법인 스텝토&존슨(Steptoe and Johnson)의 파트너 변호사 게리 골드숄은 암호화폐 평가위원회 발족을 “훌륭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골드숄 변호사는 스텝토&존슨에 오기 전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시장거래국 부국장을 역임했다. 골드숄 변호사는 특히 규모가 작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이들이 암호화폐 평가위원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SEC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분석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이들도 위원회의 평가 기준을 참고해 증권법을 위반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SEC가 디지털 자산이 증권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특정 플랫폼이 특정 자산에 대해 다른 곳보다 더 많이 알고 미리 대처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분명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원회 구성을 주도한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평가위원회를 향한 평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인베이스의 최고법률이사 브라이언 브룩스는 트위터를 통해 위원회가 법률상 조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위원회가 제공하는 정보는 일종의 자동화된 규제 준수 여부 점검용 툴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사실 금융 업계에는 이런 식의 자동화된 툴이 아주 흔하다. 위원회에 참여한 회원사들이 더 많은 자산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하고 싶어 하지만, 증권이나 다름없는 암호화폐는 증권법 위반 혐의로 벌금이나 제재를 받으므로 이런 자산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 브라이언 브룩스,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이사

 

자율 규제의 함정


법무법인 앤더슨 킬(Anderson Kill)의 파트너 변호사 스티븐 팰리는 암호화폐 평가위원회와 같은 자율 규제 움직임은 전에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자율규제기관(SRO)이라는 개념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물론 좋은 점도 많다. 미국 금융산업감독기구(FINRA)나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번에 거래소들이 꾸린 평가위원회라는 것은 자율규제기관이 아니라서 문제가 된다. 당장 뜻이 맞는 기업이 뭉쳐 카르텔을 꾸려 얼마든지 짬짜미에 나설 수도 있는 구조다.” - 스티븐 팰리, 앤더슨 킬 파트너 변호사

벤처캐피털 퓨처퍼펙트(Future Perfect VC)의 창업자 잘락 조반푸트라는 암호화폐 업계가 특히 초기에는 자율 규제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암호화폐 업계에는 무엇보다 디지털 자산 전반에 관한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분명한 기준을 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함량 미달인 업체, 심지어 법을 좀 어기는 업체가 있더라도 업계는 처음부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규제 기관이 개입하는 쪽보다 자율 규제를 선호한다. 나는 앞으로 토큰화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암호화폐 업계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는 당연히 규제 당국과 폭넓은 협의,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에 꾸린 암호화폐 평가위원회 같은 곳이 객관적으로 운영되기만 한다면 규제를 분명하게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 잘락 조반푸트라, 퓨처퍼펙트 창업자

법무법인 얀쿤 궈(Yankyn Guo Law)의 변호사 얀쿤 궈는 평가위원회가 하는 일이 자율 규제처럼 보일지 몰라도 업계가 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지나치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즉 모든 암호화폐 회사가 법과 규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분석과 조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암호화폐 평가위원회도 웹사이트에 자신들이 공개하는 점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투명성 부족


암호화폐 평가위원회의 취지 자체는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과연 위원회의 평가 방식이 최선인지,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퓨처퍼펙트의 조반푸트라도 이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평가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에 얼마나 가중치를 주고 암호화폐가 증권과 비슷한지를 분석해 평가하는지 그 기준을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평가 결과가 얼마나 객관적인지 믿음을 주려면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얀쿤 궈 변호사도 조반푸트라와 같은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평가위원회에서 2점, 3점, 4점을 받으면 그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1점은 전혀 증권이 아니라고 하고, 5점은 사실상 증권으로 볼 수밖에 없는 자산이라면, 2~4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증권의 속성이 있다는 뜻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만큼 증권의 속성이 있는 건지 설명이 없다. 2~4점을 모두 하나로 묶어 ‘일부 증권’ 같은 식으로 분류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 얀쿤 궈 변호사

앤더슨 킬의 스티븐 팰리 변호사도 중간 점수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3.5점이면 어디가 얼마나 증권과 비슷한 건지, 점수를 낮추려면 무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전혀 기준이 없다. 또한, 결국 SEC의 판단은 암호화폐나 디지털 자산이 증권이냐 아니냐 둘 중 하나로 날 텐데, 이렇게 기준도 모호한 점수를 왜 매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팰리 변호사는 덧붙였다.

스텝토&존슨의 골드숄 변호사는 암호화폐 평가위원회에 속한 거래소가 과연 위원회의 평가 점수를 암호화폐 상장 심사에 얼마나 반영할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평가위원회에 속하지 않는 거래소라도 점수를 참고해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보이는 만큼 거래소가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골드숄 변호사는 “특정 디지털 자산에 관해 먼저 비슷한 시각이 모여 접점을 찾아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평가 기준이나 분석 방법 등이 더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토큰을 발행하는 이들이 평가위원회의 기준을 참고해 증권법을 어기지 않는 암호화폐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의 브룩스 최고법률이사는 “1점과 5점 사이의 점수를 받은 자산은 증권의 속성을 일부 지녔지만, 현행 증권법에 따라 완전히 증권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자산”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평가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소송 빌미만 제공?


팰리 변호사는 평가위원회가 매긴 점수를 거래소가 상장심사에 참고하면 평가위원회를 향한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떤 자료를 근거로 어떻게 계산해서 그 점수를 도출해냈는지 상세히 밝히고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 지라는 소송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자료의 해석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불가피해 보인다. 예를 들어 연방 판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암호화폐 평가위원회가 3.5점을 매긴 자산이면 증권에 가까운 편으로 볼 수 있는데, 그런데도 피고의 거래소는 (증권으로 신고하지 않고) 암호화폐를 상장한 근거가 뭡니까?’” - 스티븐 팰리, 앤더슨 킬

얀쿤 궈는 암호화폐의 속성을 평가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 거래소가 규제 당국과 협력하기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들이 그러한 기준을 만들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골드숄은 어떤 토큰을 새로 평가해 점수를 다시 매길 때 위원회가 토큰을 발행한 이에게 더 많은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팰리는 평가위원회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지금 같은 방식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 이런 위원회를 꾸렸는지 이유는 잘 알겠다. 그렇다고 해도 섣불리 덜컥 시행해버린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평가 기준을 지금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공개해 지지를 끌어내는 등 근본적인 평가 방식과 절차를 개선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식으로 평가위원회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스티븐 팰리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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