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ia Goldbugs: How ISIS Created a Currency for World Domination
출처=동영상 '디나르 금화의 귀환' 갈무리

코인데스크의 레이첼 로즈 오리어리 기자는 정세가 불안한 시리아 북부 로자바(Rojava) 현지에서 암호화폐가 어떻게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지 취재하고 있다. 앞서 세 차례 로자바 르포를 보내온 오리어리 기자가 IS의 통화정책을 취재했다.


IS(Islamic State, 이슬람국가)는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차량 폭탄 테러나 자살 테러와 같은 노골적인 수단 외에도 대단히 교묘하고 민감한 무기를 사용해 왔다. 바로 ‘돈’이다.

IS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슬람 교리의 호전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세계를 통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 대단히 효율적이면서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를 만들어낸 동시에 자체 주화인 디나르를 발행해 경제 실험을 진행했다.

IS 디나르는 작게는 몇 센트부터 큰 것은 1천 달러에 육박하는 달러에 상당하는 총 10종의 주화로 이루어져 있다. IS는 금, 은, 동 본위제를 바탕으로 하는 디나르로 미국과 이란, 시리아 화폐를 대체하고자 했다.

당시 IS는 약 5500만m²에 달하는, 석유가 풍부히 매장된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IS의 계획은 석유 거래에 사용되는 화폐를 디나르로 바꿔 원유 관련 거래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었다. IS는 오일머니를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보고, 달러와 석유를 분리하려 애썼다.

중세 우마이야 왕조에서 서남아시아 전역에 흩어진 이슬람교도들을 경제적으로 잇고 하나로 뭉치게 하려고 발행한 주화가 디나르의 모델이 되었다.

사진: 디나르 은화 동전 5개

 

2015년, IS 지배 아래 있던 시민들은 의무적으로 디나르를 사용해야 했다. IS가 전성기 때 지배하던 영역의 주민 수는 1천만 명에 육박했다. 자연히 디나르는 우리 시대를 통틀어 가장 야심 찬 경제 실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필자는 시리아 북부 로자바 준자치주에 거주하면서 시리아 민주군(SDF)이 운영하는 시설에 수감된 IS 포로 모하메드 나자르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사진 촬영을 거부했으며, 인터뷰 기록을 위한 녹음기 사용에도 불안해했고, 가명을 써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모하메드 나자르는 가명이다)

나자르는 IS의 주 소득원이자 디나르 실험의 핵심인 유전에서 일했다. 인터뷰 당시 필자가 은으로 된 디르함(화폐 단위) 주화를 책상 위에 꺼내놓자 나자르는 웃음을 터뜨렸다. 직경 1cm 정도 되는 디르함 동전에는 아랍어로 근면과 자선을 권장하는 하디스(모하마드의 언행록) 경구가 새겨져 있었다.

“IS 안에서 이건 명백한 실패작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2015년 디나르를 발행하며 배포한 선전용 다큐멘터리 “디나르 금화의 귀환”을 보면, IS는 디나르 실험을 9.11 테러에 버금가는 것으로 간주했다. 디나르가 미국 경제와의 총력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새로운 무기라는 것이다. 나자르는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 다큐멘터리 보지 않았나? 세계 경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이었다.”

 

디나르의 도입


나자르는 2013년 10월 IS에 가담했다. 원래 석유 관련 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던 나자르는 곧바로 IS 경제 전략의 핵심인 원전에서 일하게 되었다.

석유가 풍부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상당 지역을 점령한 IS는 다마스쿠스나 이라크, 터키 등 이웃 국가들로 석유를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호황기였다. 당시 이슬람국가는 매월 6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모든 거래가 미국 달러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미국의 헤게모니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에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디나르였다. 아니, 선전 다큐멘터리의 설명대로 “이 세계의 부를 측정하는 궁극적 수단, 금의 귀환”이었다.

디나르는 IS의 주된 수출 품목인 석유의 거래에 먼저 도입되었다. IS로부터 석유를 사려는 이들은 달러를 디나르로 환전해야 했다. 얼마 후 디나르는 시민들 사이에도 도입되었다. 상인들이 은행권 대신 디나르로 거스름돈을 주는 등 조금씩 일반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파고들었다. 그러다가 IS는 2015년에 디나르 사용을 의무화했다.

“(기존) 시리아 화폐의 사용은 금지되었다. 이슬람국가 전역에서는 IS 디나르 외 모든 화폐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슬람국가 전역에 환전소가 생겼다. 환전소에서는 디나르를 달러나 다른 화폐로 바꿀 수 있었다. 디나르 중심으로 굴러가는 경제는 IS에도 덤으로 소득을 안겨줬다. 당시 무게가 4.25g 나가는 디나르 금화의 시장 가격은 160달러였지만, 현지에서 190달러에 거래되었다. IS가 금화 하나를 발행해 유통할 때마다 30달러의 이득을 본 셈이었다. 하루 석유 판매량이 15만 배럴이었는데, 그 대금을 디나르로 거래했으니 적잖은 금액이었다.

사진: IS 무장대원이 디나르 금화로 물건값을 치르고 있다.

 

금본위제도


그러나 IS의 디나르는 단순한 돈벌이 수단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디나르는 이슬람교의 원칙과 교리를 토대로 한 경제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의 핵심이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Sharia)는 특정 경제 활동을 금지한다. 예를 들어 샤리아는 ‘리바(riba),’ 즉 이자를 금지한다. 따라서 일부 샤리아 해석에 따르면 전통적인 은행을 통한 거래도 이슬람 교리를 어기는 행위가 된다. 또한 모든 거래는 금과 같은 자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특정한 방식의 대출도 금지된다.

IS는 사이드 압딜 알라 마우두디(Sayyid Abdil A’la Mawdudi)라는 인물의 사상을 토대로 디나르를 도입했다. 마우두디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중도 노선을 제안했으며, ‘자캇(zakat),’ 즉 자선을 특히 강조했다. IS는 이슬람국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기부를 독려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캇’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주민들의 세금이 IS 경제의 기본을 이루었으며, IS가 자캇을 통해 모으는 수입이 석유를 팔아 번 돈보다 훨씬 많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나자르는 해당 기사는 사실관계가 완전히 틀린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IS 점령지 주민들의 궁핍한 경제 사정상 기부금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IS는 전통적 은행 거래 활동을 매우 불온한 행위로 여겼다. 미국 연준의 지휘 아래 부정부패로 얼룩진 리바 기반 금융 시스템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디나르가 필요하다고 IS 지도부는 판단했다.

IS 선전 영상에는 금본위제 지지자로 잘 알려진 마이크 멀로니, 음모론자 에드워드 그리핀, 하원의원이자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인 론 폴 등 미국 사상가들의 발언이 등장한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지만, 이들은 금본위제를 포기해 달러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상황을 줄곧 비판해온 사상가들이다.

나자르는 미국이 달러를 이용해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석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무엇을 사든 달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슬람 교리에는 디나르가 더 적합하다. 디나르에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 금도 마찬가지다.”

 

왜 실패했을까?


디나르 출시는 성공적이었지만, IS는 여전히 외부의 공격에 취약한 상태였다. 2016년 미국은 IS가 점유한 유전을 폭격하기 시작했고, 가장 큰 수입원이 차단된 IS 경제는 이내 몰락하기 시작했다. 나자르에 따르면 디나르는 주민들의 일상 경제활동보다 석유 산업에서 더 많이, 널리 쓰이고 있었다.
“우리의 수입은 거의 달러였다. 그러면 달러를 디나르로 환전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디나르의 효용을 의심하기 시작한 상인들이 물자 공급을 중단했다.”

IS 점령 지역을 제외하고는 디나르에 대한 수요가 전무했다. 디나르는 결국 생산 단가 이하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물건을 사는 일이 늘 어려웠다. 특히 은화 가치가 너무 낮았다. 상점에서는 은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아니면 (은화로 지불하려 하면) 물건값을 더 받았다.”

주화의 중량이 상당하다 보니 일부 상인들은 디나르 금화를 가져다가 녹여서 금 시장에 다시 팔았다. 금본위 경제는 사실상 붕괴하고 말했다.

사진: 디나르 금화

 

비트코인은 아직


리바를 금지하는 등 샤리아를 따르는 금융 시스템의 특성상 IS가 점령한 지역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들에서 암호화폐를 대안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여러 차례 고려됐다. 지난 7월에는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이 와하브파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나자르는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IS가 비트코인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민주군의 한 취재원은 IS가 국제 거래를 위해 미국 달러에 의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테러조직 중에는 암호화폐를 독자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조직도 있다.

IS는 지난 5월 미국을 등에 업은 시리아 민주군에 마지막 점령지를 빼앗겼다. 당시 미군은 21억 달러 상당의 금을 찾았으며, 추가로 숨겨둔 금을 찾고 있다.

나자르는 이런 인터뷰에 오면 다들 ‘금은 어디 있나?’ ‘IS가 금을 어디 숨겼나?’고 묻는다며 웃었다.

시리아 북부에서 디나르는 이제 자취를 감췄다. 시리아 민주군 사이에서 전쟁의 기념품처럼 전해지는 디나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마저 대부분 동화나 은화로, 금화는 이미 거의 다 녹여 팔려나갔다. 디나르를 다시 파는 건 불법이고, 유통 중인 디나르는 시리아 정부가 회수한다.

나자르는 디나르의 실패 원인이 샤리아를 정확하게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슬람교에서는 부자에게서 가져다 가난한 자에게 주라고 가르치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았다. 원칙을 제대로 지켰다면 실패하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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