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y $217 Options Trade on Bitcoin Blockchain Could Be Wall Street’s Death Knell
이미지=셔터스톡

 

비트코인 0.0202개. 당시 가격으로 $217. (약 26만 원)

암호화폐 업체 스큐(Skew.)가 지난달 6일 스마트계약을 통해 S&P500 지수 기반 옵션 상품을 사며 치른 프리미엄 값이다. 옵션 시장, 파생상품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그야말로 의미 없는 액수의 미미한 거래였지만, 스큐는 이 실험이 언젠가 암호화폐가 월스트리트를 대체하는 날 중요한 이정표로 기억될 개념증명 실험으로 보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기준 지수다. 지난해 S&P500 지수를 토대로 한 옵션상품의 거래 규모만 하루 평균 4천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다.

현재 월스트리트의 증권회사를 비롯한 중개업체들은 먼저 거래를 처리한 뒤 금액을 정산한다. 증권(옵션상품)을 산 구매자가 증권을 제대로 받았는지, 판매자는 판매 대금을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지금의 방식으로 확립된 것이다.

투자자들은 계약대로 거래가 진행되는 것을 보장받는 대신 적잖은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한다. 중개 수수료도 수수료지만, 거래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 정산에 하루 또는 이틀이 걸리기도 한다는 점도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볼 수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분석 기업 스큐의 CEO 에마누엘 고(Emmanuel Goh)는 지난 7월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이용해 옵션을 거래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고는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거래를 기록하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이용해 S&P500 옵션을 거래하는 실험을 구상했다.

고는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 런던 지사에서 옵션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자동차, 화학, 소비자 제품,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주식을 토대로 한 옵션을 거래한 고는 전통적인 방식의 옵션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스큐는 이달 초 20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클라이더 퍼킨스(Kleiner Perkins)를 비롯해 이름 있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고는 코인데스크에 그야말로 ‘어떻게 될지 한 번 실험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S&P 옵션을 거래해봤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전통적인 옵션상품을 거래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지만, 잘 되면 스큐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고는 생각했다. 옵션거래의 전 과정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처리되므로 정산도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빨리 진행될 예정이었다. 고는 애초에 10~15분이면 거래부터 정산까지 모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런 거래를 가능하게 한 기술을 제공한 건 크립토 거라지(Crypto Garage)라는 업체였다. 일본 도쿄의 상장기업인 디지털 거라지(Digital Garage)의 자회사인 크립토 거라지는 스마트계약 관련 프로토콜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업체였다. 스마트계약은 블록체인에 미리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어떤 거래를 진행하도록 코딩해두는 기술이다.

흔히 스마트계약을 구동하기 최적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이더리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는 이더리움 대신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스마트계약을 구동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더 오래 사용된 만큼 더욱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거래


9월 6일. 에마누엘 고는 실제로 옵션거래를 진행했다. 먼저 스큐 내부의 연구개발비에서 영국 파운드화를 인출해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크립토 거라지를 통해 환전한 비트코인으로 S&P500 콜 스프레드(call spreads) 10주를 샀다. 이 모든 과정은 스마트계약에 따라, 거래 당사자 양측이 거래 약관에 합의하자 곧바로 처리됐다. 계약이 성사되는 데 걸린 시간은 몇 분에 불과했다. 계약 만기는 많은 거래소에서 흔히 옵션 등 파생상품의 만기일로 쓰이는 그달 셋째 주 금요일이었다.

스마트계약에 따라 스큐가 옵션 프리미엄으로 지급한 돈은 비트코인 0.0202개. 당시 가격 기준으로 217달러, 약 26만 원이었다. 크립토 가라지는 담보를 포함해 총 비트코인 0.04667개를 해당 옵션거래에 걸어두었다. (스큐가 낸 프리미엄 0.0202BTC + 크립토 가라지가 지급한 담보 0.0265BTC)

만기일인 9월 20일이 되자 스마트계약은 자동으로 인터컨티넨털 익스체인지(ICE,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의 가격을 토대로 S&P500 지수를 산출했다.

결과적으로 스큐가 이득을 본 거래였다. 0.0202BTC를 주고 산 옵션의 만기 시 가치는 0.036BTC, 당시 가격 기준 365달러, 약 43만 6천 원이었다. 크립토 거라지는 걸어두었던 0.04667BTC 가운데 만기 시 가치를 제한 약 0.01BTC를 받고, 0.036BTC는 스큐 계좌로 지급했다. (스큐는 나중에 정산을 마친 뒤 일부 조정된 차액(true-up)을 크립토 거라지에 보냈다)

복잡한 문자열로만 보이는 위의 거래 및 정산 기록은 사실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하게 정리된 비트코인 블록체인 스마트계약 기반 옵션거래 만기 정산 내역이다.

가장 위에 있는 푸른색 문자/숫자열은 해당 거래의 고유 번호.

왼쪽의 푸른색 문자/숫자열은 담보를 보관해둔 지갑 주소. 하얀색으로 적은 금액은 담보를 포함한 인출 금액.

오른쪽 위 열의 푸른색 문자/숫자열은 담보를 더해 스마트계약 거래를 관리한 크립토 거라지의 지갑 주소. 하얀색으로 적은 금액은 만기 시 옵션 가격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고 난 뒤 나머지 금액.

오른쪽 아래 열의 푸른색 문자/숫자열은 거래당사자인 스큐의 지갑 주소. 하얀색으로 적은 금액은 만기 시 옵션 가격에 따라 스큐가 받은 금액.

제일 아래 노란색 글씨는 거래가 블록체인에서 총 2068번 검증됐다는 뜻이며, 비트코인 금액은 수수료를 제하고 거래에 사용된 비트코인의 총액을 표시.

 

확장성만 개선되면


에마누엘 고는 다른 무엇보다 옵션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것만으로도 실험의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다 합해서 45분 정도 만에 정산이 마무리됐다. 거래에 든 비용은 몇 달러에 불과했다. 이미 합의한 스마트계약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당사자에게 입금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고는 거래 규모가 수백만, 수십억 달러로 늘어나더라도 이론적으로는 거래 비용은 그대로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별도의 중개인 없이 스마트계약으로 모든 거래가 처리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S&P 지수 옵션거래를 비싼 수수료를 받는 증권회사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계약으로 처리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이 여전히 너무 적기 때문이다. 에마누엘 고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개발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계약을 이용한 옵션거래를 기술적으로 대단한 혁신이나 발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번개가 전기 현상이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끝에 철사를 엮어 매단 연을 날려 보냈던 벤자민 프랭클린의 실험 같은 데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불과 26만 원짜리 옵션상품을 거래하는 데 사용된 스마트계약이라는 새로운 방식은 월스트리트에서 해오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실험이었고, 일단 그 실험의 첫걸음은 성공이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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