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AS 소속 연구원 야야 파누지(오른쪽)와 샘 도시머.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 가능성은 국제 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블록체인 관련 산업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국의 안보국방 정책을 다루고 있는 비영리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CNAS 소속 연구원 야야 파누지(Yaya Fanusie)는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코인데스크를 만나, "디지털 통화나 토큰화된 자산, 새로운 지불 시스템, 분산 원장 기술(DLT) 등이 어떻게 금융 산업을 바꾸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파누지는 미 국립테러대응센터(NCTC) 등 정부 부문과 의회, 싱크탱크, 비정부기구 등에서 대테러 정책을 다뤄왔으며, 최근 3년 동안은 안보 관련 암호화폐 정책을 연구했다.

-CNAS가 다루는 미국의 안보 및 국방 분야에서 암호화폐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 가지 의미만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테러, 사이버해킹 등 범죄에서 암호화폐가 이용될 수 있다. 범죄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금화를 막으면 되고, 그 정도는 현재의 규제 수단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기적으로는 현존하는 조항으로 막을 수 없는 새로운 혁신이 생긴다. 예컨대 탈중앙거래소(DEX)가 효율적으로 실현된다면 프라이버시코인을 거치며 익명 거래와 돈 세탁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책입안자들도 이런 부분을 알고 대응해야 한다. 장기적인 부분이 가장 다루기 힘들다. 암호화폐는 규모가 아직 작고 널리 알려져있지 않다. 그러나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바뀌어가는 것이 곧 위협이다. 그럴 때 시스템에 어떤 위험을 가져오는지가 장기적 의미다."

-안보와 경제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미-중의 경쟁 구도가 이야기되고 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분야는 어떻게 봐야할까?
"사실 모든 나라의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이 중국이다. 세계 무역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과 추진력 때문이다. 러시아에도 '크립토루블'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러시아 중앙은행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어보인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이미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어떤 정부건 제재 대상인 제3국에 블록체인을 통한 우회 수단을 제공하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잠재적 위협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최근 북한이 사이버해킹으로 암호화폐를 채굴해 현금화하는 등 수법으로 거액을 벌어들였다는 내용의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냈다. 이같은 내용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보고서는 서로 다른 보안 기업들의 분석 보고서와 언론 보도 등을 참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뢰도는 다를 수 있다.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건은 북한이 맞았다고 본다. 미국에서 서로 다른 정보업계 사람들이 각각 파악해서 북한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업계가 모두 동의한 셈이다. 그러나 2018년 코인체크 해킹 사건은, 비록 일각에선 북한을 지목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북한이라고 하기 힘들어보인다.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킹 사건 배후를 파악하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해커가 추적이 가능한 시그너처를 남긴 경우도 있다고 하고, 접속위치가 북한이라는 게 고스란히 드러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실수로 가상사설네트워크(VPN)을 켜지않았던 것 아닌가 추정되는 부분이다.(웃음)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시도가 있을 수도 있다."

-안보 분야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곳은 어느 분야 또는 지역인가?
"지정학적 경쟁이나 테러자금 지원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이버해킹 집단이 가장 우려스럽다. 디지털 안보 분야에서 이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크넷이 있는 곳이라면 어떤 식의 부정 활동도 모두 크립토에 연관됐을 수 있다."

김외현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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