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코리아가 미국의 기술·언론 기업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콘텐츠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를 주1회 발행합니다. 피스컬노트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각종 정책 자료와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IT 서비스 기업으로, 산하 매체인 씨큐앤롤콜(CQ and Roll Call)이 엄선한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제공합니다.

내일 리브라 청문회, 저커버그의 입에 쏠린 시선


현지 시각으로 내일(2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Libra)에 관한 청문회를 연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의회의 줄기찬 요구 끝에 마침내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해 더욱더 이목이 쏠린 청문회다. 지난주 워싱턴브리핑에도 소개했듯이 리브라 백서 출시 이후 줄곧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출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해온 의원들은 저커버그를 향해 날 선 질문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민주, 캘리포니아)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의회와 규제 당국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파악할 때까지 리브라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이미 리브라 청문회를 여러 차례 열었으며,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겨냥해 대형 테크기업이 암호화폐를 발행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워터스 위원장은 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이끌고 스위스 제네바로 가서 현지 규제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회의 끝에도 리브라는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저커버그는 최근 잇따라 수도 워싱턴을 찾아 규제 당국 관계자를 만났는데, 지난 16일에는 워터스 위원장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향한 불신이 여전히 팽배해 저커버그로서는 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피하기 어려운, 난처한 청문회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행 잦아진 저커버그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출시하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의회를 비롯한 워싱턴 규제 당국의 승인과 지지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사들 가운데서도 평소 좀처럼 워싱턴을 찾지 않기로 유명한 저커버그가 최근 잇따라 워싱턴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내일 청문회를 철저히 준비하는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다. 저커버그가 청문회에서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어떻게 받아내고 의회를 얼마나 설득하느냐는 페이스북과 리브라뿐 아니라 워싱턴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전반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저커버그와 의회의 악연


저커버그는 이미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선 적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유출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에 활용됐다는 이른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에 관해 페이스북에 개인정보보호 규정 등을 철저히 지켰는지 책임을 묻는 자리였다. 당시 청문회 이후 저커버그를 향한 평가는 대체로 후했다. 저커버그는 의원들의 질문에 차분한 태도로 합리적인 설명을 곁들여 답했으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원들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에둘러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일 청문회의 양상은 지난해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저커버그는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화폐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있지만, 의원들을 비롯한 워싱턴의 기류는 정반대다. 이들은 암호화폐를 ‘기존의 규제 틀을 자꾸 벗어나려고만 하는, 혁신이란 이름표를 달았지만, 그저 다루기 까다로운 새로운 기술’로 본다. 게다가 경제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되며 미국 달러화의 지위까지 흔들지 모른다고 하니 암호화폐를 어떻게든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재무부, 연방준비제도가 모두 암호화폐 규제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초에는 리브라연합의 첫 모임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두 명이 리브라연합 회원사 CEO 앞으로 직접 편지를 보내 연합 참여를 말렸다. 리브라연합에 참여한다면 강도 높은 규제를 피할 수 없을 거란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였다. 비자(Visa), 스트라이프(Stripe), 마스터카드(Mastercard) 등 편지를 받은 회사는 모두 리브라연합에서 탈퇴했고, 리브라연합은 지난주 기존 28개 회원사보다 줄어든 21개 회원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 워싱턴은 단지 리브라를 철저히 감독하고 제대로 준비하도록 필요한 규제를 적용하자는 선을 넘어 아예 리브라의 출시를 절대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절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만큼 저커버그가 리브라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빈틈없는 논리와 탄탄한 사례, 근거를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으로선 예정대로 내년에 출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리브라의 운명이 내일 청문회에 설 저커버그의 답변에 달렸다.


 

의회 안에도 리브라 우군 있다


지난주 드디어 미국 의회(상원)에 페이스북의 우군이 등장했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마이크 라운즈(공화, 사우스다코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암호화폐 수탁회사 앵커리지(Anchorage)에 편지를 보내 리브라연합에 남아 혁신에 이바지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라운즈 의원 외에도 페이스북은 의회와 워싱턴 정가에서 어렵지 않게 더 많은 우군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 저커버그도 지난 한 달간 꾸준히 워싱턴에 얼굴을 내비치며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리브라의 지지 세력을 규합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상원과 하원을 합쳐 미국에는 무려 535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이 있다. (상원 100명, 하원 435명) 법적으로 문제없이 등록한 법인, 기관, 단체들은 원하기만 하면 (합법적인) 로비에 돈을 쓰고 네트워크를 만들며 정치 후원금을 내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줄 의원들을 확보해냈다. 담배회사를 비롯해 총기 제조사, 마리화나 생산자 연합, 무기 업체 등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며 손가락질받는 회사들도 의회 안에 다 우군이라 부를 만한 의원들이 있다. 아무리 의회 전체가 페이스북을 벼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페이스북에 우호적인 의원들을 확보하지 못할 리는 없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선거, 기업 눈치 안 볼 수 없는 의원들


물론 페이스북이 미국 규제 기관과 의회를 설득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첩첩산중을 앞에 둔 페이스북은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첫걸음을 비교적 잘 내디뎠다.

먼저 워싱턴 정가를 설득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로비 역량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저커버그가 직접 워싱턴에 분주히 얼굴을 내밀며 정계의 주요 인사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도 긍정적이다.

특히 내일 열릴 리브라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저커버그는 앞서 지난 16일 리브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과도 만났다. 한 번의 회동으로 극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했더라도 줄기차게 리브라 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해온 워터스 위원장과 저커버그가 직접 만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기업과 국회의원들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의회는 내내 기업을 감시만 하고 기업은 늘 의회의 눈치를 보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의원들이 기업에 이른바 ‘아쉬운 소리’를 하기 가장 어려울 때가 선거철이다. 책임정치연구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간 선거에 쓰인 정치자금은 총 57억 달러, 6조 원이 넘는다. 보통 중간선거보다 4년에 한 번씩 대선과 함께 치르는 선거에 더 많은 자원을 쏟아붓는 경향을 생각하면 내년 선거도 ‘돈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많은 선거 자금 가운데는 물론 개인들의 정치후원금도 있지만, 대기업과 이른바 ‘큰손’을 무시할 수 있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이 이 점을 잘 활용하면 리브라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의원들을 모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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