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코리아가 미국의 기술·언론 기업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콘텐츠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를 주1회 발행합니다. 피스컬노트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각종 정책 자료와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IT 서비스 기업으로, 산하 매체인 씨큐앤롤콜(CQ and Roll Call)이 엄선한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제공합니다.

앤드류 양, 암호화폐 규제안 발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앤드류 양(Andrew Yang)이 14일 테크 기업 규제안 초안을 공개했다.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방안도 포함됐다. 앤드류 양은 기존 정치권이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화폐 전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분야에서 금융 사기가 잦은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일찌감치 관련 규제를 마련한 나라들이 자연히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의 규칙을 정하고 있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면 경쟁자들이 미리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에 관한 지금의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읽어낸 국회의원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새로운 기술을 이해할 준비가 돼 있는 의원도 많지 않다.” - 앤드류 양

대형 테크 기업들의 막강한 권력을 어떻게 견제하고 제어할지는 이미 민주당 경선에서도 화두가 됐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비롯한 몇몇 후보가 암호화폐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암호화폐와 가상화폐라는 주제가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길목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전체로 보면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이들은 여전히 극소수다. 아니면 워싱턴 규제 당국과 정치권이 여전히 시장을 이해하고 규제의 뼈대를 세우는 중이라 그럴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앤드류 양이 암호화폐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 주제가 민주당 경선에서 더 활발히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암호화폐를 줄기차게 비판만 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소재인 만큼 민주당 후보와 지지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 출신, 신기술 규제 적임자는 “나야 나”


올해 44세의 앤드류 양 후보는 사업가 출신으로 모든 미국인에게 매달 1천 달러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공약을 가장 앞세웠다.

현재 지지율은 약 3% 내외로, 지금까지 열린 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에는 초청됐지만, 앞으로 후보 선발 자격이 엄격해지면서 6명만 참여할 수 있는 12월 후보 토론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선 여론조사 지지율과 선거자금 모금 현황 등을 기준으로 지금 6명을 추리면 앤드류 양은 토론에 나서지 못한다.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지표로 쓰이는 선거자금 모금 현황에서도 주요 후보들의 모금액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 앤드류 양이 내세울 수 있는 점 가운데 하나는 그가 자수성가한 사업가 출신으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규제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경험과 철학이 있다는 점이다.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어느덧 전체 경제에서 디지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래 규모나 자산 가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안의 뼈대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고, 국가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몇몇 규제 기관이 뒤늦게 지엽적인 규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서로 담당하는 자산과 분야가 겹치고 얽히는 가운데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당장 디지털 자산을 재산(property), 상품(commodities), 증권(securities) 가운데 무엇으로 규정할 것이냐를 둘러싸고도 정부 부처와 규제 기관 사이에 통일된 기준이 없다. 뉴욕주의 비트라이선스(BitLicense)처럼 주 차원에서 마련한 규제를 통과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이러다 보니 미국의 디지털 자산 시장 자체가 옴짝달싹 못 하고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 앤드류 양


앤드류 양은 먼저 암호화폐 토큰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상황에서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되는지 명확히 규정하고, 어떤 규제 기관이 무엇을 어디까지 감독하고 규제할지 역할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또한,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판매하고, 거래하는 데 따르는 납세 기준도 명확히 세워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암호화폐가 워싱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쓰는 사람이 없어서?’


마크 저커버그가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날,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을 대놓고 깎아내리던 날은 워싱턴은 물론이고 온 세상이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인 날이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돌아보면, 지금까지 그런 날은 정말 손에 꼽을 만큼 며칠 없었다.

미국 경제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규제와 기준은 모두 워싱턴에서 만든다. 그런 워싱턴 정가에서 암호화폐와 가상화폐 전반에 대한 논의는 없어도 너무 없다. 그리고 그만한 이유도 있어 보인다.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 진행되는 논의 대부분은 물밑에서 진행되며 공개되지 않는다. 기업과 로비 단체, 규제 기관, 입법기관인 의원들이 만나 나눈 얘기 가운데 공식적으로 기록으로 남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대중의 관심이 큰 사안, 시장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관해서는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나면 어떤 부분에 관해 어떤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식의 발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암호화폐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서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암호화폐가 어렵기만 한 워싱턴?


국회의원과 담당 규제 기관이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규제 담당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회 공청회 등에서 여과 없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인 가운데 암호화폐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적다는 데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여전히 너무 작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유거브(YouGov)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79%였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실제로 써본 사람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금융 기업 파인더(Finder)의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보유한 미국인의 숫자는 올해 들어 두 배 늘었지만, 여전히 약 14% 정도다. 얼리어답터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가치의 중간값(median)은 360달러였다.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한 의원들도 대부분 금융 담당 위원회에 속한 의원들이었다. 다른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유권자들이 크게 관심도 없는 사안에 굳이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낸시 펠로시 아성에 도전하는 27세 엔지니어 “새로운 기술 잘 아는 의회는 시대의 요구”


미국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헌법상 권력 서열 3위의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리다. 현재 하원의장은 17선인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의원으로, 원내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2003년부터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직을 맡았다. 민주당이 여당일 땐 하원의장(house speaker)을, 선거에서 져 야당이 되면 야당 원내대표(house minority leader)를 역임했다.

그런 펠로시 의원의 본거지에 도전장을 내민 27세 엔지니어가 있다. 스탠포드대학교를 졸업한 아가사 배슬러(Agatha Bacelar)는 펠로시 의원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 12번 지역구에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경선은 내년 3월 3일에 열리는데, 여기서 먼저 배슬러를 포함한 세 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뽑는다. 예선 투표의 승자는 펠로시 의원과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경선까지 아직 100일 가까이 남았지만,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하원의장이 된 펠로시 의원이 패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선거자금이 중요한 척도가 되는 미국 선거에서 지금까지 모은 선거자금 규모만 봐도 펠로시 의원이 370만 달러를 모은 반면 배슬러 후보는 고작 5만4천 달러를 모으는데 그쳤다.

그렇지만 배슬러 후보는 자신의 경력을 살려 소신을 밝혀왔다. 그 소신이란 의회가 새로운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새로운 기술에는 암호화폐도 포함된다.

“전체 하원의원 가운데 이공계(STEM) 전공자가 3%에 불과한 현실에서 암호화폐와 같은 새로운 기술과 그 기술이 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의회가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아가사 배슬러 후보 웹사이트

학부 전공이 의원의 전문성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배슬러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특히 의회에 암호화폐를 정확히 평가하고 필요한 규제를 마련할 전문성을 지닌 인물이 없다는 지적은 반박하기 어려워 보인다.

배슬러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하원에 입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여전히 배슬러에겐 내년 3월까지 100일 가까운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배슬러는 계속해서 자신의 소견을 밝히고,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유권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선거운동을 이어갈 것이다. 배슬러 후보는 비트코인(BTC), 비트코인캐시(BCH), 이더리움(ETH), 라이트코인(LTC), 그리고 US달러코인(USDC)으로도 후원금을 받는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