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데스크코리아가 미국의 기술·언론 기업 피스컬노트(FiscalNote)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규제 동향을 소개하는 콘텐츠 ‘워싱턴브리핑 by Fintech Beat’를 주1회 발행합니다. 피스컬노트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각종 정책 자료와 관련 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는 IT 서비스 기업으로, 산하 매체인 씨큐앤롤콜(CQ and Roll Call)이 엄선한 미국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콘텐츠를 코인데스크코리아에 제공합니다.

리브라연합, 약관 변경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브라연합이 일부 약관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사업모델을 다시 조정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변경 내용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리브라연합의 임무와 목적에 관한 부분이다. 기존에는 “새로운 글로벌 통화의 도입으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금융 소외자(unbanked)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명시했으나 새로 바뀐 약관을 보면 “리브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전 세계 다국적 조직과 민간 영역, 규제 당국, 각종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통해 좀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결제 수단을 개발함으로써 전 세계 결제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한다”고 바뀌었다.

미국 규제 당국이 직접 리브라연합에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바뀐 약관을 보면 규제 당국의 의사를 여러모로 반영하려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리브라 프로젝트는 지난 6월 백서가 공개된 직후부터 워싱턴 정가의 집중 포화를 받아왔다. 상하원 의원들이 직접 나서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리브라를 포함한 암호화폐 자체에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드러냈다. 리브라를 엄격히 규제하거나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하려는 법안도 발의됐다.

이에 페이스북 관계자들은 프로젝트 자체를 중단하지는 않지만, 규제 당국의 비판을 수용해 프로젝트를 다각도로 보완하고 있으며, 미국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기 전에 리브라를 출시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규제 당국의 승인을 고려해 약관을 변경했다는 설명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임무와 목적 외에, 비자(Visa)와 페이팔(PayPal) 등 주요 회사의 탈퇴 이후 리브라연합 회원사의 요건에 관한 내용도 변경됐다. 이밖에 리브라연합 참여 기준으로 명시됐던 수수료 납부 능력 조항은 삭제됐고, 기존 참여사들도 30일 전에만 고지하면 탈퇴를 허용하기로 했다.

 

리브라를 향해 계속되는 전방위 비판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와 관련해 전 세계 규제 당국과 금융서비스 커뮤니티를 설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CEO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6시간 가까이 진땀을 뺀 이유도 리브라를 출시하는데 필요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리브라를 향한 날선 비판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수의 블록체인 업계 인사 및 정부 관계자들이 리브라와 페이스북을 향한 비판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업체 R3의 CEO 데이비트 러터는 페이스북이 지난 6월 발표한 리브라 백서를 두고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해당 백서는 비슷한 종류의 암호화폐 프로젝트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그저 자신들의 기존 주장만 되풀이할 뿐 규제 당국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저스틴 뮤지니치 미국 재무부 차관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뮤지니치 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비록 리브라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리브라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익명성을 기본으로 하는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해지면 관련법을 집행하고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철저히 지킨다고 해도 여전히 금융 안전성이나 이용자 보호에 관해서는 약점이 있다.” - 저스틴 뮤지니치, 미국 재무부 차관

페이스북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리브라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 선동 문제 등 최근 잇따른 스캔들로 워싱턴 정가는 물론 SNS 환경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추락한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리브라 프로젝트를 지지하면 미국 규제 정책 전반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찍힐 수 있는 상황에서 리브라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페이스북과 리브라의 우군을 자처하며 기회를 노리려는 기업과 정치인이 나올 수도 있다.


페이팔 CEO “리브라보다 페이팔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페이팔의 댄 슐먼 CEO가 리브라연합 탈퇴 이유를 두고 “페이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페이팔은 지난 10월 리브라연합 창립회원사의 첫 모임을 앞두고 리브라 프로젝트에서 발을 뺐다. 페이팔의 발표 이후 리브라연합에 참여하기로 했던 기업 다수가 잇따라 탈퇴를 선언했고, 리브라연합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적은 21개 회원사로 닻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인터뷰에서 슐먼 대표는 리브라 프로젝트를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원래 페이팔은 블록체인 인프라 등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페이스북에서 요청이 있어 리브라연합에 합류했던 것이다. 그런데 면밀히 계산해보니 리브라연합에 속해있는 것보다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에 탈퇴했다.” - 지난달 20일 인터뷰 내용

“리브라연합과 불화 끝에 연합을 등지고 나온 게 절대 아니다. 리브라 프로젝트가 순항하길 바란다.” - 이달 인터뷰 내용


슐먼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탈퇴한 상황에서 굳이 리브라연합을 비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리브라를 향해 별다른 지지를 보내지 않았고, 가장 먼저 리브라연합에서 탈퇴하며 물꼬를 텄다는 점만으로도, 리브라에 대한 그의 판단을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슐먼은 정부의 규제 압박 때문에 리브라에서 탈퇴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일축했다. 그는 “페이팔은 모든 규제 기관들과 매우 견실한 관계를 맺고 있고, 신뢰받고 있다”면서 “(규제 압력을) 겁내서 그런 결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원래 주목하고 있었던 길을 리브라가 앞서 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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