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한 볼커 전 연준 의장이 디지털 달러를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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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Keoun
Brad Keoun 2019년 12월16일 08:30
Volcker Might Have Said Yes to a Digital Dollar – If He Knew What It Was
폴 볼커(가운데), 앨런 그린스펀(왼쪽),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볼커의 후임이 그린스펀, 그의 후임이 버냉키였다. 출처=연준

지난주 92세로 별세한 폴 볼커(Paul Volcker)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볼커 전 의장은 1979~1987년 연준 의장을 지낼 때는 치솟던 인플레를 잡은 ‘소방수’였고,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대통령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은행들이 자기 돈으로 위험한 데 투자하는 이른바 프롭거래(Proprietary trading)를 금지하는 ‘볼커룰’을 제안했다. 그러나 볼커 전 의장은 생전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세계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 2013년 4월 쿼츠(Quartz)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볼커는 “비트코인이 무엇이냐”고 되물으며, “그런 것을 알기에는 난 너무 나이가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볼커가 지난 반세기 동안 연준을 이끌었던 역대 의장 중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그의 생각은 가상의 추측이라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볼커는 1980년대 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급등하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단기 금리를 20%까지 인상하는 등 강경한 정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금리를 이렇게 급하게 올리자 미국 경기는 급속히 침체했고, 실업률이 기존 6%에서 11%까지 치솟았다. 수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물론 노동조합과 의회까지 볼커 의장의 금리 인상에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인플레이션은 2% 밑으로 되돌아갔고, 경제도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의 관심은 암호화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화폐의 등장과 블록체인으로 더 잘 알려진 분산원장기술의 발전에 쏠려 있다. 가나와 스웨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라는 새로운 화폐의 개념을 연구하고 있고,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결제 편의성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지폐와 동전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이 훨씬 더 쉽게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사 전문가인 뉴욕대학교의 리처드 실라 명예교수는 볼커도 이 부분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돈을 움직이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디지털 화폐 개발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볼커 전 의장도 아마 이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예전에 회의 참석차 멕시코로 가는 길에 볼커 전 의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그는 지나가는 말처럼 세상에 화폐가 하나밖에 없다면 모든 것이 더 단순하고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리처드 실라 교수

지금은 미국 달러가 사실상 세계의 단일 통화 역할을 한다. 세계 곳곳의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은 달러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달러는 국가 간 대출과 국제 무역을 비롯해 석유와 금 등 원자재 시장에서 기본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화폐다. 미국 국채도 달러로 거래된다. 미 국채는 경기 침체나 금융위기가 오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주식 같은 자산보다 훨씬 더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할 수 있어서 전 세계의 투자를 받는다.

볼커는 신용부도스왑이나 대출채권담보부증권과 같이 월스트리트 금융 기관이 만들어낸 금융 상품에 적대적이었다. 그는 지난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은행이 고객이 맡긴 돈으로 투자하는 자기자본거래 등 투기성 투자를 금지하는 규제안을 도입했다. 규제안은 그의 이름을 따 ‘볼커룰’로 명명됐다.

다만, 그는 금융에 기술을 접목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기술을 이용해 금융 체계의 작동방식과 효율성을 개선하고 경제 전반에서 일어나는 결제 절차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2009년 12월 볼커는 지난 20년간 금융업계가 이룬 가장 중요한 혁신 성과 중 하나로 ATM 기계의 도입을 꼽았다. “사람들이 은행에 직접 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고 매우 편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볼커라면 직접 만들었을 것”


투자중개사 오데온캐피털(Odeon Capital)의 애널리스트이자 50년간 금융 업계에 몸담은 딕 보브는 볼커가 비트코인 등 민간 부문에서 단독으로 개발한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는 아마 볼커가 반대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코인데스크와 전화 인터뷰에서 “볼커는 한 국가의 금융 시스템과 금리, 통화 발행량 등을 통제하는 업무는 그 나라 중앙은행이 해야 하며, 이와 관련해 각국이 각 시점에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는 주체도 중앙이어야 한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라면 볼커가 긍정적으로 봤을 수 있다고 보브는 말했다. 정부가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면 볼커가 직접 CBDC를 개발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앞으로 5년 이내 가까운 미래에는 디지털 달러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 투자 기업인 판테라캐피털(Pantera Capita)의 폴 브로드스키는 “(볼커라면) 우선 민간 부문의 디지털 화폐가 어떻게 진척되는지 지켜본 후 연준의 디지털 화폐 발행을 옹호했을 것”이라며 디지털달러에 대한 볼커의 접근은 신중했을 것으로 짚었다.

 

돈은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


블록체인캐피털(Blockchain Capital)의 지미 송은 볼커가 디지털달러를 기술적 성과로 보고 지지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기술적 성과 만으로는 비트코인이 애초에 개발됐던 근본적인 이유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술 관료들이 돈을 지나치게 통제하려 하면서 잘못된 정책을 과도하게 강행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코인데스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송은 볼커에 대해 “일반 대중의 자주권이나 자유를 원치 않았던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연준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기존 시스템에 기술을 일부 업그레이드한 데 그쳤을 것”이라며 비트코인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여지는 남겨둬야


데이비드 예맥 뉴욕대 교수는 볼커를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다면서 정부의 크기나 영향력에 대한 볼커의 관점은 생각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다고 말했다.

디지털달러가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로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일반 국민이 시중은행을 거칠 필요 없이 연준에 직접 돈을 맡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예맥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돈을 직접 통제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관련 수업을 강의하는 예맥은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와 관련한 연구 논문을 공동 저술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개발하면 정부가 국민을 더 쉽게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예맥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존재한다면서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볼커가 “민간 부문에 대한 신뢰가 컸고 큰 정부 자체를 옹호한 인물은 절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금융 역사학자인 실라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볼커가 페이스북과 같이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 있는 민간 기업에 통화 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볼커 전 의장이 아직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가 그에게 디지털 화폐에 관해 묻는다면, 그는 분명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이 통화의 유통과 정책을 통제하도록 그냥 둬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을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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