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체인 이홍규 대표. 출처=라인플러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 IT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최근 몇년 간 세계적인 블록체인 열풍이 불면서 두 회사 역시 이 영역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에서의 활동은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카카오가 관계기업인 두나무와 자회사들을 이용해 주로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반면, 네이버는 글로벌 자회사인 라인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과 싱가폴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사업 내용이 없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2020년을 맞아 라인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언체인 이홍규 대표로부터 새해 전망과 라인의 블록체인 사업 계획을 들었다. 그는 2019년의 사건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탈중앙 금융(DeFi)를 꼽았다. 아울러 이 두가지가 2020년에도 주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올해 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미진한 동남아시아 등의 지역들을 선점하기 위해 페이스북, JP 모건, 라인 등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라인 블록체인 사업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에 대해서는 관련 규제가 없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2019년 12월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의 라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인터뷰에 앞서 라인의 블록체인 사업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회사 소개가 좀 필요할것 같다.(웃음) 언체인은 라인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우선 LVC 코퍼레이션이라는 자회사가 있다. 라인의 일본 내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고, 일본 내에서 비트맥스(BITMAX)라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라인에서 자사 서비스 사용자들의 활동을 보상하기 위해 만든 암호화폐 링크(LINK)가 있다. 언블락(Unblock)이라는 회사는 링크를 이용해서 라인 생태계를 만들고, LVC 코퍼레이션과 글로벌 사업을 함께 하는 곳이다. 그리고 제가 있는 언체인(Unchain)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비롯해 라인에 필요한 부수적인 플랫폼 개발을 하는 곳이다.(웃음)"

- 지난 2019년은 언체인에게 어떤 한 해였나.

"미래를 준비하는 해였던 것 같다. 2018년 시장에서는 시간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최대한의 속력으로 메인넷을 출시하고 거래소를 만들고, 댑(DApp)들을 내놨다. 지금은 질적인 측면이 중요한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내년, 내후년에는 확실히 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로 사용자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 2019년의 사건을 두 가지 꼽자면?

"블록체인 섹터를 크게 프라이빗과 퍼블릭의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을텐데, 프라이빗 영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관련한 각국의 움직임이었다. 중국 말고도 꽤 여러 나라에서 금융 플랫폼을 선진화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어서 2020년에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퍼블릭 영역에서는 단연 탈중앙 금융(DeFi)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메이커다오(MakerDAO)와 백트(Bakkt)가 올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미래 산업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영역은 금융이라는 얘기를 꾸준히 해왔는데 어느정도 방향성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 언체인은 지난해에도 공개 발언 등을 통해 블록체인과 금융의 상생을 강조해왔다. 왜 금융이 블록체인과 잘 맞는 분야라고 생각하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인터넷이 등장하고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 인프라들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람들의 생활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금융과 연관된 분야들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변화가 적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신뢰가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단순히 사용하기 편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반기지 않는다. 가령 일본에 라인페이가 처음 나왔을 때 '너무 쓰기가 쉬워서 좀 믿음이 안간다'는 반응이 있었을 정도다.

금융이나 안전 분야에서는 사용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인식을 바꾸는 게 매우 어렵다. 그러나 저는 탈중앙화 시스템에서도 잘 작동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덕택에 '블록체인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확산됐다고 본다. 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건 정말 큰 자산이다. 이미 블록체인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학습되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에 대해서도 심리적 저항이 많이 줄어든다."

- 기존 금융 인프라를 블록체인으로 교체하는 시장이 열렸다는 얘기인가.

"금융 인프라는 상당히 큰 시장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차세대 은행시스템 교체를 위해 시스템 언어를 코볼에서 C로 바꾼다고 가정해보자. 은행 하나마다 교체 비용이 최소 2000억원 정도 들어간다. 보통은 3000억원에서 4000억원을 쓴다."

- 한국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는데.

"그간 세계 금융사를 보면 금융 인프라는 현금-신용카드-핀테크의 순으로 발전해왔다. 선진화된 국가들은 다 이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인프라 구축 정도에 따라 중간 단계가 생략되기도 한다. 중국같은 경우는 현금에서 신용카드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핀테크로 넘어갔다. 한국은행이 그간 CBDC를 검토하지 않았던 이유도 국내에서는 신용카드라는 기존 인프라가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과 중국이 CBDC를 검토하는 이유는 인프라가 다음 세대로 넘어갔을 때 금융 패권을 잡기 위해서다."

- 그렇다면 라인이 염두에 두고 있는 시장은 어디인가.

"OECD 자료를 보면 2030년까지 전세계 중산층의 60% 정도가 동남아에 있을거라고 한다. 현재 동남아에 금융을 사용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는 사람들(unbanked)이 약 73%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모바일 기기는 70% 정도 가지고 있고, 핀테크 사용 의향은 80%가 넘는다는 거다. 이 사람들을 금융권 제도권 안으로 끌어와야 하는데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가 자체적으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기에는 기술이 부족해서 외국 기업들과 협력을 해야 하는 상태다. 지금 협력 파트너로 얘기되고 있는 기업들은 JP모건, 라인, 리브라 등이다."

- 리브라는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라인과는 경쟁관계가 될텐데 누가 이길 것으로 생각하나.

"저희가 이길 것 같다.(웃음) 나는 이 싸움이 현지화(localization)에서 판가름 난다고 본다. 특히 CBDC는 현지화 없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한번도 현지화를 해본 적이 없는 기업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활용해 일종의 세계은행을 준비하는 것 같다. 반면 저희의 전략은 각각의 국가에 맞는 CBDC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싸움에서 세계은행(리브라)이 이길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 탈중앙 금융(DeFi)은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아까 '올해의 사건' 질문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시장 초기에 암호화폐공개(ICO)가 킬러앱(Killer App)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금융에 투자할 수 있는 탈중앙 금융이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탈중앙 금융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쪽에 잠겨있는 돈이 커야 한다. 이걸 토털 밸류 락드(Total Value Locked, TVL)라고 하는데, 이미 탈중앙 금융 쪽에 7000억 원 가량의 암호화폐가 잠겨있다고 한다. 올해 메이커다오가 '이런 분야를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있고, 2020년에는 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언체인 이홍규 대표. 출처=라인플러스

- 지난해 9월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링크의 합의 메커니즘은 비잔티움 장애 허용(BFT) 등 여러 개의 합의 알고리듬을 조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금융분야에 적용하는 블록체인의 합의 알고리듬은 어떤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링크의 합의 알고리즘은 BFT을 기본으로 지분증명(PoS)과 알고랜드에서 사용하는 VRF(Verifiable Random Function)을 조합하려고 한다. BFT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쓰기 위해서는 확장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희는 소매분야도 보고 있어서 블록 생성시간도 충분히 단축해야 한다. 이걸 100% 만족하는 합의 알고리듬이 BFT뿐이다. PoS와 VRF는 BFT가 가지는 약점을 보완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 어떤 보완을 말하나.

"저희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수준의 완벽한 퍼블릭 체인을 구현하고 싶다. 그런데 PoS 만으로는 퍼블릭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어서 VRF를 추가했다. 누구나 노드로 참여할 수 있고, 매 합의마다 무작위로 합의에 참여할 노드들을 뽑는 방식이다. 알고리듬 완성은 상반기 중에는 될 것 같고, 대외적으로 이런 일정들을 공개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공식적으로는 내년 말이나 내후년 정도가 되어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링크체인의 퍼블릭 블록체인 전환 시점은 대략 언제쯤이 될까.

"그 부분은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 라인은 링크체인 출시 이후 그동안 생태계 구축과 플랫폼 개발에 주력해왔다. 내년에는 서드파티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오픈소스 방식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분과 관련된 구체적인 시간 로드맵은 나왔나.

"지금 진행상황을 보면 서드파티 개방과 관련된 구체적인 로드맵은 내년 상반기 내에 나올것으로 생각한다."

- 라인은 사용자와 어우러지는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 지난해 일본 내에서 포캐스트(4CAST), 코노미, 위즈볼 등 여러가지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런 시도들이 향후 링크체인 플랫폼 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

"장기적으로 저희는 라인이 보유하고 있는 일일 활성 사용자(DAU) 100만 이상의 서비스들에도 블록체인을 접목하려고 한다. 관련해서 전략을 짜고 준비하는 과정에 실험해볼 것들이 있었다. 블록체인 플랫폼 연착륙을 위한 대규모 실험이라고 보면 될것 같다. "

- 포캐스트 같은 서비스는 꽤 호응이 좋았는데 그냥 종료했다.

"포캐스트 DAU가 2만에서 3만 정도였다. 블록체인 디앱치고는 압도적인 숫자지만 라인은 원래 DAU 100만 정도를 운영하는 서비스 기업이지 않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만 포캐스트는 규제 정비가 미흡했던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에 나와서 서비스 만드는 게 좀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2020년에는 규제들도 어느정도 정비되고 여러가지 서비스들이 나와서 실사용될수 있을것으로 생각한다."

- 현재 한국 내 사용자들과 다른 나라 사용자들의 라인 앱 사용 환경이 상당히 다르다. 핀테크, 암호화폐 관련 부분들 때문인데, 2020년에는 이런 간극이 좁혀지나. 아니면 더 달라지나.

"아마 달라지는 쪽이 될 것 같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나라마다 규제가 다르다. 거기에 맞추자니 나라마다 앱 구성이 다른 모양일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도 각 나라마다 다르다. 가령 일본은 현금 사회에서 신용카드 단계를 뛰어넘어서 핀테크로 가려고 하고 있고, 한국은 신용카드가 잘 되어있어서 사용자 필요(needs)가 다르다. 이걸 일률적으로 맞출수는 없다. 라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도 성공적인 현지화에 있다."

- 한국 내 블록체인 사업은 특별한 계획이 있나.

"현재 라인이 한국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라인이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일본과 싱가폴 두 군데에 있는데, 그 이유도 같다. 규제가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 애초 지난해 10월 오픈으로 공지됐던 링크미 지갑 서비스가 늦어지고 있다. 이유가 있나.

"서드파티 서비스에 플랫폼을 공개하려면 사용자가 쓸 지갑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년 상반기에 '라인 블록체인 플랫폼'이라는 패키지 안에 넣어서 공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라인 로그인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갑이고, 대체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 같은 것도 사용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다만 암호화폐 지갑이 콘셉트는 아니다. 라인의 암호화폐인 링크(Link)도 최초 공개때는 안 들어갈 수 있다."

- 최근 라인이 소프트뱅크와 합작 법인을 만들면서 블록체인 분야 시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합작 법인 자체가 아직 진행중인 부분이라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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