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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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업비트 선고심에서 오상용 부장판사(형사12부)가 판결문을 읽는 동안, 송치형 두나무 의장 등 3명은 피고인석에 앉아 줄곧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부 무리한 면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업비트 계정 ‘8’과 관련해 검찰의 피의자 조서에 ‘허위 충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 사실과 무관하게 검찰의 압박 끝에 나온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의자 조서에 나온) 진술 만으로는 아이디 ‘8’에 허위로 가상화폐(암호화폐) 및 원화를 충전했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판시했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유아무개 업비트 체결엔진팀장은 당시 시스템에 입력된 것이 충전 금액이 아니라 ‘현금 한도값’이라고 진술했다. 피고인 남아무개 재무 이사와 김아무개 퀀트팀장도 검찰 조사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하면서 심문조서를 수정했다. 문제는 수정 과정에서 발생했다. 재판부는 “심문조서에는 피고인이 (충전이라는) 진술을 (현금 한도값으로) 수정한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전부 수정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검찰이 집중 추궁한 끝에 장시간 동안 확인하면서 일일이 적절히 수정하지 못한 채 조사에서 벗어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남아무개와 김아무개는 아무런 범죄 전력 없이 처음 수사를 받았으며,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압수됐다. 변호인을 선임했지만 사건 초반 실질적인 조력을 받는 게 상당히 곤란했으며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김아무개 퀀트팀장을 오전 10시30분부터 밤 10시50분까지(12시간20분) 조사한 뒤 작성한 조서가 21쪽 분량이고, 오후 2시30분부터 밤 9시까지(6시간30분) 조사한 뒤 작성한 조서가 14쪽에 불과했다는데 주목했다. 재판부는 “법원에서 증인 심문은 훨씬 짧았는데 녹취록이 65쪽에 이른다”며 “조사 당시 진술 내용으로 조서에 기재되지 않은 부분과 ‘허위 충전’에 대해 검찰의 강도높은 추궁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업비트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검찰이 적절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업비트 쪽은 재판에서 검찰이 유아무개 팀장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해 이미징 작업을 진행했으나, 유 팀장이 참여하지 못해 어떤 자료가 저장됐는지 확인할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압수 뒤에도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하는 영장주의와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업비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유 팀장으로부터 압수된 자료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업비트는 또 사무실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아마존 클라우드상 정보를 다운받아 압수해갔다며, 영장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두나무 직원들과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담당자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검찰이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외현 기자 13년 동안 한겨레에서 정치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코인데스크코리아 합류 직전엔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을 경험했으며,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현실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에서는 중국을, 대학원에서는 북한을 전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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