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카드(Mastercard)의 CEO가 리브라연합(Libra Association)에서 탈퇴한 이유에 관해 입을 열었다. 마스터카드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를 개발하는 리브라연합에 창립회원으로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출범 직전에 리브라연합에서 탈퇴했다. 마스터카드의 CEO 아제이 방가(Ajay Banga)는 리브라가 규제 당국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보였고, 뚜렷한 사업 모델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한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회장. 사진=마스터카드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한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회장. 사진=마스터카드

2009년부터 마스터카드의 회장직을 맡아온 방가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금융소층을 포용하는 데 중점을 둔 결제 통화라는 점에서 한때 리브라에 기대를 걸었지만, 점점 사기업의 디지털 지갑인 칼리브라를 위주로 꾸려지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타적인 목표가 분명히 있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어느덧 자체 지갑에만 몰두하는 프로젝트로 변질해버린 것을 보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CEO/회장

그는 정부가 특정 통화를 시민들에게 나눠줄 때 시민들이 지급받는 통화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어야만 포용적 금융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통화로 먹을거리 같은 생필품을 결제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당신이 리브라를 획득하거나 지급받으면, 지금 시스템에서는 리브라가 칼리브라 지갑에 보관된다. 그러면 거기서 다시 파운드화 같은 법정화폐로 바꾼 뒤에야 쌀이든 빵이든 생필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사실 이해할 수 없었다.” -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로서는 뚜렷한 사업 모델이 좀처럼 서지 않는 것도 리브라연합을 떠난 결정적인 이유였다. 방가 회장은 리브라연합이 회원사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며 이윤을 얼마나 남길지 같은 목표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 명확하지 않은 사업이 망하지 않고 멀쩡히 있다면, 그땐 떳떳하지 못한 방식으로 돈을 채워 넣는 경우가 더러 있다.” - 아제이 방가

방가 회장은 이어 리브라연합 회원사들 가운데 고객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이나 데이터 관리 규정 등 기본적인 규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립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10월 리브라연합의 정식 출범 직전 경쟁사인 비자(Visa)와 함께 연합에서 탈퇴했다. 당시 마스터카드는 리브라연합을 떠나는 이유에 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고, 비자는 대변인을 통해 “(리브라) 프로젝트가 규제 당국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만 밝혔다.

원래 리브라의 창립회원사는 28개 기업 및 단체로 꾸려질 예정이었지만, 지금까지 8개 회사가 리브라연합에 참여 의사를 번복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영국의 종합 통신 기업 보다폰(Vodafone)이 리브라연합을 떠나면서, 자체 디지털 결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터카드는 분산원장기술 자체에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지난해 기업형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국제 결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일부 지원하기도 했지만, 암호화폐에 관해서는 특히 대체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14년 마스터카드 동남아시아 지사의 매튜 드라이버 회장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명확한 쓰임새를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신뢰받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방가 회장도 2018년 7월 한 강연에서, 암호화폐를 ‘쓸모없는 폐기물(junk)’에 비유하며, 암호화폐에 교환 수단(medium of exchange)의 지위를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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