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아이오와 코커스의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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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 B. Levine
Adam B. Levine 2020년 2월5일 12:00

비트코인 관련 팟캐스트 Let's Talk Bitcoin!의 진행자로 2019년에 코인데스크 팟캐스트팀에디터로 합류한 애덤 르바인(Adam B. Levine)이 쓴 칼럼이다. 칼럼의 주장은 코인데스크의 편집 방향과 무관하다.


사진=언스플래시
사진=언스플래시

먼저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했더라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일어난 대혼란은 아마 막지 못했을 것이다.

3일 1700여 곳의 코커스(caucus, 주민 모임)를 통해 모은 아이오와주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일부 숫자가 불일치(inconsistency)하는 오류가 발생하자, 코커스를 주관한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경선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뒤에도 결과가 오리무중인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당으로서는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민망한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자연스레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했다면 달랐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블록체인, 더 넓게는 분산원장기술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바로 어젯밤 아이오와에서 일어난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권한이 집중된 중앙의 관리자가 비효율적으로, 불투명하게 데이터를 처리할 때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탈중앙화 솔루션이다. 물론 지금껏 실제 블록체인을 선거에 도입한 결과를 보면 위와 같은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주장을 내세우기도 상당히 민망해진다.

예년 같으면 코커스가 끝난 뒤 표가 집계되는 대로 발표했을 선거 결과는 이튿날 하루가 또 저물었음에도 발표되지 않았다. 코커스를 주관한 아이오와주 민주당은 계속해서 실제 종이에 수기로 기록한 결과와 코커스별로 보고한 데이터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올해 아이오와 코커스는 1700여 개 코커스별로 참가자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결과를 일일이 수기로 집계하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썼다. 다만, 표를 아이오와 민주당에 보고하는 방식에서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모바일 앱을 도입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앱 대신 전화를 이용했다. 코커스별로 2차 투표까지 마치고 나면 그 결과를 아이오와 중앙당에 전화를 걸어 보고한 것이다. 전화로 보고하는 방식에는 물론 불편한 점도 보안상 위험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올해 유례 없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냥 예전에 하던 대로 전화로 보고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데이터에 불일치가 발생한 원인이 규명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나온 정황과 분석에 따르면 새로운 앱이 이번 혼란을 야기시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앱은 애초 각 코커스를 관장하는 의장들이 1, 2차 투표 숫자를 입력하면 정해진 공식에 따라 주 전체로 보낼 후보 별 대표단(delegates) 숫자를 계산해 보고하는 과정을 쉽게 해주려고 만들었다. 코커스 의장들이 할 일은, 1, 2차 투표 결과와 그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대표단 숫자를 배포한 앱에 입력해 전송 버튼만 누르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앱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2020년 선거는 지금까지 치른 어느 선거보다도 사이버 보안이 중요한 선거다. 보안전문가들은 아이오와주 민주당이 새로운 앱을 개발한 회사를 공개적으로 검증하지 않았고, 앱 자체도 제대로 시험을 거치지도 않은 채 곧바로 실전에 투입하려 한 데 깊은 우려를 표명해왔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보안국이 나서 아이오와 민주당에 별도로 (코커스 전에) 앱의 보안 테스트를 더 해보라고 권했지만, 아이오와 민주당 측은 국토안보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이오와 민주당은 앱의 보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듭 자신했다. 특히 앱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당 차원에서 코커스별 투표 결과를 종이에 수기로 기록해 모두 모아놓을 것이므로, 이를 신속히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불과 지난달 아이오와 코커스를 코앞에 두고도 자신감을 보이던 민주당은 끝내 투표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후보들은 저마다 선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을 들으면, 패자는 아무도 없는데 모두 다 ‘자기가 이겼다’고 주장하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한치의 오차 없이 공개됐어야 할 투표 결과 정보가 누락되자, 거짓 주장과 혼동이 빈 공간을 채웠다. 아이오와가 미국 전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첫번째 경선을 치를 자격이 있느냐는 해묵은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실 결과를 모르는 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결과는 지금도 분명 나와 있다. 1700여개에 이르는 작지않은 숫자이긴 하지만,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는 절차는 코커스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문제는 이 결과를 더하고 집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블록체인이었으면 더 복잡해졌을 것

어쨌든 블록체인 기술은 종전에는 종이에 일일이 손으로 써서 기록하던 문서 작업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자동화하는 데 적합한 기술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니 어젯밤의 혼란을 보며, 블록체인 시스템이 떠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만약 투표 결과를 보고하고 집계한 그 앱이 블록체인 기반 앱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론적으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보고된 투표 결과가 각 후보 캠프와 언론은 물론 아이오와 코커스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유권자들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공개됐으리라는 점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기록되는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록이 바뀔 경우 누가 기록을 어떻게 바꿨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 뿐이다. 기록된 데이터를 검증하는 것은 여전히 다른 누군가의 몫이다. 누군가 투표 결과를 조작해 대표단의 숫자가 바뀌었다면 피해를 본 후보 측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누가 기록을 바꿨는지 찾아내 항의하겠지만, 처음부터 투표 결과가 잘못 기록된다면 이는 블록체인이 스스로 잡아낼 수 없다.

블록체인보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바로 '새로운 앱'이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둘러싸고 수많은 논란이 있지만, 코커스는 크지않은 주를 무려 1700여 곳의 작은 모임으로 나눈 다음, 유권자들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거쳐 민의를 수렴하는 대단히 탈중앙화된 절차이다. 절차가 탈중앙화됐다는 건 한곳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곳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새 앱'은 그렇지 않다. 투표 결과를 보고하고 집계하는 과정에서, 탈중앙화된 구조에서 확인한 민의를 정확히 한 곳으로 모으는 중앙화된 장치다. 앱 하나에 모든 결과가 모인다. 그 결과를 처리하는 코드베이스에 버그가 생기면 앱 전체와 결과 자체가 어그러진다.

코커스를 주관하는 의장이 갑자기 심장마비가 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의장 개인에게는 딱한 일이지만, 코커스 자체가 무산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의장 역할을 할 사람이 얼마든지 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결과를 모아둔 앱에 문제가 생기면? 선거 자체가 그대로 멈춰버린다.

이건 블록체인도 어찌 할 수 없는 문제다.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방식의 결함은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낯설고 복잡한 블록체인 기술이 섣불리 도입됐다면 문제는 더 커졌을 수도 있다.

어젯밤 아이오와 민주당의 참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새로운 앱을 충분히 테스트하지 않고 도입하면서 정작 그 앱을 사용해야 하는 코커스 의장 등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라는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실전에 새로운 장비를 시험삼아 투입했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블록체인 솔루션이었다면 달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제대로 된 시험과 교육을 거치지 않고 덜컥 코커스 의장들에게 앱을 들이민다면 그 앱이 제아무리 잘 만든 블록체인 앱이었다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적인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데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많았는데, 블록체인 앱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24개 문자열의 암구호를 입력해야 했다면, 이미 투표 집계 절차가 마비됐을 것이다.

아무리 완벽한 기술이라도 그 기술을 장착한 제품을 사람들이 쓰게 되면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에서 크고작은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기본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어쩌면 훨씬 더 중요한 과정이 그 기술을 사람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활용법과 이용 표준을 만들고 교육하는 일이다. 이제 갓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자와 영상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기 시작하신 할머니에게 갑자기 아무런 뜻도 없는 24개 문자열을 적어주며 이 암호를 잃어버리면 큰일난다고 신신당부한다면 할머니는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화를 낼 것이다.

어젯밤의 혼란과 관련해 블록체인이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따로 있다. 사람들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근거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일이다. 즉 세상 어디에나 정보의 비대칭은 존재하는데, 이 정보가 중앙화된 관리자를 통해 이동한다면 그 중앙의 관리자가 바로 단일 장애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되어 모든 결과를 왜곡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방식을 바꾸고 개선하려 할 때도 이러한 관점에서 좀 더 탈중앙화된 접근법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블록체인은 지금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만 어젯밤 아이오와 코커스의 사례에 한해서라면 블록체인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 Translated by NewsPepperm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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