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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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블록체인 팀을 이끄는 제리 쿠오모 부사장이 기업형 블록체인을 가리켜 “관련 사업에서 다양한 구매를 일으키는 원천”으로 표현했다.

“기업형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이것저것 지출할 일이 많아진다. 실제로 IBM의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블록체인에 1달러를 지출할 때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평균 15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게 된다.”

이른바 승수 효과가 15배나 된다는 쿠오모 부사장의 발언에서 블록체인을 대하는 IBM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IBM은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으며, 기업형 블록체인을 클라우드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 IBM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략의 우선순위가 변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산원장 기술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서 블록체인 사업을 아예 정리하려 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쿠오모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 특징을 언급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블록체인이 기업 애플리케이션의 완전히 새로운 영역임은 틀림없다. 애플리케이션 현대화를 비롯해 클라우드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및 각종 자료 분석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실제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솔루션의 20%에 불과하다. 네트워크 작동을 책임지는 건 나머지 80%의 기술이다.”

쿠오모 부사장의 발언은 좀 더 큰 그림에서 IBM 전체 사업 전략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IBM은 지난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업체 레드햇(Red Hat)을 34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것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레드햇은 24%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인지 기술 소프트웨어 수익은 9% 증가했다. 매출 증가 폭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이 와중에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해온 인물이 신임 CEO로 임명됐다는 소식은 IBM의 전략이 바뀐 것 아니냐는 업계의 추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니 로메티 회장은 아브린드 크리슈나에게 CEO 자리를 내주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크리슈나 신임 CEO는 클라우드 및 인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등의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로 레드햇 인수를 주도했으며, 오는 4월 6일부터 CEO 임기를 시작한다.

IBM의 우선순위 변화와 관련해 쿠오모 부사장은 “IBM은 하이브리드 사업을 중심으로 좀 더 공격적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킨지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시장 규모는 1조 2천억 달러에 달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을 비롯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포괄하고 있어 작업량을 서로 다른 플랫폼에 분산하여 처리할 수 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결합

쿠오모 부사장은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간 잠재적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며 IBM의 하이퍼레저 패브릭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스템의 결합을 “행복한 결혼”에 비유했다. 즉 클러스터 자동화와 확장성을 내장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 플랫폼에 하이퍼레저 패브릭을 연동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IBM이 리눅스 재단에 소스 코드를 제공해 만든 기업용 블록체인이다. 이는 곧 쿠버니테스(Kubernetes)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기술은 레드햇의 전문 영역으로 오픈시프트(OpenShift) 플랫폼을 통해 이미 구현된 바 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쿠버니테스와 원활하게 연동된다. 체인코드(Chaincode, 하이퍼레저에서 스마트계약을 일컫는 말)의 많은 부분은 컨테이너화된 환경에서 안전한 작동을 보장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레드햇을 높이 산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었다.”

쿠오모 부사장은 이어 “블록체인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의 채택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바로 아니라고 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 수가 예전만큼 많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면밀히 살펴보면, 품질이 매우 높고 투자하는 업체들도 매우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과 관련해 지난 2018년을 “광야에서의 도전”으로 평가했다.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일부는 성공했고 또 일부는 실패로 돌아갔다. 많은 아이디어가 탄생했지만, 모두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고객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다만 IBM의 블록체인 사업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쿠오모 부사장은 블록체인 사업 부문에서 손실이 컸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건재하다”고 대답했다.

Ian Allison 이안 앨리슨 기자는 코인데스크에 합류하기 전 와 에서 핀테크 분야를 담당했다. 2017년 스테이트 스트리트 데이터 혁신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한 앨리슨 기자는 DAO 토큰을 소량 구매했었지만, 이를 회수하지는 않았다. 앨리슨 기자는 현재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어디에도 투자한 자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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