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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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한 국내 일간지에 실린 '민주당만 빼고'라는 이름의 기명칼럼이 화제로 떠올랐다. 올 4월에 있을 총선에서 민주당만 빼고 다른 당에 표를 주자는 내용이었다. 지목당한 민주당이 칼럼 필자와 해당 언론사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이 커졌다.
  여당이 언론사와 일개 칼럼니스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남았다. 해당 칼럼이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 탓이다. 언론중재위는 12일 심의위원회를 열어 문제의 칼럼을 게재한 언론사가 공직선거법 8조를 위반했다는 의견을 냈다.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만으로 현행법 위반 행위를 마냥 덮어줄 순 없다. 결국 이 논의는 선거법 개정의 화두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현행 선거법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위가 너무 많아서, 유권자가 더 많은 정치적 자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선거법을 고치기는 사실 어렵다.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미미함에도 격론이 오가는 풍경은 안타깝다. 차라리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언론사가 실어도 되는지 국민들에게 물어본다면 어떨까.
  국민들이 선거법에 정해진 여러가지 규제를 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유권자의 압도적 의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20년 전인 2000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의원들은 지금보다 삐뚤어진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국회 국정감사에 시민단체 관계자가 들어와 자신의 질의를 평가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겨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행태에 분개한 40개 시민단체는 질 낮은 의원들을 떨어뜨리자는 낙천·낙선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위법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돈을 모아 여론조사를 맡겨보니, 90% 가까운 응답자가 운동을 지지한다고 했다. 분위기는 반전돼 운동은 성공했고 결국 선거법 개정까지 이어졌다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오늘날 시민사회에서는 전설과도 같다.
  선거법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와 정치인의 이해가 상충하는 대표적인 지점 중 하나다. 유권자는 더 많은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고 싶고, 정치인은 자신들의 당선에 유리한 규칙을 갖고싶다. 양쪽의 공방이 오갈 때, 정치인들은 때때로 기술적 제약을 무기 삼아 ‘현실적 한계’를 거론한다. 통상 유권자의 뜻이란 그 실체를 확인하는데 상당한 기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유권자의 뜻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기술을 동원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세계 여러나라들은 보안 문제와 조작 위험이 있는 전자투표의 단점을 블록체인이 어느정도 보완해줄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지난 2018년 6월 보츠(Voatz)라는 모바일 투표 플랫폼을 활용해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나 사라토프주 같은 지방단위 선거에서는 이미 지난해 블록체인 전자투표가 성공리에 치러졌다. 처음부터 투표장에 도입하는게 부담스럽다면 비슷한 원리로 여론조사부터 시작해볼 수도 있다. 
  한국 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해 12월 조달청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투표시스템 구축 관련 입찰 공고를 냈다. 총 사업 금액은 9900만원 정도로 크지 않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 사업을 통해 온라인투표 시스템 투표과정 및 개표결과에 대한 투명성, 및 신뢰성을 제고하고 블록체인 기반 선거플랫폼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제시했다. 한국에서 블록체인 기반 투표시스템을 갖추고 국민의 뜻을 더 자주, 즉각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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