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 54% “블록체인 도입 고려하거나 이미 개발 중”
하나은행 ‘블록체인 학생증’ 발급
신한은행 ‘닥터론’ 대출기간 단축
분산형 신원인증 사업 참여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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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2020년 2월18일 07:00
여의도 야경.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야경.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전문가가 블록체인 기술의 파급효과가 큰 분야로 금융과 투자를 꼽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금융기관 90곳의 절반이 넘는 54%가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고려하거나 이미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은행이다. 상당수 은행이 수년 전부터 전담 부서를 만들어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고려대학교는 올해 봄학기부터 학생증 카드 발급 절차에 블록체인을 적용했다. 하나은행이 개발한 블록체인에 고려대가 학적 정보를 올리고 공유함으로써 학생증 발급 기간을 약 2주에서 2~3일로 줄였다. 사전에 허가된 참여자(노드)끼리만 데이터를 공유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사례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5월 의사 대상 대출 상품인 ‘신한 닥터론’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의사가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이 대한병원의사협의회에 정회원 여부를 확인하는 등 대출 절차에 2~3일이 걸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협의회가 증명 서류를 블록체인에 올려 은행과 공유하면서 대출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며 “대출이 편리해지면서 전년 대비 월평균 신한 닥터론 대출 건수가 25% 늘었다”고 말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을 늘리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최근 주목하는 건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산형 신원인증(DID) 사업이다. 상당수 은행,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가 3대 디아이디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디아이디는 인증 정보를 분산, 보관하고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담배를 살 때 주민등록증 전체를 보여주는 대신 성인 여부만 확인시켜줄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아이콘루프와 파운트의 디아이디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하면서 “이를 통해 비대면 계좌 개설의 20개 정보 입력 절차 중 7개를 생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신 3사가 주도하는 이니셜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증명서 발급·제출 과정을 혁신해 향후 종이 증명서와 공인인증서를 보완하는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기관의 블록체인 사업은 암호화폐는 제외한 채, 분산원장을 내부 프로세스 개선에 활용하는 데 한정됐다. ‘블록체인 기술은 진흥하되 암호화폐 투기는 막는다’는 정부 기조에 따라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케이비(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정도가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두 은행이 말하는 디지털자산은 주로 디지털 신분증, 계약서 등이지만, 향후 제도가 열렸을 때 암호화폐를 추가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이 기술적 검토는 하지만, 국내에서 암호화폐 관련 법이 제정되지 않아 사업으로 다루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은행이 코인(암호화폐)에 대한 계획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단계에선 은행 프로세스와 애플리케이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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