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젠 에프코인 대표. 출처=코인데스크
장젠 에프코인 대표. 출처=코인데스크

이른바 ‘거래비용 채굴(trans-fee mining)’ 혹은 ‘트레이드마이닝’으로 불리는 수익 모델을 앞세운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에프코인(FCoin)이 1억 3천만 달러, 약 1545억 원어치 비트코인 손실금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는다.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Huobi)의 CTO 출신으로 지난 2018년 5월 에프코인을 설립한 장젠은 17일 장문의 편지를 통해 “에프코인의 부채가 자산보유고를 넘어섰다. 고객의 인출 요구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어 모든 거래와 인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프코인의 비트코인 부족분은 7천~1만 3천 개로 추정된다.

장 대표는 지난 2018년 거래비용 채굴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앞세워 에프코인 거래소를 출시했다. 그러나 에프코인은 출시 직후부터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장 대표의 이날 편지는 중국어로 공개됐고, 이후 레딧(Reddit)에 영어 번역본이 올라왔다. 에프코인 거래소는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온 건 사실이지만, 한때는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의 거래소를 넘어설 정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거래소는 해킹을 당한 것도, 투자액 회수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니다.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많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내부 시스템 오류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본래 지급돼야 할 토큰보다 더 많은 토큰이 고객들에게 잘못 지급되었다. 회사도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했으나 대책을 세워 조처하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초부터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거래비용 채굴’ 모델

2018년 5월 에프코인은 ‘거래비용 채굴’이라는 수익 모델과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다. 거래비용 채굴이란 고객이 거래를 하면 거래소가 자체 토큰(에프코인에서는 FT)으로 수수료를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ICO나 에어드롭을 통해 토큰을 발행하는 대신 에프코인은 거래하는 대가로 거래소 고객에게 전체 토큰의 51%를 지급한다고 선언했다. 사용자가 에프코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형태로 지불하는 모든 거래 수수료를 플랫폼이 FT 코인으로 100% 환급하는 방식이다.

에프코인은 또한, 매일 거래 수수료로 거래소에 쌓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80%를 하루 이상 FT 코인을 보유하는 이용자들에게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FT 코인 가격을 조종해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사업 모델을 비판했지만, 에프코인 거래소는 설립 한 달 만에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거래소를 넘어서며 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그러나 장밋빛 환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장젠이 밝힌 시스템 오류는 이미 2018년 중순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때부터 지급돼야 할 토큰 양보다 더 많은 토큰이 고객에게 지급된 것이다. 에프코인이 자산 관리용 백엔드 감사 시스템을 마련한 건 이로부터 1년이 지난 후인 2019년 중순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FT 토큰 가격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에프코인은 토큰 가격을 올리려고 토큰 1억 개를 다시 사들였다. 결국 이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장젠은 “시스템 오류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양의 토큰을 되사들인 것이 결국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거래소 잔고에 남은 토큰보다 더 많은 토큰을 팔고 인출하면서 재정 적자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앞서 에프코인은 심각한 위기관리 문제로 거래소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젠 대표는 17일 편지에서 “지금부터 인출 요청 건은 이메일로 받아 수작업으로 처리하겠다”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신규 프로젝트로 얻은 수익을 통해 보상 절차가 순조롭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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