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이달 초 비트코인 부족으로 고객의 인출 요구를 처리할 수 없다며 파산을 선언한 에프코인(FCoin)에 대해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파산의 원인을 밝히고 유출된 비트코인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면밀히 데이터를 검토해왔다.

실리콘밸리의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업체 언체인(Anchain AI)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자금 유출이 내부자 소행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사태가 데이터 오류 때문에 발생했다는 에프코인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언체인이 펴낸 보고서의 제목도 다소 도발적인 “에프코인 거래소 영업 중단: 기술적 어려움, 아니면 계획된 사기?”였다.

에프코인은 지난 2월 17일 1억 3천만 달러어치 비트코인이 부족한 상태라고 밝히며 파산을 선언했다. 에프코인이 보유한 검증된 콜드월릿(cold wallet)은 바닥이 났다. 언체인 보고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 사이 에프코인의 콜드월릿에 들어있는 자금이 우선 거래소 4곳(게이트아이오(Gate.io), 바이낸스(Binance), 오케이엑스(OKEx), 후오비(Huobi))으로 빠져나갔다가 이후 다른 거래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언체인은 앞서 중국 암호화폐 보안 분석 전문업체 펙실드(Peckshield)가 내놓은 분석보다 더 노골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펙실드는 에프코인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자금난이 거래소를 출범한 지 불과 두 달 뒤인 지난 2018년 7월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펙실드는 에프코인이 플랫폼상에서 일어난 거래의 회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용자들이 자금을 다른 거래소로 유출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언체인은 에프코인의 콜드월릿에 들어 있던 비트코인이 대량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의 핫월릿으로 갔다가 다른 곳으로 전송됐다고 지적했다. 출처=언체인
언체인은 에프코인의 콜드월릿에 들어 있던 비트코인이 대량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4곳의 핫월릿으로 갔다가 다른 곳으로 전송됐다고 지적했다. 출처=언체인

언체인이 보고서에서 ‘Fcoin_1’라고 지칭한 에프코인의 주 콜드월릿의 입출금 상태를 보면, 비트코인 25350개 이상이 입금됐다가 인출됐다. 그리고 지난 2월13일 거래에서 마지막 비트코인 54개가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나흘 뒤, 에프코인의 설립자인 장젠 대표는 고객들의 자금 인출 요청을 더 이상 처리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콜드월릿은 개인키를 별도의 하드웨어 기기나 서류 형태로 오프라인의 안전한 장소에 보관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입출금이 거의 없는 고객의 자금을 장기간 보관할 때 콜드월릿을 사용한다.

에프코인은 지난 2018년 6월 자사 웹사이트의 ‘투명성’ 페이지에 거래소의 비트코인 콜드월릿 주소를 공개했다. 현재는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에프코인 홈페이지로 다시 연결되는데, 홈페이지에는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로 ‘시스템 업그레이드 중(FCoin System Upgrading)’이라는 공지가 나온다.

다행히 이 콜드월릿 주소가 지난 2018년 보도자료에도 게재되었기 때문에 언체인은 에프코인 지갑 4만 개에서 일어난 21만 건 이상의 거래를 분석할 수 있었다. 이 콜드월릿에서 비트코인 9889개가 에프코인 소유의 또 다른 지갑으로 전송됐고, 그 후 자금은 여러 개의 지갑 주소로 분산됐다. 언체인은 에프코인이 지난해 초 비트코인 수백 개를 다른 거래소로 옮긴 정황이 포착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자금은 주로 거래소 4곳으로 전송됐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 전송된 거래소는 후오비였다. 후오비는 에프코인의 장젠 대표가 CTO를 역임했던 회사다.

지난해에는 수개월 간 거래가 없다가 9월에야 거래가 재개됐다. 이번에는 자금 대부분이 오케이엑스로 전송됐다.

2019년 하반기에 갑자기 거래량이 늘어났던 에프코인의 콜드월릿은 지금은 텅 비었다. 출처=언체인
2019년 하반기에 갑자기 거래량이 늘어났던 에프코인의 콜드월릿은 지금은 텅 비었다. 출처=언체인

지난 2018년 설립된 에프코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내는 거래 수수료를 자체 토큰인 에프코인(FCoin)으로 환급해주는 ‘거래비용 채굴’이라는 수익 모델을 앞세웠다. 예를 들어 고객이 거래 수수료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하면 이에 상응하는 액수의 에프코인이 고객의 계좌에 환급된다. 에프코인 토큰을 보유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대가로 전체 거래수수료 수익의 80%를 지급했다.

코인데스크는 에프코인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이렇듯 부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장젠 대표는 SNS에 비트코인이 7천~1만3천개 차이나는 것은 회계 처리상의 잘못일 뿐 아니라 거래비용 채굴 모델의 특성 탓이기도 하다고 해명했다. 영문으로 번역돼 지난 17일 레딧(Reddit)에 게재된 장젠 대표의 편지를 보면, 그는 “특히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다. 거짓말은 곧 탄로 날 것”이라고 말했다.

언체인 측은 에프코인의 거래에 수상한 점이 있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에프코인이 비트코인을 대형거래소 4곳을 포함해 다른 거래소들로 유출했다는 추론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추가로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분석 보고서의 제목처럼 언체인의 분석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명백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언체인 보고서는 “에프코인 거래소의 영업 중단은 기술적 어려움 때문이었나, 아니면 계획된 사기의 결과인가? 진실은 에프코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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